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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시간 정하기

부모와 아이 사이 약속 그리고 지키기

by 스텔라 황

유학을 오기 전 나의 귀가시간은 늘 12시 전이었다. 주변의 친구들도 비슷했기에 크게 불평하진 않았다. 미국에서는 대부분 운전을 해야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릴 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주로 친구의 부모님들도 같이) 다니기 때문에 귀가 시간을 결정해야 한다. 게다가 16살이 넘으면 운전해서 다니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귀가 시간 결정은 필수다. 부모와 아이 사이의 약속 그리고 이 단순한 규칙을 어떻게 지키느냐는 다른 규칙에도 적용된다.


아이와 어떤 이야기를 할 때에도 아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자꾸 상기시켜 주면 좋다. 아이는 좋은 사람이고 부모는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자. 부모는 아이의 자유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아이의 안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한 팀이라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어떤 규칙을 정할 때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이야기해 봄으로써 같이 결정한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물론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줄 수는 없다. 부모로서 아이를 잘 이끌어 줘야 한다.)

“집에 몇 시까지 오는 게 좋을지 한 번 이야기해보자. 혹시라도 늦으면 어떻게 연락할지도 이야기해 보고. 안전하게 다니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같이 고민해 보자.”

직장에서 하는 미팅처럼 시간과 장소를 결정하고 (대부분 거실이나 식탁에서 저녁 시간에 하게 될 것이다.) 필기구도 준비하자.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하기보다 아이들의 마음도 들여다보고 아이가 가족의 일원으로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돕자. 굳이 해결책을 따로 만들지 않더라도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그 마음을 알아주는 부모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해소되는 일이 정말 많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핸드폰이나 스마트 와치가 있어서 연락하기가 쉬운 세상이다. 아이에게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시켜 주고 자주 연락하기를 부탁해 보자. 귀가시간을 정했는데 늦거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바로 연락 주기를 약속받아야 한다.


“네가 몇 시에 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네가 집 밖에 있을 때 안전하게 잘 있는지 또 어디에 있는지 서로 소통하는 게 중요해. 널 믿지 않아서가 아니라 부모로서 네 안전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해서야. 매번 말하지만 너는 좋은 사람이고 엄마/아빠는 널 믿어. 그저 연락을 자주 해서 혹시나 있을 일에 대비하는 거야.”


매일 나 자신과의 약속도 지키기 어려운데 아이가 부모와의 약속을 지키기란 결코 쉽지 않다. 아이와 어떤 약속을 하던지 중간중간에 있을 고비에 대비하는 것도 좋다.


‘어른인 나도 약속 지키기가 쉽지 않은데 사춘기 아이는 얼마나 힘이 들까? 나도 저 때 실수도 많이 하고 그랬잖아. 앞으로 원하지 않는 일이 생기더라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자.’


아이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늦었을 땐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까. 좋아하는 물건을 뺏어서 벌을 주는 것은 잠깐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큰 영향은 없다. 다시 약속을 지키지 못하거나 오히려 거짓말을 부추길 수도 있다. 아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봐주자.

“우리가 약속했던 시간이 아니라 더 늦게 들어왔더라. 넌 좋은 사람이야. 우리가 약속한 걸 지키는 게 중요하는 걸 잘 알지? 네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란 걸 엄마/아빠는 잘 알아. 무슨 일이 있었어? 아님 어떻게 됐는지 한 번 말해볼래? 궁금해서 그래. 우리 같이 이야기해 보자.”


제일 중요한 건 아이는 좋은 사람이라는 것, 우리는 충분히 좋은 부모라는 것, 그리고 한 가족으로서 우리는 어떤 일도 같이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의 마음을 알아봐 주고 우리의 마음도 어루만져 주면 아이도 부모도 더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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