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일상
점심식사 그리고
오늘의 늦은 점심은
송송 썬 대파가 여기저기서 활약하는
평소보다 큰 밥그릇이 돋보이는 집밥이었다.
주말에 주문한 책장이
금요일 도착한다는 문자가 있었고,
내일은 월차라고 바람을 쐬러 가자는
동생의 제안이 있었고,
그럼 다 함께 고기를 먹자는
엄마의 의견이 있었다.
퇴사한지 4개월째가 되니
쉬어가는 것도 재충전도
6개월이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롱베케이션이 너무 롱롱해지지 않도록
나를 잃어가지 않도록
작은 발돋움이 필요할 것 같다.
봄이 오면
다시 뛸 수 있도록
발끝에 힘을 조금씩 모아보기로 했다.
눈내림
밤새 눈이 내렸다.
올겨울 마지막 눈일지도 모르는.
짧은 외출이 있었고
그 사이사이 마주치는 눈 풍경이 있었다.
가는 겨울이 아쉽기도 하고
오는 봄이 기다려지기도 하고
몸은 아직 춥지만
옷장은 빨리 정리하고 싶은,
그런 애매한 계절과 계절 사이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토스트
적당히 마트 나들이가 힘겨워졌을 때
마켓컬리를 알게 되었고
적당히 익숙해진 어느 날
컬리 팜에 빠졌다.
그리고
두 번의 토마토와 한 번의 양파를 받았고
이번엔 드디어 통밀 식빵이 도착했다.
매일매일 착실히
작물에 물을 주었을 뿐인데
마법처럼 식빵이 되어 내게로 온 것이다.
그 식빵으로 나는 맛있는 토스트를 구웠다.
하얀 식탁은
주방 옆으로 자리를 옮긴 후
한층 더 아늑해졌다.
나는 거실을 바라보는 풍경보다
그릇장이 보이는 소담스러운 풍경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나의 오래된 아이들에 둘러싸여
그렇게 토스트를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