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열어
* 아이 울음의 끝에 다다른 다정한 손길
아이들을 대할 때면 그게 어떤 울음이든 어루만져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두렵고 아파서 나오는 눈물은 내 마음 깊은 곳을 적신다. 그래서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드는 것이다.
울음이 성가시고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울음의 끝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들을 이어가고 싶은 것이다. 아이의 상황에 따라, 아픔을 견디게 하는 말들을 자연스럽게 전해 간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내가 성숙해지는 말들이 된다. 말로 전하는 마음을 소리 없이 어루만지게 된다.
주사를 놓다 보면, 나도 아이가 된다. 아이마다 울음소리는 그 깊이가 다르다. 예방접종을 받는 아이는 건강한 울음을 짓지만, 아픈 아이의 울음은 그와 다르다. 그 울음을 만나면 나도 아픈 아이의 마음이 되어 다독이게 된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더 아프다. 울음을 대신하여 보듬을 마음은 내가 그 나이의 아이가 되어 가는 거다. 그것이 아이와 나의 눈높이가 아닐까?
* 성홍열을 앓는 아이
성홍열 진단을 받은 3세 아이가 입원했다. 39도 이상의 고열과 온몸에 퍼진 좁쌀만큼 한 발진은 정말 가관이다. 가려움증까지 동반되어 아이는 힘들어한다. 고열로 인해 오한이 발생하고 인후통까지 겹쳤다. 음식을 못 먹어 우유만 겨우 소량 먹었다고 했다.
온몸에 기운이 빠져 있다. 혀에 백태가 가득 껴 있다. 임상적으로도 성홍열 초기에는 흰 딸기처럼 변한다. 마치 백태가 잔뜩 껴 있는 지금의 양상을 띤다. 시간이 지나면 백태가 벗겨지고 딸기혀처럼 빨갛게 변하고 두드러졌던 유두도 붓게 된다.
입원 후 아이는 1인실에 격리되었고 아이는 고열로 인해 축 처져 있었다. 수액 처치와 혈액 검사를 동시에 시행한다.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홍역과 가와사키 등과 같은 질환들과의 감별 진단을 위해 여러 가지 검사를 시행한다.
임상 증상과 병력만으로 성홍열 진단을 내리기도 하지만, 정확한 판정을 위해 편도나 인두 쪽에 세포를 긁어 배양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 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4일에서 7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의사에 소견에 따라 임상 증상과 병력을 가지고 진단이 내려지고 항생제 치료와 함께 그에 따른 증상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무엇보다 법정 감염병 2급에 해당이 되는 질환으로 신속하게 성홍열(의사 환자) 신고가 이루어진다.
* 아이의 울음 속 간호사의 마음
처치 중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나는 조심스레 다가가 마음을 다독인다. 울음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닌 내가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기쁨의 소리가 된다. 아이니까 울 수 있다. 자라면서 울고 싶어도 참아야 할 때가 있기에 가끔은 아이처럼 펑펑 쏟아내는 것이 필요한지 모른다.
아이의 눈빛과 반응을 통해 어떤 말들을 전해야 하는지 배워가기도 한다. 감염병이 무엇이든, 간호사로서 내 손길을 나누는 데 두려움은 없다. 그저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가는 사실이 좋기만 하다.
* 증상 조절과 간호
주사 처치를 끝내면 대부분 아이는 울음을 멈춘다. 그러나 그게 끝은 아니다. 울음이 멈춘 후에도 나타나는 다른 증상이 없는지 주의 깊게 관찰한다. 증상에 따라 질환은 다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서 적절한 처치가 필요하다.
증상 조절이 필요한 시점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처치하는 것은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전 투약 이력을 확인한 후 해열제를 투여한다. 발진으로 인한 가려운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않게 덥지 않은 환경을 유지하고 편안하게 지내도록 돕는다.
* 치료를 향한 마음
발진에 따른 가려움증을 완화하기 위한 클로르페니라민과 덱사메타손이 처방됐다. 몸무게에 따라 약물을 준비한 후 천천히 정맥으로 투여한다. 이 약물들이 아이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세심하게 살핀다.
클로르페니라민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히스타민을 억제한다. 덱사메타손은 항염 효과가 있어 염증을 완화한다. 적절한 약물 사용은 아이의 회복을 돕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 외에도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손길을 넣어주는 것이 다. 내가 하는 일이 아이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일이라 보람차다.
* 그래도 함께
아이의 울음의 끝은 불안과 아픔, 두려운 감정들이 뒤섞인 거친 바다와 같다. 우리의 역할은 그 눈물을 함께 닦아내며 잔잔해질 바다로 흐르도록 돕는 일이다. 흘러가는 말 한마디에 품은 간호는 다정한 말이다.
그 말들로 오가는 아이의 아픔을 보듬어 간다. 내가 전해 가는 마음은 아이의 눈빛에 가 닿는다. 그것은 곧이어 치유와 회복을 바라는 격려로 되살아나는 일이다. 그저 마음을 열어내는 한 마디, 간호로 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