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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년 전 일도 이리 아득할 줄이야

극성부리던 오미크론

by 무량화 Mar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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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뚱맞게 어제, 독일 정보당국이 코로나 19는 중국 바이러스 실험실에서 유출된 거로 판단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진영과 FBI 및 CIA에서도 우한 실험실 유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를 듣다가 삼 년 전 어떤 일이 퍼뜩 떠올랐다.


한창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극성부리던 당시였건만 그간 까맣게 잊고 지냈다.


세상이 정지된 채라 인간적 욕구들 최대한 억제하면서 마스크로 입을 봉하고 서로를 경계하며 살았던 당시.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그런 악몽 같은 세월이 있었던가 잊고들 살았지 싶다.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정의한 니체가 맞다.




뉴스로 인해 기억 저 아래 아득히 가라앉았던 오미크론이 재소환됐다.


2022년 삼월 일요일 아홉 시쯤 전화를 받았다.


긴박한 목소리였다.

아침잠이 많은 줄 아는지라 기다렸다 전화했노라 하였다.

여든 넘으신 분이니 새벽같이 일어났을 텐데 이 시간까지 기다리느라 얼마나 초조한 심사였을까.

지인의 남편분이 어제 서귀포 보건소에서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고 했다.

오후 네 시경 코로나19 PCR 양성 통보 및 격리 통지가 문자로 왔다는 것.

격리 기간은 3월 18일 자정까지이며 격리 장소는 자택, 동거인의 유의사항도 적시돼 있더라고.

그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후속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몹시 답답하다는 호소였다.

보건소 전화번호가 찍혀있어서 수차 통화를 시도해 봤으나 받는 사람이 없었다고.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심사 다급한 사람이니 아침 내내 전화통에 매달렸으리라.

더구나 휴일이라 연락을 취해볼 병원들도 문을 닫아 난감하기 그지없을 터였다.


환자 상태는 열은 심하지 않아 체온 37도 4부, 기운이 없고 약간의 흉통이 있을 뿐이라 했다.

두 분 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터라 한국 의료 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데다 자녀들도 해외에 있는 입장.

전무후무한 코로나 사태이니 누구라도 난생처음 겪어보는 역병이라서 대처법 역시 낯설디 낯설긴 마찬가지였긴 하다.

더구나 변종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특히 나이 든 분일수록 전염병에 취약하므로 주의를 당부해 온 터였다.


일단 지인에게는, 코로나로 야단법석 떨지라도 그래봤자 독감이니 너무 염려 말라고 안심시켰다.   

창밖엔 봄비가 장대비 되어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먼저 컴퓨터를 켜고 서귀포보건소를 검색해 전화를 걸었다.

감염병 관리팀장부터 시작해 보건소장까지 아홉 개나 적혀있는 전화번호를 다 돌려봐도 연결되는 곳이 없었다. 


그간 이태 동안 온 나라를 충격에 빠지게 한 코로나와 대처하느라 진이 빠진 의료진과 질병본부가 겨우 한숨 돌리던 시점이었다. 


팬데믹 선언 후 한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괴상한 세상을 살아 내다가 역병이 한풀 꺾여 안도하던 우리들.


지난해 연말에 선언한 어설픈 일상회복이 최악의 악수(惡手)였다. 


그 틈새를 비집고 갑작스레 생긴 변이종 오미크론이다.

희한하게시리 병이나 사고 같은 돌발사태는 꼭 휴일을 끼고 발생해 사람을 몹시 허둥거리게 만든다.

모든 기관이나 영업장이 문을 닫은 이런 때 무슨 일이 생기면 누구라도 당황하게 된다.

급한 대로 콜센터에 전화를 돌리니 행정 안내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오늘 자 제주지역 신규 확진자가 6천여 명, 서귀포도 3천여 명이니 전화받을 새도 없을 거라 했다.

공공기관 의료체계는 이미 마비 상태로 거의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초기에 대구시에서 발생했던 공포스러운 역병 확산세는 마치 메마른 광야에 들불이 번지듯 하였다.

마침내 의료진이나 병실 등 불감당 지경에 이르자 무력감과 허탈감으로 눈물 흘리던 시장 모습이 떠올랐다.

보건소에서는 검진만 맡을 뿐 진료는 서귀포의료원에서 담당하니 064-730-3375~7로 연락하라고 알려줬다.

이쪽 전화는 곧장 연결이 되었다.

의료원에서도 확진자 대면진료는 안되고 호흡곤란 같은 중증이 아닌 경우 입소도 안된다고 했다.

위중한 상태는 아닌 것 같고 다만 약 처방을 받고 싶다 하자 인적 사항을 물었다.

얼른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환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받아서 통화자에게 또박또박 불러주었다.

진료는 11시부터 시작되는데 환자가 5백여 명이나 몰려 언제 차례가 올지 모른다지만 일단 접수는 했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있을까, 의료원 풍경을 상상만 해도 머리가 묵지그레해졌다.

마스크는 반드시 착용하고 다니지만 나완 생판 관계없는 일, 강 건너 불처럼 여겼던 코로나다.

백신도 맞지 않으려 버티다가 예방접종 증명서 없이는 실생활에 직접적인 불편이 따르기에 부스터 샷까지 마쳤던 터다.

3차 접종 완료라는 방패를 든 병사 앞에 그러나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란 적군은 갑작스레 성문을 부수고 바짝 진격해 왔으니 방심은 금물.

지인 남편분은 제때제때 예방 접종을 마쳤으며 평소 자기관리를 잘 해온 건강체로 그림 활동 왕성히 해왔던 분이다.

다만 며칠 전 전시회 관계로 육지를 드나들며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그때 바이러스에 노출된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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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두 시가 되도록 기다려도 의료원에서는 연락이 없었다.

기다리다 지친 지인은 중앙로터리 인근에서 <365일 의원>을 본 적이 있는데 한번 찾아봐 달라고 했다.

위치 확인을 해보니 거처에서 3분여 거리, 마침 비도 멎었기에 득달같이 달려갔다.  

매일이다시피 자주 오간 길목에 있건만 거기 그런 병원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병원문을 열어보고는 어찌나 놀랐던지.  

세상에나! 이럴 수가!!

보다시피 휴일인데도 병원 안은 숱한 사람들로 붐비는 장터를 방불케 했다.

대형 종합병원 외래라면 모를까 동네 조그만 의원급인데 족히 삼십여 명의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접수를 해놓고 밖에 나와 기다렸다.

직계가족이 아니라 대리처방을 받으려면 환자 주민등록증을 전송받아두라 하기에 지인에게 연락을 취했다.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린 끝에 의사 면담이 이루어졌다.

그 자리에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환자와 의사 선생님이 직접 통화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환자와 얘기를 나눠보니 예후가 나쁘진 않다며 항염증제와 해열진통제 나흘 치 약을 처방해 줬다.

진료비를 정산하려고 카드를 꺼내자 코로나는 전액 무료라고 했다.

이번엔 바로 옆에 있는 서귀포약국에 들어갔다.

약국 역시도 붐볐다.

병원이나 약국이나 웬 아픈 사람이 그리 많은지 더구나 일요일임에도 쉴 틈 없는 의료종사자들이 안쓰러웠다.

처방전을 디민 지 삼십여 분 만에 약을 받았다.

코로나 확진자 치료에 관한 건은 모두 정부에서 처리한다며 약도 무료였다.

수분 섭취 충분히 하면서 편히 쉬도록 하시라 이르고 지인 댁 문 앞에 약봉지를 놓고 나오니 거의 다섯 시.

산책 삼아 자구리 해변 쪽으로 걸어가 바다 바라보며 심호흡 몇 번 하고 집에 왔다.

경황없고도 긴 하루였다.

그다음 날인 월요일 오전, 어제 몇 번이나 자유로이 들락거렸던 병원 출입구에 새로운 설치물이 생겨났다.


병원에서도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 있게 된다더니 그를 위한 시설물 같았다.


고무장갑 같은 팔이 달린 투명 보호구가 낯설면서도 이물스러워 새삼 불안감과 위기감을 조성했다.


계절적으로 환절기와 맞물려 안 그래도 감기가 창궐하는 시기라서 오미크론이 더 극성을 떨 모양이다.


아무튼 다들 자체 면역력 올리고 인후통을 수반한다는 기침감기 무조건 조심 또 조심.


마스크 착용은 필수, 외출 후 귀가하면 흐르는 물에 꼼꼼히 손 씻기 등 예방수칙 잘 지킬 것.


재수 없이 이럴 때 아프면 오지게 고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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