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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교 Aug 02. 2024

용식이-4화

 시장의 흐름을 배우다

사입일은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은 많은 기술과 노력이 필요했다. 용식이는 지방 상인들이나 바쁜 소매상들을 대신해 동대문에서 옷을 구매하고, 잘 나가는 매장의 옷을 추천하며, 이를 매장으로 배달했다. 온라인 판매자를 위해 샘플을 제공하고, 촬영 후 주문이 들어오면 다시 옷을 구매해 소매상의 사무실로 배달하는 일도 했다.


사입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자신이 선택한 옷이 고객에게 더 큰 수익을 주는 것이다. 만약 그의 선택이 성공적으로 고객의 판매를 도우면, 용식이는 그에 따른 마진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자신의 팀을 꾸리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용식이는 옷을 고르는 눈썰미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고, 도매상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필요한 샘플을 확보하고 인기 있는 상품을 미리 확보하는 영업 능력도 배웠다. 도매상들과의 협상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동대문에서의 시간이 흐르고, 용식은 점차 '사입삼촌'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는 경험을 쌓고 기술을 연마하면서 사입자로서 성장해 나갔다. 용식이는 자신의 노력과 끈기를 바탕으로 사입자의 길에서 점점 더 성공적인 길을 걷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나갔다.


 용식이는 단순히 물건을 배달하는 일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시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의 시장 조사를 진행했다. 어떤 가게가 왜 잘 되는지, 장사가 잘 된 매장에서 어떤 디자인의 옷을 팔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원단을 어디서 저렴하게 구입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했다. 또 도매상들이 손님을 어떻게 상대하고, 그들의 판매 전략을 눈여겨보았다.




동대문 시장에는 전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 바이어들이 몰려들었고, 용식은 이를 기회로 삼아 다양한 나라의 바이어들이 선호하는 옷 스타일을 분석했다. 그는 각 나라마다 옷을 선택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국 바이어는 특정한 디자인을 선호하고, 일본 바이어는 또 다른 스타일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 차이를 꼼꼼히 메모했다.


이러한 조사와 관찰은 용식이에게 매우 귀중한 정보가 되었으며, 이는 그가 나중에 사입자로서 더 전략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는 동대문에서의 경험을 통해 패션 시장의 흐름과 트렌드를 이해하고,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파악하는 능력을 키워갔다. 용식이는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사입자로서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며 자신의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용식이는 각국 바이어들의 행동 패턴 특징을 자세히 관찰했다. 예를 들면 중국 바이어는 표정 없이 옷을 본다. 마치 안 살 것처럼, 이 옷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도매상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중국거상 특유의 거만함이 있다. 그러면 도매상은 무언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몇 장을 사면 얼마에 깎아줄지 가격 협상을 제안한다. 중국바이어는 도매상의 제안에 무표정한 얼굴을 순식간에 미소로 바꾼다. 그리고 현란한 손짓으로 매장의 물건을 가리키며 주문을 진행한다. 도매상은 중국 바이어의 손가락을 따라다며 열심히 메모한다.  중국바이어는 선택한 옷을 깔별로 수십 장씩 주문한다. 도매상은 대륙의 힘을 느낀다는 듯 머리가 땅에 다 닿도록 연신 고개를 숙인다.  


더 놀라운 것은 중국바이어들은 만 원짜리 옷을 사다가 중국에서 10만 원짜리 백화점 옷으로 둔갑해 판매하는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 MADE IN KOREA '라는 라벨만 있으면 품질과 상관없이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제는 현찰로 깔끔하게 이루어졌고, 그들은  음료수 한잔을 얻어먹고 쿨하게 자리를 떠난다.

이러한 바이어들은 매주 월요일마다 동대문을 찾아와 같은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했다. 이 때문에 월요일은 중국 바이어들이 많이 몰려드는 날이 되었고, 대부분의 매장은 이 날을 맞춰 새로운 상품을 내놓거나 더 많은 재고를 준비했다. 그 결과, 월요일에는 도매상가 앞 광장이 중국으로 갈 물건들로 가득 찼고, 이는 동대문 시장의 활기와 규모를 실감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일본바이어는 좀 다르다. 일본 바이어들은 보통 새벽시간에 방문하지 않고, 사람이 비교적 적은 한산한 아침 시간에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깔끔한 복장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종종 검정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매장을 둘러보았다. 용식이는 선글라스를 쓰고도 옷의 색상이 제대로 보일지 의아해했지만, 그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쇼핑을 진행했다.


일본 바이어들은 중국 바이어들과 달리 무리를 지어 다니며, 보통 네다섯 명씩 그룹을 형성했습니다. 그룹의 대표로 보이는 인물이 앞장서고, 뒤를 따라오는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팀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대표가 마음에 드는 옷을 보면 당장이라도 구매할 것처럼 연신 '가와이'라며 외친다. 그러면 뒤따르던 어린 여자들은 동시에 가와이를 합창하며 박수까지 쳤다. 이들은 마치 당장이라도 모든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일본 바이어들은 대부분 "가와이"를 외치고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구매 의사를 표시한 후에도, 맨 마지막에 따르는 한국 통역사가 가격을 물어보고 나야 자리를 떠났습니다. 실제 구매가 이루어지다도 에이전시를 통해서만 이루어졌고, 중국 바이어들과 달리 일본 바이어들은 같은 옷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일이 드물었다. 깔별로 몇 장씩만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반응을 확인한 후에야 추가 주문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본 바이어들은 매우 꼼꼼하고 계산적인 성향을 보였다. 동일한 상품을 반복 구매하는 일은 거의 없었으며, 개성이 강한 일본 시장 특성상 한 번에 많은 양을 구매하지 않았다. 또한, 결제 방식도 문제가 있었다. 일본 바이어들은 당일 결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에이전시를 통해 다음 날에서야 결제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차이점을 파악하면서 용식이는 각국 바이어들이 시장에서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행동 패턴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용식이가 사입자로서 더 효과적인 전략을 세우고,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되었다.


사입일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은 용식은 결국 동대문에서 손꼽히는 사입자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는 '사입삼촌'이라는 별명을 떨치고, 스스로 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의 팀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젊은 사입자만으로 구성되었으며, 각자의 개성과 전문성을 살려 함께 일했다.


용식이의 팀은 국내 소매상들과 온라인 쇼핑몰, 그리고 각국의 바이어들이 선호하는 스타일과 트렌드를 끊임없이 연구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에 발맞추었다. 특히, 그들은 새로운 브랜드와 디자인을 발굴하고, 이 국내외 바이어들에게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도매 매장 주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때로는 새로운 디자인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패션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고 선도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팀은 항상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며,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새로운 상품을 발굴할 때는 시장 조사를 통해 어떤 제품이 잘 팔릴지 예측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바이어들에게 맞춤형 제안을 했다.


이렇게 용식이와 그의 팀은 패션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위치를 구축해 나갔다. 그들의 성공은 꾸준한 노력과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팀원들의 협력 덕분이었다. 용식이는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꿈꾸던 목표를 이루었고, 더욱 성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용식이는 사입자로서의 경력을 쌓으며 성공했지만, 사입자를 위한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매장을 열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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