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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김과장 Apr 16. 2024

16일차.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는 날

3주에 한번 정신건강의학과에 간다. 회사 근처의 병원으로 옮기고 난 후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다녀온다. 병원에 가면 상담을 20분 정도 한 후 약을 받는다. 


"3주 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음. 특별히 생각나는 건 없어요. 잘 지냈고 잘 잤어요."


3주에 한번 만나는 의사는 내 이야기를 모두 기록한다. 3달에 한번씩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검사를 한다. 대기하면서 진행한 검사 결과를 보며 의사가 말했다.


"불안 점수가 많이 낮아졌네요. 지난번에 36점이었는데 오늘 9점이에요."


요즘 안정적이라고 느낀게 검사 결과에서도 나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 시 약은 드셨나요?"

"가끔요. 3주 동안 두 번."


나는 가끔 불안이 심해져서 숨이 막힐 때가 있다.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며 불안해하고 그럴 때면 식은땀이 나고 손이 떨린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뛰기도 한다. 그럴 때 먹으라고 준 필요 시 약이 있다. 매일 자기 전에 먹는 약+필요 시 약.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갑자기 건물이 무너질 것 같다는 불안, 엘리베이터가 떨어질 것 같은 불안. 그런데 생각해보면 어릴 때도 불안이 심했던 것 같다. 그때는 전쟁이 날까봐 무서웠고, 엄마가 외출하면 납치당할까봐 두려웠다. 기질이 그렇게 타고난 걸까, 자라면서 무언가가 나를 이렇게 불안한 사람으로 만든 걸까.

원인이 무엇이든 지금은 약을 먹으면 괜찮아진다는 사실에 든든하다. 한번 불안이 시작되면 끝이 없기 때문에 예전에는 구토까지 이어진 적도 있었다. 적어도 이제는 가방에 있는 약을 먹으면 금세 진정된다.


우울증을 병이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다들 그렇게 사는 거지, 유난 떤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는 게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3주 뒤에 뵙죠."


평소보다 짧은 상담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 주머니에 넣어놓은 약봉투 덕에 든든했다. 의사는 매일 긍정적인 글을 쓴다는 것에 아주 좋은 일이라고 해주었다.


조금 힘들어도 괜찮다. 난 나의 아픔을 인정했고, 극복하려고 노력중이다.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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