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대하며 살 것인가
봄이 온다. 조용히 때를 기다려 움츠리던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다. 이런 시기에는 새로움이 여기저기 움트지만 그만큼 지독한 추위가 함께 한다. 새로움의 변화 앞에 부딪히는 것들은 긴 겨울이 남긴 아쉬움의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 소리가 우리에게 과거를 기억하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변화 앞에 서서 지난날을 잊지 말라는 무언의 움직임을 지금 혹독한 바람으로 나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현재를 살아간다. 지금과 미래를 이끈 과거는 잊어버리고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몸으로 받아들여 다시금 일어설 발판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변화의 시작에는 항상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과거 안에서 가지고 가야 할 것들을 잘 안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태어났기에 시절의 경험으로 지금을 만든다. 추위가 있어야, 고통이 있어야 생명은 시작된다. 온실 속에서 안전하기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누군가의 보살핌과 자신의 성장이 적절히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환경이 변화되고 계절의 절기가 이전과는 다르지만, 성장은 시기마다 반드시 이루어지니 여기에 발맞추어 함께 가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지금을 잘 살아가기 위해 환경 안에서 적절하게 활용할 포용과 수용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겨울을 안을 봄은 그렇게 혹독하게 오는지도 모른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나의 어린 시절과 너무나도 다르다. 흙에서 놀고 뒹굴고 자연에서 뛰놀던 시절은 요새 아이들에게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강산이 몇 번 바뀌다 못해 급속의 성장과 발전을 이룬 현대의 문명은 지금도 저만치 달려 나간다. 나는 여기서 한창 걸어가고 있는데 세상의 빠르기는 내 걸음을 훨씬 지나 토끼처럼 쏜살같이 지나간다.
변화의 흐름을 거부할 것인지, 안아갈 것인지에 따라 삶의 방식은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삶이 ‘좋다’라고 평가할 순 없지만 내가 놓인 공간과 환경에 따라 적절히 융합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견문을 넓혀야 함은 분명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때론 흐름에 유연하게 몸을 맡기는 것이 중요한데 이와 반대로 무언가 들어오지 못하게 걸어 잠그고 폐쇄한 막힌 문은 되지 말아야 한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함께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로 안내하고 이끌고 밀어주는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도전을 주지만, 그에 맞서 싸우는 방법 중 하나를 알아가는 것은 예방접종과 같은 과학적 접근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일일 것이다
현재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과 성인은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을 형성하고 질병을 예방한다. 백신의 종류는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되게 많아졌다. 시대를 거치는 동안 바이러스는 변이 되어 다르게 나타난다. 성행하는 바이러스에 따라 새로운 백신이 개발되어 접종되는 사례만 보아도 그 변화의 양상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백신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개발되었고, 이는 우리가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예를 들면 BCG 백신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백신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1921년에 처음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사용되었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백신이다. BCG 백신은 90여 년 전 처음으로 사람에게 사용되었으며, 결핵을 예방하기 위한 유일한 예방백신으로서 인류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새로운 결핵 예방 백신을 만들기 위한 기초적인 분자생물학적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지난 10여 년 전부터는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되어 최신 기술을 이용한 결핵 예방 백신이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출처, 식품 의약품 안전처).
백신 접종 여부가 건강과 건강하지 않음으로 나뉘는 것은 아니다. 접종 여부의 차이가 옳고 그름을 만드는 것 또한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에 맞춰 면역을 형성하게 하고 바이러스 등 질환에 노출되더라도 이겨낼 힘을 주기 위함이기에 예방접종은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있어 개월 수에 따라 중요한 일정이 됐다.
사실 학교를 입학하고 성인이 되어 기숙사 입실이나 기관 실습, 단체 활동, 입대, 해외 방문 등을 위해서는 접종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필수 예방접종 외에도 접종 종류가 많다. 면역저하자나 노출 위험이 있는 경우 특정 백신을 선택하여 접종하기도 한다. 바이러스 양상에 따라 서로 다른 질환을 낳고 약물에 내성을 만들고 또 다른 변이를 만들어낸다. 사람이 살고 있는 한 바이러스는 함께 공존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연구 개발되어 출시되고 질환을 예방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은 무엇보다 건강을 지키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질환에 노출이 되면 일상이 무너지고 아픔이 두렵고 무섭기 때문이다(코로나 때의 상황이 생각난다).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겨울철에 호흡기 감염에 노출이 되면 폐렴이나 기관지염, 후두염, 심하면 천식 등으로 인해 고생하게 된다. 폐렴은 과거 죽음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질환이었지만 지금은 치료만 잘하면 잘 낫게 되는 병이다. 하지만 재발이 잘 되기도 하고 노인의 경우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의 원인이기도 하니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질환이다.
세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진행되기까지 영향을 끼치는 바이러스 중 하나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RSV)이다.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성인의 경우 대부분 1~2주 안에 회복이 되지만, 영아나 노인은 면역체계가 약하므로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는 1세 미만 영아에게 세기관지염과 폐렴을 일으키는 흔한 원인이며, 어린이에게 노출되어 심해진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일부 영유아에게는 세기관지염으로 인해 심한 호흡 곤란과 폐렴이 심해지면 호흡을 보조하기 위한 장치를 투입하는 등 집중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 출시되어 접종하고 있는데 생소한 백신이기도 하지만 가격이 기존 백신보다 더 가격이 나가기 때문에 많이 들여놓을 수도 없다. RSV로 인해 중증의 질환으로 이환될 가능성이 커지는 일명 고위험 영유아는 미숙아이거나 6개월 미만 영아, 만성 폐질환이나 선천성 심질환을 가지고 있는 24개월 이하의 소아, 면역체계가 약한 소아가 해당이 된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본원에서 접종을 희망하는 경우 현재 직접 예약을 통해 백신 입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나의 가격이 만만하지 않기에 백신 하나를 다루는 것이 보물단지 대하듯 귀하다(다른 백신도 마찬가지이지만).
생후 한 달 된 아기가 백신 접종을 위해 내원했다. 백신의 성분은 니르세비맙이고 효능효과는 RSV(Respiratory Syncytial Virus)로 인한 하기도 질환을 예방하는 데 있다. 활성물질인 니르세비맙(nirsevimab)은 바이러스 진입 과정에서 필수적인 막 융합 단계를 억제하여 바이러스를 중화시키고 세포 융합을 차단하게 된다(출처, 사노피). 접종 대상은 생후 첫 RSV 계절에 진입하거나 생후 첫 RSV 계절 도중인 상황에서의 신생아 및 영아이다. 또 생후 두 번째 RSV 계절 동안 중증 RSV 질환에 대한 위험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생후 24개월 이하의 소아이다. 부모는 아이가 좀 더 건강하길 바라는 맘으로 큰맘 먹고 접종하러 온 것이다. 백신은 단순한 의학적 도구가 아니라,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를 위한 작은 사랑의 표현이지 않았을까? 표현 방식은 다르겠지만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부모의 마음이 보이는 듯하다.
2세 이하 감염력이 90%나 되기도 하고, RSV 치료제가 없었을 때는 그만큼 예방이 중요하게 적용이 되었기에 기관지염이나 폐렴의 흔한 원인인 RSV로부터 건강을 지키고, 그로 인한 입원 확률을 낮출 수 있기를 기대한다(실제 해외 사례에서도 백신 접종을 통해 RSV 관련 입원이 유의하게 감소하였다고 한다).
아기가 태어난 순간 경이로운 생명은 눈앞에서 감동과 희열로 다가온다. 사랑을 담은 아기가 비로소 눈에 보이면 지켜낼 마음이 점점 커지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내려진 사랑이 아이의 모습에 온전히 담긴다. 아기가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이 된다.
백신 하나로 아기의 울음이 힘차게 대답한다. 변화되는 환경에 따라 시절마다 이겨낼 것들은 무궁무진하게 펼쳐지겠지만 그 자리에서만큼 가져갈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가면 좋겠다. 현란함 안에서도 꿋꿋하게 한 계절을 나는 신비함을 알아채 우리의 마음 안에 가져가면 좋겠다. 환경에 따라가되 자연을 지독히도 거스르지 않을 신비함을 지켜내면 좋겠다. 그것은 변화의 흐름에 따라 우리도 함께 성장하며, 그 변화 속에서도 자연의 신비를 들여다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나누는 사랑만큼 품어진 마음을 닮아 세상을 향해, 자신을 위해 포용하는 삶으로 인내하며 자라나기를 소망하며 간호로 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