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3(남자의 눈물은 무죄)

40대, 힘들고 지친 일상 속에서 하루 하루 버티는 우리를 위하여

by 김태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평범한 20년차 직장인 입니다. <작가는 처음이라>, <유대인 교육의 오래된 비밀>,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작가 입니다.

40대, X세대를 응원하는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저자가 책의 원고를 브런치 가족분들께 시리즈로 공개합니다


코로나 판데믹 시대, 위기의 ‘마흔’, 이제 진짜 나를 만나야할 시간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스토리1_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며



몇 년 전에 <수상한 그녀>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젊은 날 남편을 여의고 홀로 자녀들을 키운 할머니가 우연한 사건을 통해 20대 초반이 된다는 것으로, 전형적인 타임 슬립 영화였다.


그중에 나의 시선을 잡은 것은 주인공 할머니가 다시 얻게 된 젊음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인생을 모두 버리고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자식과 손자들을 위해 나이든 현재를 선택하고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고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와 혼자되신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아들 셋을 위해 젊음을 버리고 고된 식당일을 하며 홀로 자식들을 키워낸 어머니의 모습이 영화와 겹쳐지자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영화에 몰입하다 보니 옆에 아내와 딸이 있음에도 참지 못하고 펑펑 울었다. 같이 갔던 아내와 딸이 휴지를 건네며 굉장히 놀라는 눈치였다.


영화를 보고난 후에도 눈물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사이 이상하게 드라마에 몰입하거나,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접할 때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나이가 들어 그런가.


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원래 남자는 눈물과 친하지 않다고 한다. 여자는 일 년에 평균 30~64회 눈물을 흘리는데, 남자는 10~20회 운다고 한다.


우는 시간도 남자들은 2분, 여자들은 6분을 운다고 한다. 또한 여자들은 단순히 눈물을 훔치는 정도가 아니라 100번에 65번, 즉 65%는 펑펑 운다는 것이다.


반면 남자는 펑펑 우는 비중이 100번 중 6번으로 여자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자주 울고, 더 길게 울고, 더 세게 우는 것이다.


하지만 특이한 사실은 남성호르몬이 적어지고 여성호르몬인 황체호르몬이 증가하게 되는 40대가 되면 자연스레 눈물이 많아진다고 한다.


남자가 중년을 넘어가면 자신을 감싸고 있던 인생의 갑옷이 얇아져서 평소 무뚝뚝한 남자조차도 마음이 섬세해진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래서 멜로드라마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남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함부로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무슨 불문율이나 가풍처럼 교육받으며 자란다. 남자는 평생 세 번만 울어야 한다.


태어났을 때 한 번,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한 번, 나라를 잃었을 때 한 번. 자라면서 이 이야기를 한 번도 듣지 못한 남자가 있을까.


한국의 남자에게 눈물은 너무 인색하다. 신이 남자를 만들 때 고작 세 번만 사용하라고 눈물을 주시진 않았을 텐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남의 시선에 붙잡혀 나를 돌아볼 시간이 별로 없었다. 40대가 되면 사람들은 보통 건강검진을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다. 40년간 살아오면서 내 속에 쌓여 있던 것들을 한 번씩 끄집어내 닦아주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마음속의 찌꺼기를 제거하고, 내 마음의 렌즈를 정기적으로 닦아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모든 물은 아래로 흐르는데 유일하게 거꾸로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물이 눈물’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은 가슴에 있고 눈은 위에 있어 아래서부터 위로 가는 이치인 것이다.


남자의 눈물


하늘 보다 더 무거울까

남자의 눈물

땅 보다 더 넓을까

남자의 가슴

남자는 눈물이 없는 줄 알았다


강은혜 시인이 쓴 <남자의 눈물> 한 구절이다.


물로 몸을 씻듯, 때로는 눈물로 내 영혼을 씻어내야만 한다. 특히 40대에 흘리는 눈물은 나를 넘어서야 한다. 내가 흘린 눈물 못지않게 다른 사람의 눈물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때론 그 눈물을 대신 닦아줄 줄 알아야 한다.

목욕탕에서 흘리는 땀은 밋밋하지만 힘들게 산을 오르며 흘리는 땀은 짜다. 눈물 역시 마찬가지다. 눈에 뭐가 들어갔을 때 나오는 눈물과 삶의 애환으로 흘리는 눈물은 같은 눈물일 수가 없다.


눈물의 화학적 성분이야 비슷할지 몰라도 눈물에 담긴 삶의 농도, 그 치열함에 따라 맛이 차이가 날 것이다. 당연히 치열하게 살려고 몸부림치는 중년의 애환이 담긴 눈물은 짤 수밖에 없을 것이다.


40대 이후 우울증 발생률은 여자가 남자보다 2배 높다. 반면 자살률은 남자가 여자의 2배라고 한다. 남자가 슬픈 감정 표현을 지나치게 억제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자들은 우울하다고 표현을 잘 하지만 남자들은 그조차 쑥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 살면서 정말 필요한 것은 웃는 것 못지않게 우는 것이다.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은 울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해 눈물을 감추고 마음속에 꼭꼭 숨겨놓지만 결국에는 쏟아내야 살 수 있다. 내 마음의 찌꺼기를 털어내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


사람들 마음속에는 예외 없이 자신만의 눈물이 숨어있다.


최근의 일이다.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 두 명과 오랜만에 만났다. 친구 중 한 명은 지방에 살고 있어서 거의 5년 만에 만나게 된 것이고, 제대로 저녁 술자리를 가진 것은 대학교 때 이후 거의 20년 만이었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거하게 하고 다음 술자리로 자리를 옮기려는데 한 녀석이 노래방에 가자는 것이 아닌가?


노래방에 가지 않은지 오래된 상황이라 좀 당황스러웠지만 오늘 너무 기분이 좋다며 자신이 젊은 시절 좋아했던 김광석 노래를 꼭 부르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끌려가다시피 가게 되었다.


신입 사원 시절 노래방이 회식 후 2차 코스인 때가 있었다. 그곳에 가면 고참들의 노래에 맞춰 탬버린을 치고 분위기를 맞추느라 마치 업무의 연속처럼 느껴져 썩 기억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들과 오랜만에 간 노래방은 오래전의 나를 대면할 수 있는 추억의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시작으로 015B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


터보의 ‘회상’,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 Mr.2의 ‘하얀 겨울’ 등 20여 년 전의 노래를 친구들과 함께 부르고 최근 인기 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온 ‘걱정말아요 그대’ 등 주옥같은 노래를 끊임없이 불렀다.


소리를 질러대는 나와 친구들의 모습이 어찌 보면 남성성을 잃어 가는 중년 수컷들의 울부짖음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평범한 삶이 아닌, 유난히 힘들게 살아온 나와 고향 친구들은 각자 대학시절 18번곡을 부르며 향수에 젖어들었다. 그중 한 녀석이 최근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날 때 마다 부른다는 곡을 절규하듯 부르며 눈가에 눈물을 보였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제일 좋아했던 푸른하늘의 ‘마지막 그 아쉬움은 기나긴 시간 속에 묻어둔 채’를 부르던 중 20년 전의 추억과 마주하며 그만 눈물이 찡하고 나고 말았다.

마지막 노래로 가수 이상은의 ‘언젠가는’을 불렀다. 그 노래의 가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젊은 날에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때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20대 청춘은 아니지만 우리는 아직 젊다. 이제 우리는 남자의 눈물은 무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과거처럼 눈물을 참고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 시대는 지났다.


호르몬의 변화가 아니더라도 중년 남성의 눈물은 더 이상 창피한 일이 아니다. 남자도 울 수 있고, 슬프면 울어야 한다. 내 자신에게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더 솔직해지자. 그래야만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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