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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교 Aug 17. 2024

용식이(6화)

또 다른 시작, 그리고

용식이가 매장을 열기 위해서는 예상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5평이 채 안 된 공간을 인테리어 하는 데에만 2천만 원이 들었고, 상가는 지정된 업체에서만 인테리어를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이로 인해 용식이는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적인 비용에 부담을 느꼈다.

또한, 용식이는 원단을 구매하고 디자이너를 고용했다. 다행히 부모님이 운영하는 의류 공장에서 옷을 만들어 주고 했고, 공임은 수익이 날 때까지 유예해 주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용식이는 자신의 브랜드와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지원 덕분에 그는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용식이는 이 매장을 통해 자신의 패션 감각과 사입자로의 경험을 발휘하며,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했다. 이 매장은 용식이의 꿈을 실현하는 중요한 시작점이었으며, 그는 여기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다.


현실이 어찌 되었든 용식이는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어이없는 것은 매장에 입점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딱 보아도 졸부처럼 생긴 남자가 매장 앞에 어슬렁 거렸다. 남자는 용식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손님으로 생각하고 본능적으로 인사를 했다.


"보세요 사장님! 오늘 신상 나왔어요 “


남자는 대답 없이 웃고만 있었다. 그리고 내 앞으로 다가와 천천히 말을 걸었다.


"나 주인이야 “


“주인? 나에게 주인이 있었나?”

용식이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입만 멍하니 벌리고 있자 남자는 말했다.

"여기 매장 주인“


용식이는 머리가 찌릿하는 통증을 느끼며 현실을 깨달았다.


“아! 맞다. 주인. 주인이 있었지.”


남자는 매장 주인이었다. 60대 초반 정도로 보였고, 꾸미지 않은 허름한 행색이었다. 그는 원래 재단사였지만, 우연히 구매한 매장 가격이 올라 그 매장을 판매한 후 이곳에 3개의 매장을 샀다고 했다. 매장 주인은 각 매장에서 매달 200만 원씩 받아 월 600만 원의 수익을 내고 있었다.


"장사 처음한다고? 그래 처음에 다 힘들어. 그래서 내가 여기 월세도 싸게 준거야. 잘해보라고."

주인은 거들먹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좀 하다가 잘되면 월세 시세대로 올려줘야 돼. 응! “


아니 여기서 월세를 더 올린다고? 처음 듣는 소리였다. 이 졸부는 도대체 얼마나 더 받아쳐먹으려고 하는 것인가? 용식이는 처음 듣는 소리에 충격을 받았다. 주인이 얼마나 더 많은 돈을 요구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불쾌감을 느꼈다.

주인은 기분 나쁜 웃음을 던지고 떠나는가 싶더니 무엇인가 생각난 듯 다시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월세는 250이야 “


"네? 아니 여기는 200에 계약했는데요 “


"처음이라 잘 모르는 구만. 월세는 200인데. 50만 원은 세금하고 부동산 관리비야. 여기는 다 그래! “


남자는 용식이가 대답이 없자 부동산 중개인에게 전화해 보라며 떠났다. 용식이는 바로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

"아니 사장님. 월세가 200이 아니라 250인가요? 계약서에는 200으로 계약했잖아요 “


부동산 중개인은 말했다.


"아니 동대문에서 도매장사 한다는 사람이 다운계약서도 몰라? “


용식이는 더 이쁜 옷을, 더 멋있는 옷을, 더 좋은 옷을 팔기 위해, 더 좋은 상품의 옷을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녀 옷을 만드는 것에만 신경 썼다. 거래처와의 인맥, 접대, 필요에 따라서는 뒷거래가 제품의 질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용식이가 만든 옷은 점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 때마다 단 한 장이라도 구매하기 위해 소매상들은 매장 앞에서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용식이의 부모님은 새벽 내내 옷을 만들어 시장으로 내다 주었다. 심지어 이전에 입점하기 위해 정성을 쏟았던 상가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운영위원회 회장이라는 사람인데 상가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내준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용식이는 받이들이지 않았다. 어디에서든 성공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용식이의 옷은 유명연예인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해 갔는데, 그 연예인이 옷을 입고 방송에 나오는 날이면 수백 장씩 주문이 들어왔다. 그럴수록 주변상인들의 경계가 시작되었다. 알 수 없는 소문이 용식이 주변에 맴돌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숙덕거리기 시작했다.


“어린 녀석이 돈맛을 아니, 건방지네.”

“저게 다 지 부모가 옷을 만들어주니까 가능한 거야.”

“게이래, 게이. 생긴 것 봐”

“다 한때야, 얼마 못 가”


하지만 용식이는 신경 쓰지 않았다. 밤새워 일해도 피곤하지도 않았다. 돈을 버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그동안의 노력의 보상을 받는 거 같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 주문이 조금씩 줄기 시작하는 것이다. 게다가 유명연예인의 쇼핑몰에서는 계속 히트상품으로 올라 있는데 매장으로는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상하네. 아니 주문이 없는데. 쇼핑몰에서는 계속 팔리고 있어?”


용식이는 매장 점원 정화에게 주변상가를 한번 돌아보라고 시켰다. 잠시 후 정화가 정신없이 뛰어와 말했다.


“오빠. 오빠 ”


얼굴이 붉게 상기된 정화를 보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저. 저기 A상가에 가봐. 빨리!”


A상가는 동매문 상가 중에서도 가장 싸게 물건을 파는 곳이다. 예를 들어 티셔츠가 도매가 만원으로 형성되어 있다면 A상가는 똑같은 옷을 삼천 원에 판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사입일을 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인기 있는 매장의 옷을 똑같이 카피해 싸게 파는 것이다. 즉 싸게 팔되 많이 팔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함정이 있는데 같은 디자인의 옷이라 할지라도 저품질의 원단과 저 품질의 날염을 사용하고, 옷의 크기도 살짝 줄여 파는 것이다. 소매상은 같은 디자인이자만 조금이라도 싸게 판매하는 곳에서 옷을 구매하면 더 많은 마진을 얻을 수 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용식이는 정화의 손에 이끌려 A상가 1층 입구에 있는 매장에 도착했다. 매장을 보는 순간 용식이는 끝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매장의 모든 종류의 옷들은 용식이 매장의 옷들과 비슷했다. 아니 똑같았다. 진열해 놓은 순서까지 모두 빠짐없이 똑같았다. 누가 보아도 이곳은 용식이의 매장이었다. 매장 앞은 옷을 사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고, 직원들은 돈을 받아 매장 내 쓰레기통으로 대충 쑤셔놓고 있었다. 손님들 중에는 용식이네 단골손님도 여럿 보였다.  


용식이는 가슴속 깊이 억눌린 분노와 함께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그는 가짜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을 찾아내어 직접 대면하기로 결심했다. 그가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한 남자가 다가와 반갑게 맞이했다. 그 남자는 마치 오래된 친구를 대하듯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신상 많이 나왔습니다. 최고의 품질과 최저가를 보장합니다. 하하하 “


용식이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억누르며 차분하게 말했다.


"이 옷들, 당신들이 직접 만든 건가요? “


남자는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곧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물론이죠! 우리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한 옷들입니다. “


용식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남자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이 옷들은 내가 디자인한 거야! 너희들은 내 옷을 훔쳐서 저질을 만들어 팔고 있는 거라고! “


매장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주변의 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용식이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곧 무언가를 결심한 듯 눈을 좁히며 대꾸했다.


"증거가 있어? 네가 디자인했다고? 웃기지 마! “

용식이는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 멈칫했지만, 곧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어 여러 사진과 자료들을 보여주었다. 그의 디자인 과정, 부모님과 함께 만든 옷들, 그리고 매장에서 찍은 사진들이었다.


남자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야! 여기 동대문이야. 특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팔든 상관없는 거 아냐? 그럼 너도 싸게 팔던가! 어린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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