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여름, COVID로 인한 자가격리에도 어느샌가 익숙해졌던 그때. 저녁 산책에서 예상치 못한 광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30년을 넘게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반딧불이가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얼른 집 안으로 뛰어들어가 태민이와 아내를 데리고 나왔고, 동물이나 새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태민이도 신기해하며 긴 시간 동안 싫증 내지 않고 반딧불이를 쫓아다녔다.
손가락 한마디만한 곤충들이 눈 앞을 천천히 날아다니는데 꽁무니에서 형광빛이 반짝반짝. 해가 지고 빛이 사라져 가며 반딧불이들은 더욱 강한 빛을 뿜어내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모기들이 달려들었지만, 반딧불을 보고 있을 때는 묘하게 현실 감각이 사라지면서 아무래도 좋다는 기분이 든다 (물론 나중에 들어와서는 사방에 연고를 바르느라 고생해야 했지만...)
텍사스에서 아파트 주차장과 골프장을 누비는 사슴들을 봤을 때도 놀라웠지만, 이 곳에서 반딧불이를 보았을 때의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어떻게 아파트 단지에 반딧불이가 있을 수가 있지? 한국보다 오염이 적은 탓일까? 아니면 버지니아가 워낙 나무와 풀이 많은 환경이라 그럴까?' 이유야 어찌 되었건 한 여름철 저녁 산책 길에는 아파트 단지에서, 놀이터에서 반딧불이를 자주 볼 수 있었고, 봐도 봐도 반갑고 신기한 느낌은 가시질 않았다.
서늘한 기운이 돌면서 어느샌가 자취를 감춘 반딧불이.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시 나타날 그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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