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여행 3

일본 여행

by 우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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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우연이지만 필연 같은 만남이 있다.

도예가 기요미즈 다이스케[清水大介] 상과의

만남이 그러했다.


교토 시내와 한참 떨어진 곳이지만,

그의 작품을 직접 보고 싶어 한숨에 달려갔었다.

그리고

멀리서 그의 갤러리를 발견하고는

그 순간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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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 너머의 풍경만으로도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란 걸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심플하면서도 멋스러운,

언젠가 나도 꼭 갖고 싶다 여겼던

그런 꿈속의 갤러리였다.


작품이며, 진열이며, 인테리어며

모든 것들이 만족스러운 공간,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의 주인공과

첫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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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예가라는 직업이

뭐가 이리도 멋스러운지 모르겠다.

자기만의 분명한 가치관을 가지고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모든 이들을 존경하지만,

그릇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는 도예가라는 직업은

내 안에서는 그 어떤 일보다 빛이 난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직접 들으며

작가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며

작가의 작업 공간을 공유하는

꿈같은 시간의 벅참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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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나의 마음을 당긴

청색과 보라색 그릇이 실은 실패에서

시작되었다는 에피소드와

도예가의 아버지가 계시지만 건축을 전공했다

도예가의 길을 결심하고는 실은 아버지가 아닌

다른 스승님 밑에서 배웠다는 이야기,

그리고

멋스러우면서도 일상에 잘 묻히는

실용적인 그릇을 추구한다는 것과

그릇을 만들 때의 어려운 점은

물론,

사용할 때의 손질법까지

너무도 섬세하게 설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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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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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비 내리는 창가와

좋아하는 세찬 빗소리와

그리고

좋아하는 그릇들,

같은 듯 보이지만

하나하나 모조리 다른 빛깔을 가진

그런 멋스러운 그릇들,

이것이면 충분한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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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갤러리에서의 시간이 꿈결처럼 흘러

나는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택시에 몸을 실었다.

기요미즈 다이스케 상은

택시가 떠날 때까지

갤러리 앞에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렇게

한바탕 쏟아지고 그친 소나기처럼

어느 멋진 도예가와 시간도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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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일정을 마치고 도착한 집에는

기요미즈 상의 작품들이 벌써 도착해 있었다.


내 안에 들어온 그의 작품들은

갤러리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나의 일상에 묻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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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예가의 작품을,

도예가의 작품에 담긴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

대변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역가처럼.

소설의 한 줄 한 줄 작가의 보이지 않는 의도까지

모조리 전할 수 있는 아주 유능한 번역가처럼 말이다.


때로는 달콤한 스위츠를

때로는 소소한 요리를 담아

나는 그의 작품에 나만의 색깔을 입혀 갈 것이다.

온전한 나만의 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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