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어느 날, 문득 거울이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먼지 때문인 줄 알았다. 손자국이 묻었나 싶어 수건으로 문질렀지만, 아무리 닦아도 맑아지지 않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더러워진 건 거울이 아니라, 거울 속의 나였다.
매일 아침 세면대 앞에 선다. 칫솔을 물고 기지개를 켜며, 습관처럼 얼굴을 본다. 익숙해야 할 얼굴이 낯설다. 어제보다 더 누렇게 뜬 피부, 깊어진 눈 밑 그늘, 말라붙은 입술. 어떤 날은 눈썹이 삐뚤고, 또 어떤 날은 입꼬리가 비틀려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차이를 묻지 않는다. 그냥 모른 척 넘긴다. 살아가야 하니까. 출근은 늦지 않아야 하고, 보고서는 마감 전까지 제출해야 하며, 점심시간엔 상사에게 웃어야 하니까.
내 하루는 정해진 순서로 흘러간다. 아침 6시 기상, 7시 10분 주차장 진입, 8시 첫 메일 확인, 9시 회의. 그리고 10시에는 첫 번째 웃음. 누군가 농담을 던지면 따라 웃고, 부장의 헛기침에도 미묘한 표정으로 맞장구친다. 점심시간엔 사람들 이야기를 조심스레 듣고, 내 차례가 오면 가장 무난한 대답을 고른다.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다.
나는 웃는다. 인사를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보고서를 제출한다. 누군가가 나를 비난하면, “맞습니다”라고 말한다. 그 말이 진심인지 묻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거울 속의 나는 묻는다.
“그게 정말 네 진심이야?”
퇴근 후, 욕실 불을 켜고 거울 앞에 서면, 낮 동안 잘 다듬어 놓았던 표정이 서서히 무너진다. 물로 얼굴을 헹구고 수건으로 닦아도, 눈동자 속의 피로와 허무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밤이 깊을수록 그 표정은 더욱 뚜렷해진다. 마치 거울 속의 내가 낮 동안 숨긴 감정을 하나하나 꺼내놓는 것 같다.
몸은 솔직하다. 입술 안쪽이 헐고, 이유 없는 어깨 결림이 생긴다. 출근길 차 안에서 라디오에서 “오늘도 힘내세요”라는 멘트가 흘러나올 때, 갑자기 눈물이 나는 날도 있다. 그럴 때면 창문을 닫고, 조수석에 놓인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다시 확인한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연습한다.
어느 비 오는 날이었다. 우산도 없이 내리던 빗속, 누군가 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반사적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지만, 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 순간, 나라는 사람의 자리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슬픔도 분노도 아닌, 그저 익숙해진 공허함이 있었다.
그날 밤, 욕실 거울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봤다. 그리고 거울을 닦았다. 세제로, 물로, 손바닥으로. 하지만 거울 속의 나는 흐릿하게만 남았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닦고 싶은 건 유리가 아니라, 내 안에 쌓인 무언가라는 것을.
그 후로도 나는 매일 아침 세면대 앞에 선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을 바라보며 하루를 준비한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표정을 다듬고, 말투를 조율하며 하루를 견딘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은 여전히 묻는 것 같다.
“그게 정말 네 진심이야?”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진심은 아직 거울 속에 남아 있다. 언젠가 누군가가 다시 묻는다면, 그때는 웃으며 말할 수 있을까. “이제는 정말, 나의 진심입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