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일상
요즘 독서는
며칠 전
[ねじまき鳥クロニクル 태엽 감는 새 연대기]를
끝냈다.
문고본 3권의 완독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뒤돌아보면 또 순식간이었던 것도 같다.
요 며칠은 사요나라가 아쉬워
책상 한 편에 두고 곱씹고 있다.
요즘 나의 독서는 기억이 가물거리는 어느 날인가부터
샛길로 빠졌다 그 샛길에서 또 다른 샛길로 빠져
지금은 어느 것이 샛길이고
또 어느 것이 샛길이 아닌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에 온 이후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느린 독서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오늘은 잠시 잊고 지내던
마쓰다 미리의 에세이를 집어 들었다.
귀여운 표지와 시오리(책갈피)에 반해 데려오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순서가 돌아온 것 같다.
일본의 47개 도도후켄(도도부현)을
여자 혼자서 가보자는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인데
한국에는 [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나와있다.
여행의 취지는 단순하다.
그냥 그곳에 한번 가보자는 것.
그렇다고
<예를 들어 부산을 가는 김에 대구도 들리자>
이런 건 안된단다.
도쿄에서 한 달에 한 번 한 곳씩
가볍게 떠나보자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이면
전부 다 도는 데 4년 걸린다고 한다)
목차에 일본 지도와 함께
47도도후켄이 나와 있길래
내가 가본 곳을 세어 보았다.
총 22개.
(전국 일주쯤은 해주고 귀국했어야 하는데)
책은 가벼운 여행 에피소드와
4코마 만화로 이루어져 있어
맘먹으면 순식간에 읽을 수 있지만,
이런 책일수록 아껴 읽는 게 제맛이라
먼저 여행을 앞둔 간사이 지역부터 읽고
다음은 내가 가본 곳 그다음으로 가고 싶은 곳
순서로 읽기로 했다.
먼저 교토, 효고, 오사카, 나라.
오사카 출신인 작가의 감칠맛 나는 사투리와
오사카 사람들 특유의 재미남에 함께 웃음 짓다
결국 계획에 없던 나라까지 여행 일정에 넣게 되었다.
작가는 가는 김에 가는 여행은 없다 했지만,
나는 가는 김에 나라에도 그냥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그냥 한 번 가보기만 하는 여행도
나름 괜찮은 것 같아서.
작가의 말처럼 쓸데없는 일이었는지 아닌지는
여행이 끝난 후에 아는 것이니까.
그래도 히요코
주먹보다 좀 더 크고
포장이 화려한 모모 젤리는
엄마와 사이좋게 하나씩 먹기로 했다.
모모 젤리에 히요코를 더하고
센차를 곁들었더니
간식 타임이 금세 풍성해졌다.
그리고 오랜만에 아끼는
키요미즈상의 꽃 접시도 꺼내들었다.
예쁜 그릇만으로도
텐션은 끝없이 올라가고.
복숭아 본연의 맛을 고스란히 품은 젤리는
부드러움 식감과 옅은 달콤함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미리 차갑게 식혀둔 것도
정답이었다.
그래도 역시 귀여움으로 말하자면
히요코를 따라갈 아이는 없다.
눈이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웃음 짓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을 때는 머리부터.
동생의 출장이
다음번도 그다음번도 도쿄가 되기를!
라면 먹는 날
아침과 점심을 훌쩍 건너뛴 애매한 시간에
라면을 끓였다.
일 인분 밥상마저도 귀찮은 오후,
한 끼 때우기에 라면만 한 게 또 없다.
안성탕면을 특별히 선호하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우리 집엔 안성탕면만이 존재하고
사라지면 어느새 또다시 채워져 있다.
덕분에 한국에 와서 먹는 모든 라면이
안성탕면이었던 거 같다.
오늘의 라면은
대충 끓인 물 조절에도 실패한 라면이었지만
그래도 맛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무의욕의 귀찮음 가득한 날 밤,
배는 고파오고
또다시 라면을 먹긴 그렇고
참자니 잠이 오지 않을 것 같고
이런 밤에는 뭘 먹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