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라테를 마시며/봄 느낌,

소소한 일상

by 우사기

모닝 라테를 마시며,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그녀와 모닝 라테를 했다.

여행의 일부를 공유했음에도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 준비한 오미야게가

또 똑같은 쇼핑백이다.

(웃음이 절로)

라테를 마시며 우리는

잠시 지난 여행 이야기를 나눴다.

분명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아늑히 먼 옛날 일 같아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기분이 묘했다.

고민가에서의 소박하고 간결했던 아침식사,

꿈속 같은 숲길을 하염없이 걸어서 만난 카페,

비 내리는 언덕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하트 나무,

철학의 길에서 만났던 유일한 사쿠라 나무 한 그루,

설탕을 가득 뿌린 간사이 스타일의 스키야키 저녁.


짧았지만 강렬했고

충만했지만 아쉬웠던

그런 꿈같은 시간을

함께 추억할 수 있어

행복하다.


봄 느낌,

150ml 컵이 좋다.

작아서 귀여워서 좋고

봄을 듬뿍 담은 예상 밖의 선물이라

더 좋고 사랑스럽다.

그런 컵에 금세 내린 커피를 담아

하루를 시작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의식적인 시차가 존재하는지

아직도 살짝 몸이 무겁다.

지금의 나의 허벅지는

아이스하키 선수에 가깝지 않을까

소심하게 상상해 본다.

아이스하키 선수의 허벅지를

본 적도 만져 본적도 없지만

허벅지를 양손으로 잡아보면

두께로 보나 그 딱딱함으로 보나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든다.

그런 다리 뒤꿈치에는

굵은 일직선의 짙은 검보랏빛 멍이

(약 가로 2센티 세로 0.5센티)

아주 선명하게 들어있다.

마치 문신이라도 한 것처럼

기묘한 모양과 색이

볼 때마다 나를 웃프게 한다.

에베레스트 등반을 한 것도 아니고

나는 그저 사쿠라를 보러 간 것뿐이었는데.


봄 향기 그윽한 컵에

모닝커피를 마시며

분명 봄 느낌을 나누려 했는데

이야기가 샛길로 빠졌더니

어느새 저녁이 되어버렸다.


나의 봄 느낌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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