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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늘의 시 24화

쓰는 사람

그저 쓰는 것이 좋아서 그렇게 쓰는 나

by 현정아


끄적이던 마음이 지금 나를 부른다

숱하게 써 내려간 오늘, 그것은 나라는 시


어떤 단어가 나를 이끌어 사유하고

어떤 단어가 나를 움직여 행동하게 하며

어떤 단어가 나를 위하여 사랑하고

어떤 단어가 나를 보듬어 안아가며

어떤 단어가 나를 내세워 남겨지나


내가 새긴 글이라는 하나의 언어는

수만 가지 생각을 집약해 낸 덩어리


자석처럼 당기고 밀려진 언어만큼,

숱한 창작의 고통은 달콤한 비밀

쓰는 순간만큼 채워지는 기쁨


어떤 단어로 나를 품어내

어떤 단어로 나를 통하여

어떤 단어로 나를 만들고

어떤 단어로 나를 찾아내

어떤 단어로 나를 부를지


그것은 나의 몫


그저 쓰는 마음 하나,

글로 풀어 나를 세운다




쓰는 순간, 그 순간만큼은 어떤 고통도 잊게 만든다.


내가 쓴 글 속에 숨어있는 나의 감정들, 그 미세한 떨림과 깊은 숨결들은 글을 통해 드러난다. 쓰면서 느끼는 내면의 여정은 때로는 혼란스럽고, 때로는 평화롭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나라는 존재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는다.


단어 하나하나는 내 마음을 표현하는 작은 그림이다. 글을 쓰는 행위는 나라는 존재를 세상과 연결한다. 글을 쓰는 자체가 나에게 더 많은 이해와 사랑을 가져오고, 다시 나를 성장시킨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나를 찾아가는 일이다. 그 시간만큼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된다.


내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글들을 남길지는 철저히 나의 몫이다.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 소리를 글로 풀어내면 그 속에서 나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를 이해하면 타인을 인정하게 되고, 나를 사랑하면 타인을 더 귀하게 여기게 된다.


글을 품은 생각이라는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린 창고이다. 열려있기에 비우고 채워질 창고가 된다. 쓰면서 생각이 정리된다. 비우고 채워진 글들은 따스한 힘이 있다. 언어로 채워질 것들은 곧 나를 만든다. 나의 행동을 이끌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준다.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발판이 된다.


글 속에서 나의 마음과 생각은 숱하게 펼쳐진다. 쓴다는 행위 자체가 나를 찾는 과정이자, 나를 알게 되는 여정이 된다. 각 단어는 나의 내면의 조각을 조금씩 끌어내지만, 그 조각들이 모이고 모여 커다란 하나를 이룬다.


기록된 것 중 어떤 것은 지워지고 버려지지만, 그것이 있기에 다시 태어나는 글이 된다. 창작의 고통이 있기 때문에, 그 고통이 결국 나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통을 안고 탄생하는 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된다. 그래서 고통은 달콤하다. 고통의 과정이 있기에 그것이 쌓이면 어마어마한 가치를 이룬다. 그것을 성장이라 부르고 싶다.


마음을 꺼내어 쓰고, 그 쓰임으로 내 존재를 표현하는 것만큼 깊고 진지한 일이 또 있을까? 그 기쁨을 알게 된 순간 비로소 내가 내 인생 위에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저 쓰는 것이 좋아서 그렇게 쓰는 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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