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철학, 마지막

건강하게 즐기고 치열함으로 인내하는 삶

by 현정아

[나무철학, 강판권 지음]

제19장 봄을 즐기는 법 │매화의 철학 p.226~239


봄을 즐긴다는 것은 곧 생명의 근원을 본다는 말이다. 추운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것은 인고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p.230


♧ 조선의 유학자들은 매화를 ‘군자’에 비유했다. 매화를 인격화해서 군자로 삼은 것은 매화의 삶을 닮고 싶다는 인간의 강한 욕구의 발로다. p.230


♧ 매화꽃처럼 아름다워 보이는 겉모습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 누군가의 희생이 있다. 묵묵히 꽃을 받쳐주는 꽃받침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봄은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 p.231

♧ 봄이 찬란한 이유는 매화가 화려하게 피었기 때문이 아니라 매화가 아름답게 피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음이 빛나기 때문이다. p.231


♧ 정당매(주 1)에서는 삶과 죽음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사람이든 식물이든 삶이 있으면 죽음도 있다. p.233


♧ 나무는 죽은 자리에서 새로운 생명을 만든다. 인간 역시 죽으면서 새로운 생명을 만들 수 있어야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죽으면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면 제대로 살았다고 할 수 없다. p.233


♧ 봄은 소생하는 계절이다. 묵은 것을 떨쳐버리고 새것을 만들어내는 계절이다. p.233


♧ 돌아오는 봄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자신을 돌아오게 한다. 그래서 누가 언 땅을 깨워주기보다는 스스로 깨어나야 새롭다. p.233



매화

개울가에 아름답게 두 가지 서 있는데
앞 속에 향기 나고 다리에는 꽃빛이 비추네
서리 바람 일으켜 쉽게 얼 것은 걱정하지 않으나
다만 따스함을 맞아 옥빛이 사라질까 걱정하네
p.236


퇴계 선생이 도산 서당을 완공한 60세에 남긴 시



♧ 봄은 생명이 돋는 계절이지만, 생명을 돋게 하는 것은 물이다. 그래서 봄은 물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p.236


♧ 물은 생명체의 근원이기에 봄에는 꽃만 볼 것이 아니라 물소리를 함께 들어야 한다. p.236


♧ 봄을 감상하는 것을 ‘상춘賞春’이라 부른다. 상춘은 봄을 즐긴다는 뜻이지만 ‘상’의 뜻에는 ‘칭찬하다’가 즐긴다는 뜻보다 먼저다. p.236

봄은 언제나 나부터 시작된다. 봄은 나부터 시작하면 항상 봄처럼 에너지 넘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p.237


* 정당매(주 1): 무려 600년 동안 살아있는, 한국에서 가장 나이 많은 매화로 지리산 자락에서 살고 있다.



매화의 향기


<나의 생각 따라가기>


사실 봄이 오면 먼저 피는 꽃과, 돋아난 나무의 싹 자체에만 눈이 맞추고 감탄을 했다. 봄이 되어 피어나는 생명은 실로 겨울 안에 품어진 것이었음을, 겨울을 잘 이겨낸 신호임을 미처 바라보지 못했을까!


겨울을 이긴 생명은 아주 작은 움틈으로 시작되어 시작에 대한 새로움을 준다. 진정으로 보아갈 귀하게 여길 아름다움은 비단 꽃과 싹에만 있지 않고 품어간 땅의 인내와 고이 간직하여 안아간 나무의 버팀에 있다.


봄의 시작을 눈에 보이는 빛깔로만 보았으니 이번에는 주변으로 눈을 돌려 나무를 힘차게 흐르는 물이 가진 생명의 소리, 잎사귀와 줄기로 이어진 하나를 잘 보고 들어야겠다. 새로움이라는 시선을 확장하여 보는 삶은 얼마나 멋질지 이번 봄이 유난히 설렌다.


벚꽃의 흐드러짐, 진달래의 향기, 흐드러지게 피는 노란 산수유꽃들은 실은 나무가 가진 힘이다. 1년을 이겨낸 삶이 봄으로 다시 피어난다. 봄이 시작될 즈음 햇살은 지금보다 부드러워질 거다. 웅크린 어깨를 활짝 펴 기지개를 ‘쭈욱’ 켜서 다시 시작될 날이 가져온 인내를 봄의 향기로 잘 맡아보리라.


뿌리로부터 나무 끝까지 이어진 연결은 인고의 시간이다. 채워지기 위해서는 깨끗한 바탕이 있어야, 그릇이 있어야 가능해진다. 꽃받침이 가진 힘과 줄기로 지탱한 에너지가 있어야 비로소 꽃도 고운 빛깔을 낼 수 있는 법이다.


책 안에 놓인 매화의 삶에서 진득한 향기를 맡아본다.

작고 여린 꽃이 전하는 온화한 품위는 세상의 시끄러움에 결코 흐트러짐이 없다.

나도 매화처럼 온화한 힘을 가지길 소망한다. 꽃으로만 맺혀 떨어지기보다 추위 속에 꽃을 피워낸 나무의 인내를 받아들이고 새로움 안에서도 반듯함을 잃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물이 흐르는 길에는




제20장 치열하게 아름답다 / 아까시나무의 철학 p.240~251

♧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중요한 건 그런 고통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p.241


♧ 인간은 숲이 언제나 고요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곳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숲은 삶과 죽음이 넘나드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p242


♧ 나무는 철저히 이기주의자다.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만 산다. 절대적인 이기주의자라야 다른 존재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 p.242


♧ 절대적인 이기주의자는 치열하게 살아간다. 내가 나무를 사랑하는 이유도 치열한 삶 때문이고, 내가 나무 이름을 갖고 있는 것도 그 치열한 삶을 배우기 위해서다. p.243


♧ 치열한 삶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치열한 삶은 본질에 대한 물음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화두話頭(주 2)와 같다. p.243


‘나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화두는 한마디로 ‘치열한 삶’이다. p.243


치열하게 사는 자만이 다른 존재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인간이 나무의 도움을 받으며 사는 것도 나무의 치열한 삶 덕분이다. p.244


♧ 편견을 버리고 한 생명체로써의 아까시나무를 바라보면 이 나무도 소나무처럼 멋지다. 아까시나무는 누구를 탓하며 살지 않는다. p.247


♧ 나무의 모든 순간은 치열하다.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처럼 치열함은 결코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어떤 분야든 치열하게 살아가는 자는 아름답다. p.249


♧ 인간이 살아가면서 지치는 이유는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치열함이 없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자는 언제나 당당하고 불안해하지 않으며 지치지 않는다. p.251




<나의 생각 따라가기>


나무의 치열함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 역시 나무의 삶처럼 이미 치열함이 가득하다. 책을 읽기 전에 치열함에 대한 나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무언가 치밀하지만 남과 경쟁하며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때론 아등바등하며 힘겹게 버티는 모습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 치열함에 대한 나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 악물고 버티고 치밀하게 살아가는 것은 같을 수 있겠지만 이것에 대한 생각의 깊이와 태도의 질이 다르다. 치밀한 생각 안에 내가 행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 최선을 다해내는 것이 곧 치열함이라 여겨진다.

저자는 아까시나무를 치열함의 대명사로 보았다. 아까시나무는 추억이다. 잎을 하나씩 뜯으며 사랑에 대한 고민을 갈망하게 한다. 나무의 둥글어진 마디를 뜯으며 소망을 염원하게 된다. 흐드러진 꽃망울이 팝콘처럼 터질 때쯤이면 비가 내리고 초여름이 온다.


비를 맞은 여름이 아까시나무의 꽃잎으로 흘러넘치고 은은한 향기로 생동감을 준다. 그 향기는 순수하다. 나무는 오직 꽃을 피우기까지도 하루를 살아가는 치열함만 생각한다. 그 최선을 알기에 벌은 꽃의 꿀을 열심히 나르고 덕분에 우리는 아카시아꿀을 맛있게 먹는다. 치열함이 없었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계절을 나고 자라는 동안 우리도 나무처럼 치열함을 지녀야 아름답게 잘 살아갈 수 있다. 치열함으로 내게 돌아올 것들은 경험 안에 녹아든 인내다. 사소한 것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내가 행하는 무언가가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최선을 다해간 것 자체가 나를 이룰 하루의 책임을 이끈다.


거부하고 싫은 생각이 들어있는 생각과 태도는 치열함과 거리가 멀다. 그렇기에 치열함은 세상을 잘 살아가는 증거다. 누구보다 나에게 먼저 당당해질 치열함은 삶에서 내가 가져가야 할 태도다. 치열함의 인내를 쓰디쓴 약으로만 여겨 찡그리고 뱉어내지 말고 희석하고 잘 삼키어 가보자.


인내와 치밀함으로 책임을 다하여 가는 나로 지금을 잘 살아가는 증거를 만들어 보아야겠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어떻게 살아갈지를 기쁘게 생각하고 행동하자. 주어진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멋지게 이끌어 가보자. 그것이 바로 내 삶을 치열함으로 이끌 답이 될 것이기에.



치열함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