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김과장 Apr 13. 2024

13일차. 우울증 약의 부작용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밤새 꿈에 시달리다가 두통에 잠을 깨는 날.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처음 우울증약을 먹었을 때 며칠간 악몽에 시달리다가 병원에 다시 간 적이 있었다. 병원에서는 우울증약의 부작용 중 하나가 꿈이라고 했다. 다른 우울증약으로 바꾸고 나서는 꿈을 꾸는 횟수가 줄었다. 그렇지만 아예 꾸지 않는 건 아니었다.

우울증, 불안증약과 수면유도제를 같이 먹으니 불면증은 없어졌지만 생생한 악몽이 가끔 나를 괴롭혔다. 


꿈은 늘 내가 평소 불안해 하는, 아니면 과거의 일들 중 후회하거나 안 좋았던 기억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꿈에서 가까운 사람의 사고나 죽음 자주 겪는다. 그리고 꿈에서 깨면 그 기분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한다. 꿈에서 느꼈던 상실감, 괴로움, 슬픔이 짜 겪은 것처럼 온종일 우울감이 몸을 감싼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약을 먹고,  약의 부작용을 견디는 게 맞는 걸까. 병원에서는 다른 약도 있으니 심하면 약을 바꿔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약을 바꾸면 또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알 수가 없다. 그나마 지금 먹는 약에 적응중이고 그 전의 약보다 악몽을 꾸는 횟수가 준 것에 감사할뿐.


약을 끊어보기도 했지만, 약을 끊으면 내가 우울증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약발이 잘 받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오늘도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온종일 두통에 시달려 기운이 없었지만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싶다.

내일은 조금 낫겠지.

오늘은 꿈을 꾸지 않고 자길 바라며, 내일을 기대해본다.

이전 12화 12일차. 친정엄마가 없는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