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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교 Jul 30. 2024

용식이-3화

목표가 생기다


용식이는 도매업을 목표로 삼게 되었고,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동대문에서 사입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는 시장의 흐름을 익히고, 매장을 열기 위한 자본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터넷에서 구인 공고를 보고 전화를 걸었을 때, 상대방은 짧게 "내일 11시까지 동대문 광장으로 오세요"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저녁 11시를 넘긴 시간, 용식이는 버스를 타고 피곤에 찌든 사람들 사이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목적지로 향했다. 동대문에 도착했을 때, 주황색 건물이 눈에 띄었고,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도 이곳은 대낮처럼 환했다. 마치 하늘에서 이곳에만 라이트를 비췬 거 같았다. 용식이는 불안감을 느끼며 건물 한쪽 구석에서 사람들을 관찰했다. 사람들은 자신보다 큰 짐을 어깨에 메고 바쁘게 움직였고, 식판을 머리에 쌓아 둔 아주머니는 사람들 사이를 능숙하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용식이는 이들과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외딴섬에 있는 것처럼 낯설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새로운 나라에 혼자 와 있는 기분이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친다. 얼굴에는 다양한 표정이 살아있고 움직임은 역동적이었다.

갑작스러운 빵 소리에 용식이는 깜짝 놀라 정신이 들었다. 물건을 뒤로 넘어갈 듯 실은 오토바이가 그의 코앞을 스쳐 지나갔다. 용식이는 핸드폰을 꺼내서 약속 장소를 다시 확인했다. '디오트 광장 앞 11시'라는 메시지를 보고, 그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광장으로 향했다. 용식이에게 이 순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했고, 그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이었다.




용식이는 디오트 광장 앞에 도착하자, 전국 각지와 해외로 향하는 물건들이 줄지어 놓여 있는 모습을 보았다. 중국, 홍콩, 일본으로 가는 해외 배송 물건들이 산처럼 쌓여있었고,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혼란스럽게 섞여 귀에 들어왔다.


용식이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낯선 공기를 느꼈다.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에 약간의 긴장감이 들었지만, 그는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었다. 주머니에서 메모해 둔 종이를 꺼내어 약속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 순간, 용식이는 자신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도매업에 대해 배워나갈 첫걸음을 떼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 전화는 그가 꿈꾸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시작이었고, 용식이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용식이는 메모해 둔 종이를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면접 보기로 한 정용식입니다. "라고 말하자, 짧은 "아!"라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곧이어 "여기요!"라는 소리가 들려고, 용식이는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건물 입구에 가방을 대각선으로 멘 작고 마른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작고 마른 체격에 창백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얼굴과 입술은 피가 통하지 않는 것처럼 창백했고, 입술도 창백해서 그가 입을 벌리지 않았다면 구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잘못 만지면 부서질 것 같은 손으로 용식이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그 순간 용식이는 예상치 못한 강한 압력에 놀라 손을 뽑아내었다. 그는 한겨울에도 반팔에 소매가 없는 얇은 누비 점퍼를 입고 있었고, 낡은 바지가 여기저기 찢어져 무릎이 드러나 있었다.



남자는 생김새와는 달리 굵고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


"할 수 있겠어? “


용식이는 자신감 있게 대답했습니다.


"네, 문제없습니다. “


남자는 자신을 "오팀장"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일에 적응할 때까지 일당으로 쳐줄 거라고 말했다.


"당분간 나 따라다녀! "라는 말을 남기고 그는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용식이는 사라지는 오팀장의 뒤를 빠르게 따라갔다. 오팀장은 뒤돌아보며 "따라와!"라고 재촉했고, 용식이는 그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시작된 용식의 동대문 시장 생활은 새로운 도전이었고, 그는 시장의 활기와 복잡함 속에서 자신이 할 역할을 찾아가 시작했다. 이 경험은 그에게 도매업의 세계를 배우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용식이가 오팀장을 따라 들어간 건물 안은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온 것 같았다. 끝없이 이어진 골목길이 펼쳐져 있었고, 매번 새로운 길이 나타나며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용식이는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용식아!’ 라며 소릴 질렀다. 오팀장이었다.



오팀장의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마치 소음이 차단된 귀마개를 벗는 순간  주변의 모든 소음. 아니 우주의 모든 소음까지 ‘광’ 하고 한꺼번에 들려오는 느낌이었다. 넓은 공간과 높은 천장에서 반사된 소음이 웅웅 거리며 청각을 둔화시켰다. 용식이는 물밀듯이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해 흔들거렸다. 그 사이에 오팀장은 눈앞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좁은 길은 물건들이 쌓여 더 비좁아졌고, 사람들로 인해 지나가기도 힘들었다. 벌집처럼 빽빽이 들어선 매장들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옷들로 가득했다. 어떤 사람은 물건을 정리하고, 어떤 사람은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고, 또 다른 사람은 멍하니 사람들을 바라보거나, 음식을 먹고 있었다. 매장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용식이에게 옷을 보라며 말을 걸기도 했다.


용식이는 밀려오는 먼지와 소음 속에서 모든 감각이 차단된 듯한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혼란스러움과 압박감이 그를 덮쳐왔지만, 용식이는 자신에게 다짐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든 적응해야 한다."


그는 자신의 뺨을 세게 때리고 정신을 차렸다. 이내 용기를 내어 마음을 다잡고, 멀어져 가는 오팀장을 다시 따라갔다.



오 팀장이 멈추어 서서 말했다.

"여기 오 다지를 줄 테니 가서 물건 받아오면 돼"

작은 메모장에 주문 들어온 매장 주소와 매장명, 받아야 하는 물건 이름과 개수가 적혀있었다.

예를 들어, '2C-6, WHO, 부대 나이스, 꽃무늬 원피스'라는 내용은 2층 C라인의 6호에 있는 WHO라는 매장에서 '부산대 나이스'라는 고객이 주문한 꽃무늬 원피스 받아를 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용식이는 메모장에 적힌 대로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2층은 1층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더 여성스러운 분위기였고, 사입삼촌과 소매업자들이 각자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매장 앞에 도착하자, 이제 막 20살을 넘긴 듯한 매장 직원이 용식이에게 다가와 반말로 물었다.


"삼촌, 어디? “


갑작스러운 반말에 용식이는 당황했지만, 매장에서 일반적으로 호칭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지막이 대답했다.


"아... 부대 나이스. “


"여기! 대봉 가져가, "


매장 직원은 이미 다른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며 용식이에게 물건을 건넸다. 용식이는 빠르게 물건을 받아 들고, 다시 오팀장에게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옷은 커다란 비닐봉지 안에 꾹꾹 눌려 담겨있었다. 이것을 대(大) 봉이라 했다. 봉지 겉면에 '부대 나이스'라고 적혀있는 것을 확인하고 손으로 들어 올리려 했다. 만만치 않은 무게였다. 손으로 들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워서 어깨에 매기로 했다. 대봉에 담긴 옷을 어깨에 들춰 매니 몸이 휘청거렸다.


그의 뒤로 머리 하나는 작고 왜소한 사입삼촌들이 대봉을 어깨에 들쳐 매고 손쌀같이 지나간다.  용식이는 자신을 다독이고 다음 목적지인 3층으로 향했습니다. 그는 4층부터 내려오는 것이 효율적이었지만, 요령이 없던 그는 거꾸로 올라가고 있었다..

 어깨에 올려둔 물건무게에 몸은 한쪽으로 계속 기울어지고 있었고 머리는 한쪽으로 꺾여있었다.


3층으로 올라가자, 또 다른 매장에서 물건을 받았다. 대봉에 담긴 물건은 그의 어깨에 추가적인 무게를 더했다. 용식이는  테이프로 가방처럼 어깨끈을 만들어 오른쪽 어깨에 메고 다른 한 덩어리는 왼쪽 어깨 위에 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간크기쯤 되는 물건을 손에 들었다. 총 3개의 물건이 용식이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용식이는 무게 때문에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계단을 한 걸음씩 내려오는 순간 발을 헛디뎠다. 용식이는 무게에 밀려 결국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눈앞이 번쩍거리고 암흑이 찾아왔다.


충격으로 인해 그는 잠시 의식을 잃었고, 주변 소음과 혼란으로 가득 찼다.

정신을 차려보니 대봉은 옆구리가 터져 안에 있는 옷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사람들은 나를 힐끗 쳐다보고 내 머리 위로 넘어 다니고 있었다.


용식이가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진 후, 오팀장이 나타나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야, 돌대가리냐? 그걸 미련하게 한 번에 들고 내려오게. 요령껏 해, 임마."


가장 바쁜 시간에 둘은 흩어진 옷들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오팀장의 창백한 얼굴은 분노와 피로로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날이 밝아오자, 용식이는 피로에 짓눌린 느낌이었다. 그날의 아침은 새로운 시작의 설렘이나 긴장이 아닌, 오직 '피곤하다'라는 단어만 떠올랐다. 광장에서 다시 만난 오팀장은 더욱 창백해 보였고, 마치 붉은 피가 모두 빠져나간 시체처럼 보였다. 그는 힘없이 말했습니다.


"할 만해? 할 만하면 내일부터 빠지지 말고 나와!"


이 말을 남기고 그는 어디론가 황급히 사라졌습니다.


온몸이 뻐근한 용식이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안에는 출근하는 사람들의 신선한 샴푸 냄새와 향수 냄새가 진동했다. 그와 대비되는 자신의 찌든 땀 냄새는 그가 마치 다른 세상에 속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 날은 용식이에게 도매업의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함을 깊이 깨닫게 해 주었다. 용식이는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지, 몸과 마음의 피로를 느끼며 집으로 향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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