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에는 힘이 듭니다.
[공지 아닌 공지]
매번 우울한 이야기만 하다가는 연재를 이어갈 수가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또한 사정상 고시원에서 사셔야 하는 분들도 계실 수 있으니. “장기 투숙 시” 그래도 좀 더 나은 고시원을 고르는 팁을 드리는 코너를 개설(?)했습니다. 그러나 이 팁은 개개인의 생활 패턴이나 중점을 두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 있으니 참고용으로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1. 자신의 식사 패턴 분석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분석이 성공적이면서 본인의 실천까지 이행될 경우, 돈과 시간. 그리고 마음의 여유까지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회사(일터)에 구내식당이 있고, (무료이거나) 가격이 만족스러울 경우. 최대한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식단, 맛, 가격 등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수는 없겠지만, 제공되는 식사가 어느 정도 선에서 그래도 자신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쪽에 가깝다면. 반드시 이용하는 것이 이득이다.
그리고 자신이 최소한의 생존 요리(간장 계란밥, 라면, 순두부찌개, 볶음 등) 정도는 할 수 있으며 그럴 의향이 있는 휴먼인지에 대한 인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래에서도 설명하겠지만. 고시원의 경우 쌀(혹은 밥), 김치, 달걀 정도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간소하게라도 저녁을 챙겨 먹거나 주말에 어정쩡한 끼니를 큰 비용이나 노력 없이 때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구내식당에 탄수화물 살인마가 장기집권 한다거나, 자신의 요리 지식이 요리왕 비룡이나 미스터 초밥왕 정도의 수준이 전부라면. 자연스럽게 외식이나 배달의 횟수가 늘게 된다. 그럴 경우 건강과 통장에 동시에 “빵꾸”가 나는 신선하지만 두 번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을 자주 하게 되므로. 반드시 한 번쯤은 자신이 일주일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의 식사를 “자연스럽게”해결할 수 있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삼시 세끼를 챙겨 먹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지킬 수록 본인에게는 이득인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니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지나가면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당신의 끼니를 홀대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2. 주방이 붐비는 시간 분석
당연한 말이겠지만. 주방이 붐비는 시간은 보통 정해져 있다. 그리고 그 시간대는 명백하게 “식사시간” 때다. 물론 이마저도 고시원마다 조금씩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는데, 그 고시원만의 묘한 배꼽시계는 거기서 살고 있는 구성원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는 주중의 시간대 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주말, 혹은 연휴등이 더 중요하다. 시간이 주중보다 좀 더 허락되는 경우 한 끼 정도는 각 잡고 요리를 해서 먹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시간 이용할 경우 다른 투숙객들이 주방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그 반대의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주방의 식탁에서 밥을 먹는 내내 혼자 그들 앞에서 라이브로 식객을 찍어야만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요리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고 주방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살고 있는 고시원이 언제쯤 바쁘고 어떤 사람들이 주로 주방을 이용하는지를 파악해 두면 단체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아주 조금이나마 예측하거나 줄일 수 있다.
3. 기본 제공품을 확인.
보통 쌀, 달걀, 김치, 라면 그리고 밥솥등을 포함한 요리도구와 기본적인 그릇, 양념 등을 제공한다. 달걀을 상온에 보관하는 곳이라면 날이 더워지면 소비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라면은 무언가를 쟁여놓는 버릇을
가진 입주자와 함께 살면 월급 사라지는 속도보다 빨리 라면이 품절되어 유니콘 보다 드물게 구경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그다지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라면은 없다. 혹은 아주 가끔만 있다. 정도로만 생각을 해 놓는 것이 마음에도 편하다.
물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면, 정수기의 유무 또한 중요하다. 그리고 정수기가 어떤 온도의 물을 제공하는지도 알아두면 좋다. 최근 나오는 정수기들은 끓는 물을 바로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컵라면을 먹거나 차(tea)를 마실 때 번거롭지 않아 편하다. 정수기 자체가 요리 시간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니 입주할 고시원에 정수기가 있다면 한 번쯤은 체크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자신의 방 안에 구비되어 있는 것 외에, 공동으로 쓰는 냉장고가 주방에 있는 경우 명절 때 고향에서 받아 온 음식 등을 넣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어디에나 존재하는 괴도 루팡 때문에 세워놓은 식단이 한순간에 일그러질 수 있음을 늘 명심해야 한다. 또한 일어나자마자 생각나는 주말 아침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얼음 못 먹어 죽은 귀신들 덕에 텅 비어있는 얼음박스를 마주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생각보다 괴도 루팡과 얼죽아 귀신은 우리 근처에, 그리고 가깝게 있으며 기깔난 촉으로 신제품(?)을 “쌔벼”간다.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운이 좋으면 일회용품(비닐, 랩, 플라스틱 수저, 키친타월 등)을 제공하거나 추가적인 가전 등이 있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십중팔구 전자레인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니, 다른 것들은 몰라도 전자레인지는 필수로 있는 곳을 고르는 것이 좋다. 또한 기본 제공되는 식기류나 냄비등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을 수도 있으니. 형편이 된다면 저렴한 것이라도 자신이 전용으로 사용할 도구들을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4. 청소, 청결
사실 이 깨끗함.이라는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첫 번째는 내가 맞이해야 하는 청결함이다. 비록 좁을 수도 있고, 모든 것이 갖춰져 있지도 않으며 상기의 기본 제공품들의 청결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을 수도 있다.(특히 양념, 냄비) 그럴 경우엔 자신이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다. 도저히 못 참겠다. 의 경우라면 자신이 사용하는 것들을 비용을 들여 구매하는 것이 좋으며. 여기까지는 괜찮다.라는 기준이 있다면 제공품들을 찬찬히 둘러보고 사용할 것과 하지 않을 것을 어느 정도 파악해 두면 좋다. 물론 총무나 고시원 원장이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긴 하지만. 자신이 세운 기준과 맞닿게 되는 경우는 잘 없을지도 모르니까.
두 번째 청결은 내가 지켜야 하는 청결함이다. 마음에 들지 않아 투덜거릴지언정 이곳은 엄연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며, 기본적으로 지켜줘야 할 규칙들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설거지 후엔 개수구를 비운다거나 가스레인지를 쓰고 난 뒤에는 튄 것들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먹은 즉시 바로바로 설거지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먹은 것을 치우지 않아서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날 때가 많다. 그러므로 나부터 먼저 조금 손해 본다는 생각으로 치우는 것을 추천은 하지만 어쨌든 상습범이라면 잡아서 말은 할 수 있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