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팔았는데, 왜 남는 게 없을까?”
하지만 이익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새로운 유통 채널에 입점하기로 결정했을 때,
회사 안은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여기 트래픽 엄청나요.”
“이 채널 타면 브랜드 확 올라가요.”
“경쟁사도 다 들어갔어요.”
그리고 실제로 매출은 올랐다.
하지만 나는 CFO로서 익숙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수익은요?”
그런데 이익은 그대로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수수료 30~40%
광고비 분담
기획전 분담금
행사 참여 조건
반품 및 CS 처리 비용
실제 수치를 계산해보니,
매출 1억에 남는 건 고작 수백만 원.
그마저도 인력 리소스를 감안하면 손해에 가까웠다.
초기엔 달콤했다.
“오늘 단독 특가”, “1+1 기획전”, “베스트위크”…
단기 매출은 뛰었다.
SNS 언급량도 올라가고, 거래처도 좋아했다.
하지만 두 달 후, 우리는 알게 됐다.
정가 구매 비중 하락
자사몰 전환율 감소
프로모션 시즌만 매출 집중
반복된 할인에 따른 브랜드 가치 저하
유통은 성장의 도구지만,
브랜드를 소모시키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수익 구조로 설계되지 않으면, 성장 곡선은 거품에 불과하다
CFO로서 나는
매출보다 **공헌이익(contribution margin)**을 본다.
채널별 CAC (고객획득비용)
고객 생애가치(LTV)
프로모션 반복시 브랜드 침식률
자사몰 전환율
행사 참여 주기와 마진 탄력성
이익률이 유지되지 않으면,
유통 확대는 ‘지출 확대’일 뿐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전략을 다시 짰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맞는 채널만 선택
프로모션 참여 조건 자체를 재설계
채널별 ROI 및 유입고객 추적 시스템 도입
자사몰 리워드 강화
고객 유입 구조를 LTV 기준으로 재정렬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기준을 세웠다.
“그 채널은 우리 브랜드를 설명할 수 있는가?”
유통은 단지 판매를 넘어서, 고객 경험의 일환이다.
이 채널을 통해
고객은 우리를 어떻게 기억할까?
가격 브랜드일까, 가치 브랜드일까?
브랜드는 파는 방식에 따라 기억된다.
유통은 브랜드의 손과 발이다.
하지만 방향 없는 손과 발은, 브랜드를 소모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
CFO는 그 움직임에 방향을 부여하는 사람이다.
매출이 아니라 이익,
확장이 아니라 생존 가능성을 설계하는 사람.
외부 채널을 정비했다면,
이제는 내부 시스템을 들여다볼 때다.
우리는 ERP를 도입했다.
비용이 컸다.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보이지 않는 구조를 정비했을 때,
브랜드가 비로소 단단해졌다는 걸.
색조 브랜드 CFO 17편: ERP – 보이지 않는 근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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