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5(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40대, 힘들고 지친 일상 속에서 하루 하루 버티는 우리를 위하여

by 김태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평범한 20년차 직장인 입니다. <작가는 처음이라>, <유대인 교육의 오래된 비밀>,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작가 입니다.


40대, X세대를 응원하는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저자가 책의 원고를 브런치 가족분들께 시리즈로 공개합니다


코로나 판데믹 시대, 위기의 ‘마흔’, 이제 진짜 나를 만나야할 시간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스토리5_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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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세월을 막을 장사는 아무도 없다. 그 세월 속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이를 먹게 된다.


인간이 태어나 20대가 되기까지 나이 드는 것은 성장을 뜻하고, 마흔 이후에는 성숙을 거쳐 늙어가게 된다. 인간이 늙기 시작했다는 것은 삶의 갈림길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에는 나이든 사람을 지칭하는 두 가지 용어가 있다. ‘노인’과 ‘어른’이 그렇다. 노인과 어른은 마치 동의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철저하게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결론적으로 어른은 노인이 될 수 있지만, 노인은 어른이 될 수 없다. 노인은 한마디로 자기 자신만 아는 사람이다. 주위 모든 사람이 자기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나이만 먹었지 나잇값을 못하는 사람을 왕왕 볼 수 있다. 사람이 늙어 노인이 되면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되고, 결과적으로 노인은 쓸쓸한 외톨이가 된다.


반면에 어른은 나이가 들수록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다. 타인을 위해 기꺼이 그늘이 되어주기에, 어른은 나이 들어 병석에 누워 있어도 만나는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어른의 주위에는 강요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노인은 노력하거나 연습하지 않아도 세월 속에서 저절로 되지만, 나이 들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젊었을 때부터 부단히 자신을 가꾸고 가다듬어야 한다.


나이 들수록 유치하다는 소리를 듣는 노인이 많아지는 것은 나이를 훈장으로 여길 뿐, 어른이 되려고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함께 늙어가야 한다.


이해할 수 없던 것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없던 사람을 포용하며, 나눌 수 없던 것을 나누는 후덕함이 나이듦의 자산이다.


어른과 노인의 차이점을 쉽게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느 만석꾼 집에 신식 며느리가 들어왔다. 가만히 보니 시어머니가 곳간을 열고 아무에게나 쌀을 퍼주는 것이 아닌가?


머슴이든 소작농이든 동네 사람이든, 와서 힘들다는 아쉬운 소리만 하면 곳간의 쌀을 퍼주는 것이었다. 젊은 며느리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시어머님은 체계적인 살림살이를 하실 줄 모르는구나. 내 시대가 되면 나는 저런 식으로 낭비하지 않을 거야.’ 세월이 흘러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며느리가 곳간을 맡게 되었다.


경제권을 이어받은 며느리는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답게 매일 가계부를 쓰면서 시어머니와는 달리 모든 것을 알뜰하게 절약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며느리가 경제권을 맡으면서부터 만석이 나오지 않았다. 며느리는 알뜰하게 경제를 꾸리면 소출이 더 커지리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반대로 흘러갔다.


젊은 며느리가 보기에는 시어머니의 씀씀이가 헤픈 것 같았지만, 그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시어머니이기 이전에 온 동네의 어른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것을 기꺼이 베풀어 동네 사람들을 위한 넉넉한 그늘이 되어준 것이다.


그 그늘 밑에서 모든 사람이 신명 나게 일했으니 만석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젊은 며느리는 배운 사람답게 가계부는 철저하게 정리했지만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한 그늘이 되지는 못했다.


삶의 그늘이 없는 곳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이 본능적으로 인색해지기에, 그런 삭막함 속에서 예전처럼 만석이 나올 리 만무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처신은 포용하는 어른의 삶인지, 자기만 생각하는 노인의 삶인지에서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노인이 많은 사회는 허약할 수밖에 없지만 어른이 많은 사회는 결속력이 강해지고 사회에 전반적인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어른의 경륜과 지혜는 그 어떤 무기보다 더 강하다.


우리 사회에 어른이 없다고 남의 이야기하듯 한탄만 할 일이 아니다. 인생에서 벌써 중년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자신부터 어른으로 가꾸어 나가면 머지않아 이 세상은 존경스러운 어른들로 가득할 것이다.

예전에 색종이 김영만 아저씨 열풍이 분 적이 있다. 갓(God) 영만이라 부르며 색종이 아저씨에 열광하는 2030세대는 반가움에 눈물을 흘렸다.


색종이 아저씨는 인형의 눈, 코를 큼지막하게 붙이면서 “아이들 것은 다 크게 만들어줘라. 그래야 마음도 커진다”고 이야기하며 2030세대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색종이 아저씨는 지금의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단순히 추억팔이를 한 것이 아니다. 사실 젊은 세대들은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이 시대의 진짜 어른이 그리웠을 것이다.


기성세대는 스스로를 ‘칠포세대’, ‘N포세대’라고 자조하는 젊은이를 위로하기는커녕 ‘열정페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거리낌 없이 착취하고 있다. 포기밖에 대책이 없다고 한탄하는 사회를 만든 책임도 기성세대에 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흘러간 옛 노래를 되뇌며 대책 없이 젊은이의 나약함을 훈계나 하려드는 사람에게 누가 공감하겠는가.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살아내야 할 현재와 행복해야 할 미래가 있다.

그렇다. 중년이라는 고개에 들어선 우리들은 앞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어른으로 살아갈지, 아니면 자신만 생각하는 편협한 사고를 지닌 노인으로 살아갈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학교 다닐 때는 지식이 필요하지만 사회생활에서는 그 지식을 이어주는 지혜가 더 중요하다고 말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듯이 지혜는 지식을 꿰는 통찰력을 의미한다.


중년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지식이 아닌 지혜의 폭을 넓혀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마흔의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다.


젊은 시절 남의 눈으로 살며 좌절감을 맞보고, 여기저기에 삶의 생채기도 많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마흔을 넘어서면 자기 눈으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최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사람의 인생에서 40대가 가장 불행한 나이라고 한다.


사람의 행복은 20대 후반부터 점점 하락했다가 40대에서 바닥을 찍고 50대부터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하며, 인생의 행복곡선은 45세가 최저점인 'U'자 형태를 띠게 된다고 했다.


20대는 걱정과 근심이 비교적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적어 행복감이 크고 중년이 될수록 가정과 사회에 대한 중압감에 점차 불행하다고 느끼게 된다.


다만 행복곡선이 'U'자 형태를 띤다고 해도 20대와 60대가 동일한 정도의 행복을 느끼는 것은 아니며 60대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조건에서 만족을 느끼는 법을 체득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마흔이란 나이는 인생에서 가장 퍽퍽한 시대를 살아가는 나이다. 이제 더 이상 젊은이들처럼 혈기 넘치는 패기는 없다. 하지만 마흔부터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세상을 품는 큰 바위 얼굴이 되어 가야 한다. 그래야 일터에서도, 가정에서도 어른으로서 대접을 받을 것이다.

직장인 사이에도 어른과 노인에 일맥상통하는 말이 있다. 바로 리더와 관리자다. 진정한 리더란 ‘직원들을 꿈꾸게 만들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반면에 관리자는 직원들이 성과를 내도록 독려하고 관리하고 상관에게 보고하는 일차원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이다. 40대라면 중간 관리자 급이기 때문에 리더로 살지 관리자로 살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오늘밤 자기 전에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내일부터 어른의 삶으로 나아갈지, 노인의 삶으로 살아갈지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을 던져 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회사에서 리더입니까, 관리자입니까? 선택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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