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도쿄 #17
하루를 꼬박 분키츠에서 보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분키츠는 입장료가 있는 서점으로
반은 워크스페이스 같고
반은 북 카페 같은 느낌이다.
짧은 여행 일정으로
잠시 들러가는 걸 추천할 수 없지만
여유로운 일정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거나
조용히 일 할 곳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장소다.
내가 첫 손님은 아니었지만
꽤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랐다.
오늘은 마음먹고 일하는 날.
귀국은 결정되었지만
퇴사를 결정한 건 아니기에
일에 손을 놓을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시험을 며칠 앞두고
한껏 벼락치기를 하듯 일을 했다.
그래도 중간중간 쉬어갔다.
런치는 나폴리탄으로.
원래는 반숙 달걀이 올라가만
살짝 빼달라고 주문했다.
정겨운 오리지널 나폴리탄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다.
나폴리탄을 볼 때마다
예전 일본 티브에서 나폴리로 가서
나폴리탄을 맛 보이며 감상을 물었더니
이탈리아 사람들의 경악하던 표정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그래도 나는 가끔 나폴리탄이 그립다.
나폴리탄하면 진보초를 가야 하는데...
아쉽지만 이젠 추억으로만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입장 때 B라고 써진 핑크 벳지를 나눠주며
가슴에 달고 있으라 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이 시스템이 참 귀여운 것 같다.
가슴에 달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나 둘러보니
나를 포함해 서너 명 보이는 것 같다.
원하는 만큼 분량의 일을 무사히 마치고
마지막 두서너 시간은 책과 함께 했다.
핫한 산간을 보기엔 츠타야가 더 좋지만
여긴 또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전문 서적이 많아 좋다.
그리고 또 쉬어가기.
늦은 간식으로는 도톰한 토스트를.
이름이 버터 토스트긴 하지만
버터 양이 너무 많다.
살짝 투덜대면서도 결국엔
버터 듬뿍 발라 말끔히 먹어치웠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내가 먹은 버터의 양을 돌이키며
일부러 더 먼 길을 택해
한참을 둘러서 집으로 향했다.
오늘 밤은
커피를 많이 마셔서 잠을 안 오려나...
에어비엔비 생활은
밤에 잠이 안 오면 곤란한데.
사요나라, 도쿄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