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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be Oct 24. 2021

9. 나는 왜 이 녀석을 친구라고 생각했을까?

나에게 잘 대해 주는 사람을 보면 호감이 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나를 특별히 좋아해 준다거나 원래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이런 사람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속아 넘어가곤 했다. 과거에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이지만 친절하고 자상하게 대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보이는 그대로 사람들을 받아들이곤 했다.


-밝게 웃으면서 인사를 해주는 사람

-먼저 안부를 물어봐 주고 나의 일에 대해서 걱정해주는 사람

-모르는 것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사람

-업무 중에 커피 한잔 하자고 권해주는 사람


상대의 태도에 대한 숨겨진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거나 혹은 단순한 겉치레 적인 태도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착각해서 쉽게 믿고 거리감 없이 대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순진한 믿음은 매 번 혹독한 상처만 남겼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의 일이었다. “다나까”라는 유능한 일본인 동료가 있었다.. 당시 국내 대기업과 진행하던 프로젝트로 인해 이 녀석이 3년 간 한국으로 주재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사무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 녀석은 나에게 얼굴 가득 웃음을 보이고 나를 친구처럼 “김 짱”이라고 부르면서 친근한 태도로 나를 대했다. 당시 나는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상사와 관계로 힘들어 하고 있었고, 업무도 배우는 단계에 있어서 동료들로부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있었던 터라 전쟁터 한 복판에 있는 듯한 긴장감과 두려움으로 하루 하루를 벼랑 끝에서 버티고 있었다. 


심리적으로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녀석의 웃음과 호의적인 태도는 큰 위안이 되었다. 이 녀석은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자상하고 친절한 태도를 보여서 주변으로 부터도 좋은 인상을 받고 있었다. 나는 이 녀석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가까운 사이가 되면 도움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녀석과 가까워지기 위해 일과가 끝나면 둘이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러 가기도 하고, 점심 식사 때는 주변의 맛집을 돌면서 한국 음식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업무 중에는 커피도 마시면서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며 가까운 사이가 되어가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이 녀석이 한국에 온지 6개월 정도가 지나고 나면서 녀석의 어두운 모습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고 첫 인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들을 보게 되면서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의 험담을 늘어놓거나 부하가 실수 할 경우 모욕감을 느낄 정도로 나무라며 부하가 말 대꾸라도 하면 언어적 폭력을 행사하며 상대를 철저하게 짓 밝아버리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와 이 녀석은 그 동안 서로 많은 시간을 교류하면서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적어도 나에 대해서는 선을 지키겠지 했지만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에게 나의 험담을 늘어 놓거나 나와 업무적 코드가 맞지 않으면 내가 잘못됐다며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질책을 해대는 것이었다.  


이 녀석에게 당하고 있으면서도 이 녀석이 보여주는 이 따금의 친절한 행위들을 접하면 이 녀석을 다시 믿어보고자 하는 바보 같은 결심을 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이 녀석의 틀어진 기분을 잘 맞추고 나를 다시 인정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다. 그래서 녀석과 마찰이 일어났을 때는 문제의 원인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나를 고쳐서 상대의 비유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나처럼 힘들고 외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면 내 심정을 잘 이해할 것이다. 적이 많을 때는 누군가 한 명이라도 자신의 편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지게 되고 그나마 수 많은 적들 가운데 나를 챙겨 주었던 상대를 잃고 싶지 않아서 상대를 부여잡고 싶어지고 방금 전까지 나를 윽박지른 상대의 따뜻한 한 마디에 눈물 나도록 감동을 하게 된다.


결국은 상대를 믿어버리는 순진한 인간 관계 방식이 상대로 하여금 나에 대한 태도를 결정지어 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나를 친절하고 자상하게 대해 준다고 하더라도 항상 상대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상대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하게 되면 상대의 태도에 직관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상대의 의중을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상대에게 빈 틈 을 보이는 태도를 삼가하여 상대의 악의적 행동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미션]

-나는 상대의 어떤 말과 행동으로 인해서 호감을 갖고 마음을 여는가?


-나와 가깝다고 생각하는 동료들을 머리에 떠올려 보고 그들은 내가 생각하는 만큼 나를 가깝다고 생각하는가?


-지금부터 상대와 거리를 두는 연습을 해보자.

거리를 두는 연습은 상대를 대하는 나의 의식에서부터 시작된다.

상대에게 마음속으로 경계의 선을 긋고 상대를 대해보자.

가깝다고 생각하는 상대의 호의가

선한 의도가 아니라고, 그 안에는 감추어진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대의 호의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예의성 피드백은 보여주되, 

상대를 믿는 행동은 자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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