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김과장 Apr 15. 2024

15일차. 글쓰는 행복

난 아이를 재우고 나면 노트북을 켠다. 아이의 옆에 작은 앉은뱅이 책상을 두고 바닥에 앉아 글을 쓴다. 아이가 늦게 잘 때는 자정에 자기도 한다. 그럼에도 1시간이라도 노트북을 켜고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지만, 이것도 하지 않으면 내 인생은 없는 것 같아서.


친정 엄마는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다고 하셨다. 대학교 졸업 후 결혼을 하고 흐지부지 되어 버린 꿈이지만, 아마 난 엄마의 피를 물려받은 것 같다. 발현이 너무 늦게 된 게 아쉽긴 하지만.


노트북을 켜고 앉아서 로맨스 소설을 쓰기도 하고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이런저런 생각나는 주제들을 끄적거리기도 한다. 요즘은 부업거리가 있나 찾아보기도 한다. 구매대행, 전자책, 스마트스토어, 해외직구 등등 부업만 찾아도 월 1억씩 버는 사람이 수두룩이다. 이게 정말일까. 한번 해볼까 싶어 유투브도 보다가 결국 다시 글쓰는 페이지로 돌아오게 된다. 


3년 전쯤부터 소설을 쓰면서 꿈이 생겼다. 나이 37살에.

나만의 작업실을 가지고 온종일 앉아서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쓰는 것. 아마 안 이루어질 가능성이 더 높지만, 꿈을 꾸는 건 공짜니까 크게 크게 꾸어본다. 아침에 일어나 작업실로 출근하고, 소설도 쓰고 시나리오도 쓰고. 머릿속에 쓰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다. 어떤 사람들은 잠을 줄여서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야 한다고 하지만, 난 6시간 이상 자지 못하면 온종일 머리가 아프고 기운이 없다. 잠을 줄이는 것도, 미라클 모닝도 나에게는 맞지 않는 방법이다. 그러니 아이가 자고 내가 졸려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글을 쓴다.


오늘은 퇴근길에 핸드폰으로 글을 쓰고 있다. 집에 가면 7시 30분, 아이를 씻기고 놀고 나면 금세 12시가 되어 버린다. 그럼 또 나만의 1시간이 생긴다. 아무도 모르는 나의 세계.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소설의 다음 줄거리가 생각난다거나, 다음 소설은 어떤 걸 쓰고 싶다는 주제가 생각난다거나. 그럼 바로 메모장을 열어 끄적여놓는다. 까먹지 않도록.


얼마나 다행인가. 이 나이에도 하고 싶은 게 있고 꿈이 있다는 게. 가끔 희망 회로를 돌리며 설레기도 한다. 내 소설이 드라마가 돼서 대박나는 상상. 


팍팍하고 쉽지 않은 인생이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전 14화 14일차. 미미한 변화, 의구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