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닮은 위대한 것은
투박한 손에 담긴 1년이
택배 상자에 담겨 오다
현관 앞, 한라봉 두 박스
노부모의 환한 기쁨
자식 입에 먼저 넣을 생각
흔적을 이고 진 고단함은 귀한 것
영글어 맺히도록 더하고 더한 계절
두껍고 거친 손마디 사이
일군 흙빛을 따라 곱게도 익었다
고운 흙이 되기까지
일구어간 것은 무엇이기에,
말로는 설명할 길 없는 마음이기에
괜스레 울컥해지는 가슴
껍질을 감싼 시트러스 향
살포시 비튼 열매 하나로
은은해질 정성을 진하게 마시다
호흡을 따라 퍼진 건
겨울의 끝자락에 고이 머문
그대로의 사랑
한 입 베어 문 새콤함이
입안을 따라 퍼지고 퍼져
그만 그 맛에 손을 놓지 못했다
내가 따라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죽어도 영영 잊지 못할 만큼의
크나큰 사랑이기에
투박하고 거친 손에 담긴 1년이 택배 상자에 담겨 왔다. 퇴근 후 현관문 앞을 차지한 한라봉 상자를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한라봉은 노지 감귤밭 한쪽에서 노부모의 기쁨으로 열심히 자란다. 자식 입에 들어갈 생각으로 가득한, 1년 동안의 농사가 온 계절을 품어 있기에 귀하기만 하다.
두꺼워진 손마디를 따라 일구어간 흙빛이 눈에 선하다. 억척스럽게 땅을 일구고 고운 흙을 다져내기까지 몇 번의 고단함을 이겨내었을까. 문을 열고 한라봉 두 상자를 들여놓았다.
노부모의 진한 마음이 상자를 따라 들어오고, 봉인된 테이프를 떼어 열어젖히니 흐뭇한 미소가 가득 고여 있었다. 그 마음이 눈에 선하여 한라봉 하나를 얼른 집어 들고 껍질을 깠다. 강한 시트러스 향기가 공간을 휘감으며 퍼져 나간다. 새콤한 향을 따라 입안에 침이 고여 말을 잇지 못했다.
한라봉을 하나하나 넣으며 포장하고, 택배를 부치며 잘 도착하기까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부모의 손길이 여기에서 향긋한 향으로 되살아나 겨울의 마지막을 달군다.
톡 쏘는 한라봉의 향기가 입안으로 퍼진다. 마치 그동안의 시간이 모두 응축된 듯, 1년이라는 계절이 모두 모여 입맛을 돋운다. 하나의 열매가 나오기까지 이끈 정성이 입안에서 터져 나오니 한라봉은 단순한 열매가 아니라 사랑임이 전해진다.
그저 맛있게 먹어 줄 자식 생각으로 고단함을 뛰어넘은 부모의 가장 큰 인내를 품었기에, 그 사랑 앞에 그만 뭉클해졌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