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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usion을 infusing 하다

조금씩 스미는 일이란

by 현정아

infusion을 infusing 하다.



infusion

1. 명사 격식 (어떤 것을 더 강하게·성공적이 되게 하기 위한) 투입
2. 명사 (찻잎·약재 등을) 우려낸 [달인] 차[약물]
3. 명사 의학 (정맥에 주사하는) 주입[주입제]



infuse(현재 분사: infusing)

1. 동사 격식 (특정한 특성을) 불어넣다 [스미게 하다]
2. 동사 격식 (속속들이) 스미다 [영향을 미치다]
3. 동사 (찻잎 등을 [이]) 우리다 [우러나다]



주사 약물을 정확한 속도로, 정확한 시간 안에 주입할 수 있는 장비가 있다. 바로 infusin pump라고 불리는 의약품 주입 펌프이다. 지속해서 양압을 가해 설정된 약물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여 정맥에 주입되도록 하는 장치이다. 일반적으로는 Dosi-flow라고 하는 시간당 속도를 맞출 수 있는 수액 세트와 연결된 장치를 이용하나 이것은 혈관의 상태나 위치에 따라 주입 속도는 실제와 다르게 영향을 받게 된다.

infusin pump(의약품 주입 펌프)는 신중하게 투여해야 할 약물들을 일정한 속도로 주입하되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고, 수액 세트에 공기 방울이 있거나, 침윤되는 등 수액이 더 이상 투여가 되지 않을 때, 세트가 꼬이거나 막히는 경우 경보음을 울려 즉각적인 처치를 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이다. infusion system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pump 형태와 syringe 형태가 있다.



출처 AMPALL


보통 통증이 심할 시 쓰는 마약성 진통제, 진정제, 승압제, 항암제, 고영양요법 등 상태 변화에 따른 집중 치료 시 소량의 약물로 일정한 양을 정확하게 주기 위해 사용된다. 그중 자주 사용하는 약물 중 한 가지는 중환자실이나 수술 중(마취과)에 자주 사용되는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주사제이다. 간혹 쇼크나 허혈로 인해 혈압이 저하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수액으로 충분히 보충을 해도 혈압이 오르지 않고 교정이 되지 않는 경우 사용하게 된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인체의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계를 자극하여 혈압을 상승시킨다. 이를 통해 혈류량과 인체의 대사활동이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전신에 분포된 말초혈관을 수축시키고 미비하지만 기관지 점막의 부종 감소를 유도해 상기도 폐색으로부터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이로써 쇼크로부터 환자를 지키고 혈압이 안정하게 되도록 유지해 주는 고마운 약물이다.

환자에게 적용 시 환자의 상태와 몸무게에 따라 약물 용량이 결정된다. 투여 전, 후 수치를 확인하면서 처치하는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용량이 적정 수준으로 투여가 되고 있는지는 환자 상태에 따른 객관적인 지표와 검사 결과, 나타나는 반응 등을 모두 취합해서 적용해야 한다.


실제로 수치가 급격히 낮은 환자의 혈압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시간당 정확한 양(많은 양을 한 번에 투여하지는 않음)을 소량씩 주입하도록 infusion pump(의약품 주입 펌프) 장비를 사용하게 된다. 전원을 켜고 시간당 용량을 입력하고 공급할 수액량을 설정한다. 이후 현재까지 투여된 양은 제일 하단에 있는 모니터에 실시간 보이게 된다.

수액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수액 줄의 유량조절기(롤러 클램프, Roller clamp)를 열게 된다.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지만, 부서 간 이동이나 환자 이송 등으로 부득이하게 infusion pump(의약품 주입 펌프)에서 약물이 든 수액백을 분리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유량조절기(롤러 클램프, Roller clamp)를 반드시 잠근 후에 분리해야 한다.



출처 성원메디컬



infusion pump에서 분리되기 전 조절기를 잠그지 않으면 열린 수액 세트를 통해 많은 양의 약물이 한꺼번에 환자의 몸에 들어가게 된다. 낮은 수치와 더불어 높은 수치에 이르는 고저의 경계를 극과 극으로 한꺼번에 맛보아야 하니 신체는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는 기전에서 혼돈의 상황을 만들게 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극도의 낮은 환경을 최대한 끌어올린 높은 수치는 중간 과정 없이 갑자기 산꼭대기를 오른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인체의 보강 체계를 알고, 형평성을 잘 이루어가도록 하기 위한 주의 깊은 관찰과 처치가 필요하다. 마른땅에 물을 조금씩 흘려보내어 촉촉하게 젖어들게 하는 것이 땅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간다. 마른땅에 퍼붓듯 쏟아지는 폭우는 이리저리 땅을 흔들어 깊게 파이게 만들 뿐이다. 오히려 서서히 흡수하지 못하기에 혼란함과 함께 받아들이기 힘든 과중한 무게가 되고 힘겨움만 낳는다.


손상에 대한 회복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신체의 작용 기전에 의해 나타나나 그렇지 않은 위험한 상태에서 보강이 필요한 약물들이 부작용 없이 몸에 잘 반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때론 아주 조금씩 흘려보내어 서서히 스미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시간당 아주 많은 양의 수액을 정확한 속도로 주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에도 이 장비를 이용한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중증 전신 화상 환자가 많은데 이 경우 체액 불균형을 완화하여 생명을 유지하고자 수상 시간 기준으로부터 화상 범위, 몸무게에 따라 주입해야 할 수액의 양이 결정된다. 이것을 파크랜드 법칙(4cc*몸무게*전체 화상 범위)이라 부른다.


화상의 종류와 범위, 깊이에 따른 소생 가능성이 여러 치료 과정과 더불어 수액을 통한 집중 치료를 통해서도 함께 이루어진다. 수액 소생술은 전신염증반응증후군에 따른 수분 요구량을 맞춰 환자의 혈역학적상태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유지시키기 위한 방법이다. 24시간 안에 들어갈 용량이 결정되면, 첫 8시간에 계산된 전체 양의 절반을 먼저 투여하고 남은 16시간 동안에는 나머지 양을 주게 된다.


수액 세트의 조절기만으로는 도저히 적용이 안 되는 시간당 주입량이기에 infusion pump는 아주 유용하게 사용된다. 예를 들어 1리터의 수액을 시간당 700cc씩 라인 2개로 연결하여 주게 된다고 하면 눈으로도 가늠할 수 없는 속도기에 주입 장치를 연결하여 정확하게 투여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더 강하게, 성공적이 되게 하기 위한 투입과 주입을 통해 안정을 되찾는 일은 우리의 일에 현재 진행형인 ‘~ing’가 붙게 되면서 확실한 마법을 부린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infusing이 동사로써 어떤 특정한 특성을 불어넣어 스미게 하고, 영향을 미치고 우러나게 하는 뜻을 가지고 있다.

‘스미다’


이 단어로도 충분히 눈길이 머무는 이유는 마음이 와닿았기 때문이다. 아주 적은 양으로도 환자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은 크다. 눈에 보이지 않은 미세한 양이 조절되는 효과는 때론 강하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꾸준하게 행하고 다가가면 인생에 스며들어 전체를 아우르는 힘을 발휘하게 된다.


천천히 스미는 일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찻잎이 따뜻한 물에 우러나 고운 빛깔을 띠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깊은 향기를 남긴다. 그것은 진하지 않은 고요함과 은은함이기에 오래도록 여운을 주는 고마운 향이다. 봄이 오는 것은, 시나브로 아무도 모르게 천천히 이루어지는 일들이다. 어쩌면 봄이 오는 훨씬 이전부터 봄은 이미 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봄을 천천히 나고 자란 여름이 가을을 말갛게 보내고, 겨울은 우수의 가을을 살며시 보듬어 안는다. 계절이 조금씩 스민 일들이 겨울로 완전히 감싸 안아 다시 온화한 봄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스미는 일들이 촉촉해지도록 나와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행위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일이다. 좋은 마음을 아낌없이, 지속해서 나누어 가는 것은 인생을 진정으로 내게 스미도록 하는 일이다. infusion을 infusing 하는 일은 내게 주어진 하루 안에서 어떤 것을 스며들게 할지 마음으로 그리는 일이다. 나로부터 천천히 닿은 자리가 어떤 공간이 될지 스스로 후회 없도록 조용히 간호로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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