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입삼촌이 되다
용식이의 부모님은 의류 공장을 운영했다. 도매상들에게 의류 제작을 의뢰받으면 옷을 만들에 도매상에게 납품하는 일을 했다. 의류 공장은 언제나 건물 지하에 있었다.
의류 공장은 소박했지만 활기 넘치는 공간이었다. 50평 남짓한 지하 공간에 있는 공장은 여러 사람들의 생계와 꿈이 얽혀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항상 미싱 기계의 윙윙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미싱사들이 일하는 동안 기계는 끊임없이 옷감을 재봉하며, 그 소리가 공장 전체에 퍼져 나갔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누나들 중에는 여러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시골에서 올라와 가족을 위해 일하는 누나, 가정의 문제로 공장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는 누나, 그리고 필리핀에서 온 누나도 있었다. 이 누나는 한국 남자와 결혼했지만 남편이 일을 하지 않아 공장에서 일하며 가정을 책임지고 있었다.
공장 한편에는 용식이의 가족이 생활하는 작은 방이 있었다. 그 방은 용식이의 일상생활의 중심이었다. 방에서는 용식이가 학교를 다니고, 숙제를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등 모든 생활이 이루어졌다. 방안도 공장의 소음은 끊이지 않았다. 미싱 기계의 일정한 리듬이 때때로 그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배경음처럼 들렸다.
공장에서의 생활은 용식이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가족의 힘겨운 노동과 그 속에서 피어오는 따뜻한 정, 그리고 누나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은 용식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곳은 용식이의 삶의 중요한 일부였고, 공장의 소음과 함께 용식이의 기억 속에 깊이 새겨졌다.
용식이는 부모님의 힘겨운 노동을 어릴 때부터 지켜보았다. 어머니는 항상 미싱 기계에 앉아 옷을 만들었고, 아버지는 하루 종일 서서 재단을 하며 저녁이면 도매시장에 납품을 나갔다. 고등학생 된 용식이는 아버지를 따라 배달을 나갔다. 옷뭉치를 어깨에 짊어지고 여러 차례 나르면서, 상가 앞 경비들의 고함을 들으며 빠르게 일을 처리해야 했다.
어렸을 때부터 용식이의 놀이터는 공장이었다. 그는 옷을 만들었다 남은 자투리 천을 가지고 놀았고, 먼지가 쌓인 창고 안의 원단더미 속을 탐험하며 미지의 대상을 향해 전투를 벌이는 상상을 하곤 했다. 용식이의 놀이터는 시끄러운 기계소 리와 탁한 공기 속에서 만들어졌다.
여름이 되면 공장 안은 끈적끈적한 더위와 먼지로 가득 찼다. 에어컨이 없는 공장에서는 선풍기마저 미지근한 바람을 내뿜어, 용식이와 직원들은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땀과 싸워야 했다. 그 결과, 용식이의 목덜미와 사타구니에서는 검은 때가 줄을 이었고, 몸에서 흐르는 땀이 먼지와 섞여 검은 방울이 떨어지곤 했다.
겨울이 되면 추위가 찾아왔지만, 공장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기름난로는 넓은 공간을 충분히 데울 수 없었습니다. 직원들은 남은 옷감으로 몸을 감싸고 았지만, 날카로운 추위를 완전히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쉬는 시간이 되면 공장 누나들은 난로 주위로 모였다. 손과 발을 녹이며 가래떡과 오징어를 난로 위에 올려놓고 긴 쇠자로 이리저리 굴렸다. 노르스름하게 구워진 떡과 오징어는 누나들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누나들은 용식이에게도 떡과 오징어를 나눠주며, 남진의 노래를 틀었다. 용식이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재롱을 피웠고, 누나들은 그런 용식이를 귀여워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공장에서의 시간은 용식이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힘든 노동 속에서도 서로를 위하며 웃음을 잃지 않는 누나들의 모습은 용식이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따뜻한 마음은 용의식이의 삶에 깊이 새겨졌다.
용식이가 자라면서 손이 제법 커지자, 그는 공장에서 조금씩 일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완성된 옷의 실밥을 제거하고, 옷을 고스란히 개어 판매용 비닐에 넣은 후 포장하는 일을 맡았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공장으로 달려가 부모님을 도왔지만, 용식이 가족의 삶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였다.
월말이 되면 용식이 아버지는 수금된 돈을 점퍼 안주머니에서 꺼내며 보여주곤 했다. 만 원짜리 지폐 뭉치가 펄럭일 때마다 먼지가 공중에서 흩날렸다.
그럴 때면 아버지는 "중국요리시켜 먹자"라고 말하며, 용식이에게 작은 기쁨을 주었다. 용식이는 "탕수육!"이라고 외치며 기뻐했다.
공장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누나들과 함께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는 시간은 소박했지만 특별한 순간이었다. 비록 자장면에 먼지가 내려앉기도 하지만, 그들은 그런 작은 불편을 개의 치 않았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함께 웃으며 음식을 나누었고, 용식이는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용식이는 공장에서 자주 보던 도매상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공장에서 제작된 옷과는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공장을 방문하곤 했다. 엄마는 그들을 "도매상"이라고 불렀으며, 우리에게 일감을 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용식이의 눈에는 그들은 공임을 터무니없이 깎거나 결재를 늦추는 나쁜 사람들로 기억했다.
용식이는 생각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힘겹게 옷을 만드는 것은 공장 직원들인데, 돈을 버는 것은 정작 도매상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좋은 차를 몰고, 좋은 집에 살았으며, 싼 값에 만들어진 옷을 팔면서도 고가의 옷을 입고 다녔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용식이는 그들을 질투하면서도 동경하게 되었다. 도매상들의 당당한 태도와 세련된 패션, 자신감 있는 말투, 그리고 때때로 용식이에게 주는 만 원짜리 용돈은 그를 매료시키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은 용식이에게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성공을 부러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대비되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불만과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 그들은 용식이의 가치관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그가 자라면서 자신만의 꿈과 목표를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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