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Ⅱ...(5)
그녀는 바람처럼 나타났다.
바다와 함께 도착한 어느 뜨겁던 여름날.
햇살에 반사된 머리칼, 맨발로 모래를 가르던 발걸음.
나는 그 순간, 그녀를 사랑했다. 설명도 이유도 없었다.
바다를 처음 본 이의 놀라움처럼, 그녀는 나의 세상을 바다처럼 푸르게 물들였다.
우리는 해변을 걸었다.
말없이 걷다가, 문득 웃고, 함께 조약돌를 주우며 이야기했다.
그녀는 자유로웠고, 나는 그녀에게 묶여버렸다.
그녀는 물처럼 흘렀고, 나는 흙처럼 머물렀다.
하지만 그녀는 파도였다.
출렁이며 왔다가 말없이 다시 돌아가는 파도........
그녀는 나처럼 흙이 되어 머무르지 않았다.
떠날 날을 정해놓고 온 사람처럼, 그녀는 말없이 한 장의 편지만을 남겨 놓은 채 밀물이 되어 흘렀다.
나는 그녀를 잃었다.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바다 냄새가 난다.
짠내 나는 그리움, 바람 속의 흔적들. 다시는 만날 수 없어도, 그녀는 내 기억 속에서 여전히 출렁인다.
바다는 그런 사람을 닮았다.
스치고 지나가지만, 평생 잊히지 않는,
나는 오늘도 그녀를 닮은 바다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