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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아 May 10. 2024

곱슬 미학

단점을 장점으로


 나는 곱슬머리다. 어릴 때는 하나로 묶거나 양 갈래로 머리를 땋아서 다니곤 했다. 긴 생머리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찰랑거리는 머릿결과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날이 덥든 그대로다. 반면 내 곱슬머리는 기후의 변화를 잘 감지한다. 비가 오면 부스스해진다. 더운 날에는 예쁘게 단장해도 시간이 지나 땀이 흐르면 머리도 같이 산발이 된다.      


 아무렇게나 질끈 하나로 동여매도 예쁜 청순가련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싶으나 이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러움이다. 처음 매직파마가 나왔을 때는 신세계다. 플라스틱처럼 생긴 매직 판에 파마 약제를 도포 후 작은 일자 빗으로 지속적으로 빗어서 머리카락을 붙여 둔다. 머리가 점점 무거워지고 앉아있는 게 곤욕이라도 예뻐진 모습을 생각하면 견딜만하다. 한번 시작하면 오래 걸린다. 3~4시간 소요 시간에 영양까지 더하면 반나절은 족히 걸리는 느낌이다.

     

엔칸토 속 이사벨라/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와! 드디어 끝이 났다.”

 중화 후 머리까지 말리면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딴사람이 된다. 매직 스트레이트 파마를 처음 접했을 때 느낀 점은 그저 신기함이다. 생머리인 적이 없던 내 머리가 완전히 펴진 것을 보니 믿기지 않아 자꾸 머리를 요리조리 기웃거려 보고 손으로 매만져 본다. 며칠 지나지 않아 머리가 상하고 곧 구불거리게 되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지금은 단발 파마를 한다. 아이를 낳고 긴 머리보다는 짧은 것이 편했고 한번 자른 머리는 어깨를 넘어가지 않는다. 지저분한 곱슬머리보다는 파마해서 웨이브를 크게 만들고 에센스를 바르면 촉촉함이 유지된다. 예전엔 곱슬머리의 단점을 피하고자 억지로 매직을 하여 풀어냈다. 온전히 그곳에만 신경이 가고 관리하기가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었다면 지금은 곱슬머리의 장점을 잘 살려내 ‘C컬 웨이브 파마’를 한 이후 간편하게 머리 손질을 할 수 있다. 오일과 에센스를 바르고 나서 툭툭 털어내고 유지되니 신경이 덜 쓰인다.

     

 곱슬머리를 개선하기 위한 경험으로 내게 맞는 머리 스타일을 찾아냈다. 결국 답은 단점을 없애려 억지로 감추기보다는 그것을 되살려 장점으로 변화시킨 방법에 있다. 물론 주기적으로 미용실을 방문해서 파마하지만 방문 횟수가 줄어드니 머리카락도 덜 손상되고 오히려 낫다.


엔칸토 속 미라벨/월트디즈니 컴퍼니코리아


 내 스타일을 가장 잘 알아내서 기쁘다. 그나저나 나이가 들어가니 흰머리가 많이 나온다. 흰머리가 있으면 지저분하여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이것도 어찌할 방도가 없어 염색한다. 염색하면 더 깔끔하고 단정해 보인다. 전체가 흰머리로 백발의 중후한 멋을 풍기면 좋겠지만 아직 그 단계가 아니라 당분간은 염색하여 유지해야 한다. 며칠 전 염색을 하러 미용실 가서 갑자기 떠오른 두 줄 시가 있다. 미용실에 앉아 염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떠오른 생각에 혼자 피식 웃었다.      


<좋아도 안 하는데

자꾸자꾸 나오는 것>     


 염색, 파마 등으로 미용실 방문한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시간마저도 파마하는 날은 머리 손질까지 최대 반나절은 족히 걸리니 하루가 다 가는 느낌이다. 화학약품인 파마약, 염색약으로 허덕일 나의 두피는 과연 괜찮을까? 이 글을 쓰고 보니 지난 몇십 년을 고생했을 내 머리카락과 두피에 미안해진다.      



억지로 가리기보다 당당하게 마주하기
우리는 존재만으로도 특별한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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