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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아 May 03. 2024

초록을 버무린 이야기

밥과 커피와 그 안의 자유에 대한

24.05.03. 금요일은 바람을 타고


 점심시간 '룰루랄라' 동료와 바람을 쐬러 나간다. 날도 좋고 기분 전환도 밖으로 나온다.

요새 업무가 많아 힘들어하는 동료의 맘을 달래고 함께 으쌰으쌰 응원도 할 겸 근처로 나가 밥도 먹기로 한다. 석갈비로 유명한 오래 전통의 식당을 오늘의 장소로 정한다. 그곳으로 가려면 시골의 외곽을 달려 저수지로 향하는 벚꽃 명소를 지나야 한다. 벚꽃은 이미 져서 이동하는 차량은 많지 않다.

벚나무 잎은 풍성하여 도로 양옆에 그늘을 시원하게 드리우고 있다. 성큼 여름이 올 것만 같다.

그림자가 이미 초록이다.


 도착 후 깔끔한 음식을 먹으며 좋은 이야기를 얹어 맛있는 밥을 버무린다.  창에 비친 햇살이 용케도 들어온다. 아주 맑은 날이다. 고기 한점 나누며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이, 그것도 맛있는 것을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밥과 즐거움이 함께 하니 곧 기운을 북돋아 줄 자리가 된다. 같은 음식이라도 같이 먹는 상대가 누군지에 따라 따라 맛의 정도가 다르다. 알맞게 익은 고기와 곁들인 동치미 국물이 시원하게 어울린다. 한 그릇 뚝딱 금세 비우고 따땃해진 배를 데리고 나온다. 식당 주변에 심어 놓은 배나무 잎이 햇살에 눈이 부셔 배시시 웃는다.


 '언제 한번 법 먹자'는 미래의 일이지만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는 지금 여기 있다.


 하늘마저 푸르르니 저수지의 공기가 참으로 맑다. 봄이 되니 풀꽃에 눈이 간다.

여기저기 이름 모를 풀꽃은 땅을 딛고 일어선다. 저수지 주변을 따라 피어 있는 별 모양 다섯 꽃잎 봄맞이꽃의 앙증맞음이 눈에 들어와 박힌다. 하늘에서 우수수 내려와 풀밭 위로 쏟아진 별빛이 꽃이 되었나 보다.

자연 그대로를 호흡하고 눈을 들어  즐기어가는 지금이 행복이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풀밭을 가로지르는 애기똥풀이 초록의 향기를 가득 머금어 샛노란 빛을 발산한다.

햇빛에 둥글게 비친 노랑은 나의 눈으로 번지어가 스스로 빛을 낸다.

‘톡’ 줄기를 꺾어(사실 풀에 미안한 일이지만) 동료의 손등에 유액을 쭉 흘려준다.

손등 위로 번진 노란 아기 똥물 같은 색감이 신기하고 따사롭다. 시골 놀이를 제대로 즐긴다.  


 애기똥풀 꽃말은 엄마의 사랑과 정성, 몰래 하는 사랑이다. 지천에 널린 흔한 꽃이라 무심코 지나치기 쉬우나 엄마의 사랑만큼 묵묵히 고귀한 빛으로 언제 어디서든 피어난다. 그래서 봄이면 이 꽃이 나오나 보다. 겨울을 이겨낸 씨앗의 영글음은 엄마가 지켜낸 사랑의 크기이다. 바라지 않고 그저 주는 사랑이다.

 

 오늘처럼 업무와 업무 사이 무계획이 계획이 되는 순간, 서로의 응원을 더해가며 자유로움이 된다.

시간과 시간 사이는 좀 더 풍성해진다. 참으로 고운 시간이다. 그래서 그 자유가 고맙다. 규칙 안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달콤한 자유로움이다.   

 

 갤러리카페로 이동해서 식후를 즐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0분!

그 사이 내려진 커피 향과 유화 그림이 포근히 물들어 우리만의 대화로 즐겁게 피어난다.

응원은 말로 하였을 때 힘을 내기도 하나 말없이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난다.

그것은 지금을 함께 나누는 것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우리만의 정원이 된다. 정원에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좋은 양분을 보태는 것이 그저 좋기만 하다. 초록으로 버린 참으로 시원한 바람이다.



정원을 채워가는 향기는
오래도록 은은해질 신뢰와
편안한 마음을 품어가는
 '사랑'이라는 거다.


초록을 낀 하늘
노란 애기똥풀이 눕다
가득 넣어 담아 가기
바람의 자연을 노래하는 유화 전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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