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us

Q. 미국 정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by Sol Kim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다 보면 status (신분)의 중요성을 정말 뼛속까지 깊이 새기게 된다. 모국에서 살 때는 공기처럼 당연했던 일들이 이민자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뼛속.png



신분 없이는 입국해서 장기간 체류할 수 없고, 적절한 신분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출국해야 하며, 만약 제때 출국하지 않는다면 불체자 (불법체류자)가 되어 검거 및 추방의 공포와 늘 함께해야 한다. 설령 검거되지 않아도 불체자의 삶은 너무나도 험난하다. 의료보험도 없고, 신분증도 발급받을 수 없으며,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질 수도 없다.






사업이든 취업이든 미국에서 "정착" 혹은 "장기 거주"하고 싶다면 시민권자 (Citizen) 혹은 영주권자 (permanant resident or Green card holder)의 신분을 얻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다. 문제는 이 길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험하다는 점이다.



1. First Class

시민권자의 자식이거나, 시민권자와 결혼하거나, 150만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통해 투자 영주권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2. Business Class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직군 (i.e. Software Engineer), 능력이 출중하거나 (i.e. 특허가 많은 공대 박사),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을 할 각오가 되어 있는 경우 (i.e. 닭공장, 도넛 공장) 취업비자나 영주권을 취득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


3. Economy Class


대부분의 문돌이들이 거쳐가는 길이다. 가장 첫 단계인 비이민 취업비자 (H1B)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학교 졸업 직후 20~30%의 확률을 뚫어야 하며, STEM 학위(수학 및 공학 계열)가 아닐 경우 떨어지면 대다수가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 (물론 추첨 전에는 누구나 나는 될 거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비자가 당첨되었다고 끝이 아니다. H1B 비자의 최대 연장 가능 기간이 6년이기에 그 안에 영주권 취득을 지원해줄 고용주를 찾아 나서야 한다. 대부분의 회사는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를 찾지 굳이 영주권을 지원해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운 좋게 그런 직장을 찾아서 영주권 취득 절차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공무원을 제외한 미국의 고용 형태는 대부분 “At-will employment (고용주든 근로자든 일방의 의사에 의해 언제든 고용이 종료될 수 있는 계약)”이기에 경기침체나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인해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 해고 후 몇 년간 진행된 green card 프로세스를 새 고용주와 함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 차라리 운이 좋은 경우이며, 해고 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모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신분이 약점인 이민자들에 대한 악덕 고용주들의 각종 갑질 - 저임금, 폭언, 나쁜 업무환경..-은 덤이다.


이마저도 이민에 우호적이지 않은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더욱 험난해져서, 한해 한해 모든 절차가 더 느려지고 더 엄격해졌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이민에 우호적인 바이든 정권이 출범되었지만 아직도 미 이민국의 업무 처리는 이전에 비해 굉장히 느리다.






Status가 이렇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고 힘든 문제이기에 내가 출석하는 버지니아의 한인 교회에서는 매주 일요일 예배를 드릴 때마다 “주여, 이 곳에 모인 사람들의 재정의 문제, 학업의 문제, 신분의 문제를 해결해 주시옵소서”라는 문구가 대표 기도에서 빠지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신분의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기도문이며, 나 또한 영주권을 받기 전까지는 매일같이 절절하게 반복할 내용이기도 하다.


아, 내가 이런 상황이 될 줄 알았다면 한국에 있을 때 주변의 중국인이나 베트남 이민자들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을 텐데. 혹시나 미국 정착의 꿈을 품은 분이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부디 꼭 잘 알아보고 나서 이 꽉 물고 오시기를 권고한다. 나처럼 준비 덜 된 상태에서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정말 뼛속까지 아프다.


keyword
이전 09화자폐아를 위한 프리스쿨을 찾아서(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