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힘들고 지친 일상 속에서 하루 하루 버티는 우리를 위하여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평범한 20년차 직장인 입니다. <작가는 처음이라>, <유대인 교육의 오래된 비밀>,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작가 입니다.
40대, X세대를 응원하는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저자가 책의 원고를 브런치 가족분들께 시리즈로 공개합니다
코로나 판데믹 시대, 위기의 ‘마흔’, 이제 진짜 나를 만나야할 시간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스토리2_어린시절 꿈 많던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지방에서 보낸 어린 시절, 나의 꿈은 동네 구멍가게 아들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먹고 싶은 과자를 실컷 먹을 수 있겠지.
또한 어린 시절 나에게 자장면은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울 푸드(soul food)였다. 평소에는 먹지 못하고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 큰 행사가 있을 때 겨우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한동안 중국집 아들이 세상에서 가장 부럽기도 했다.
특별히 놀이터가 없던 어린 시절, 나는 주로 동네 친구들과 뒷산 흙속에서 뒹굴며 놀았다. 동네 어른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이웃들과 음식은 기본이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지냈다. 마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전형적인 이웃의 모습들이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내가 꿈꾸고 자랐던 지방에서의 삶이 딱 그랬다.
중학생 때는 유난히 칭찬을 많이 해주셨던 영어 선생님을 좋아해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고등학생 때는 소설을 틈틈이 쓰며 작가의 꿈을 키워가던 국어 선생님이 멋있어 보여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선생님의 꿈을 버리고 점수에 맞춰 서울로 대학을 가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선하게 변화시키리라.’ 이런 순수한 꿈을 품고 서울에 와서 보니 놀랄 일 투성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인사를 여러 번 시도했지만 어느 순간 나도 포기하고 말았다. 인사해도 받아주지 않을뿐더러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한 연구기관 조사 결과를 보면 이웃에 소속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응답자 중 단 3%에 불과했다. 이는 2001년 31%에서 급감한 수치다.
1996년엔 이웃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답했던 사람들이 15%에 이르렀으나 2016년엔 4%만이 이와 같은 응답을 했다.
이러다 보니 삶에서 중요한 요소로 ‘행복한 가정’을 꼽는 사람들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지만 이웃과의 관계를 꼽은 사람들은 드물어졌다.
어린 시절 내가 자라고 좋은 영향력을 미쳤던 이웃사촌 문화가 붕괴되고 있다. 개인화에 맞물려 이제는 더 이상 동네 어른들이나 주변 분들의 영향력이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다양한 사유로 이웃이 붕괴되고, 인간성이 상실되고, 가정이 파괴되고 있다. 경제 기적을 이뤘다는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주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외롭고 불행한 삶을 산다고 느낀다.
반면에 ‘행복과 따뜻한 이웃’ 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휘게(Hygge) 열풍을 불러온 북유럽의 덴마크는 세계 행복 지수 1위 국가다. 현지 특파원으로 간 국내 언론사 기자가 비결이 무엇인지 조사를 해 보았다.
거리에서 만난 덴마크인 51명에게 “행복하세요?”라고 질문하자 43명이 “네”라고 대답해 행복하다는 비중이 80%가 넘었다. 대부분이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었다고 한다.
특히 놀란 것은 최근에 행복하다고 느꼈을 때가 언제냐고 묻자 상당수가 ‘오늘 아침’, ‘어제 저녁’ 등으로 대답했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응답자가 행복의 비결로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꼽았다. 인터뷰에 응한 어느 대학생은 ‘어릴 때 집과 학교에서 가장 먼저 배운 일이 남을 존중하고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면서 ‘내가 그렇듯이 남도 나를 존중하고 내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단단한 신뢰의 고리가 만들어져 있다’고 말이다. 결국 덴마크의 행복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도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데 좀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개인화가 전적으로 문제라는 것도 아니고 덴마크가 마냥 부럽다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와 덴마크는 그동안 살아온 역사가 다르고 현재 처한 환경이 다르니까.
소득은 행복의 중요 요소지만,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서면 소득의 증가가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고 한다.
행복한 삶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시민의식을 기반으로 한 자신만의 삶의 철학, 즉 마음의 근육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생의 전반전을 마치고 이제 막 40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그래야 한다.
‘인디언은 말을 타고 달리다 내 영혼이 잘 따라오는지 돌아보기 위해 잠깐 멈춘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내가 지금 행복한지 매일 마음을 들여다보고 살펴주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만나기 힘든 사람은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인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말이 있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 정작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다.
세상이 점점 복잡해지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이 나를 엄습해 올수록 나를 만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져야 한다.
사람에게는 두 번의 의미 있는 날이 있다고 한다. 하루는 자신이 태어난 날이고, 다른 하루는 내가 태어난 이유를 알게 된 날이다. 자신이 태어난 이유를 40대인 우리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 이유를 아직 잘 모르겠다면 오늘이라도 잠들기 전에 조용히 ‘존재의 이유’를 대면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우리들은 그간 세상의 시선에 의해 내 삶이 아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생을 살며 자의반 타의반 행복한 삶을 유예해 왔다.
학창 시절에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행복을 유예하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취업을 하기 위해, 취업을 한 후에는 결혼을 하기 위해 당장의 행복을 유예해 왔다.
결혼 후에는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장만하고 나서는 자녀 교육을 위해, 교육 후에는 자녀의 결혼을 위해 또 다시 현재의 행복을 유예한다.
풍요로운 노년을 위해 지금 40대의 행복마저 유예한다면 어린 시절 꿈 많던 소년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그렇게 살아온 인생이 서글퍼 통곡하지 말고 더 이상 나의 행복을 유예하지 말자. 당장 오늘밤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 나의 꿈을 소환해 보자.
나의 영혼과 이야기를 나눠보자. 내 영혼이 잘 따라오는지 돌아본다는 인디언처럼 말이다. 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