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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해리 Jan 21. 2022

사람답게와 '도덕성'

김애란의 <가리는 손> | 소설 감상

  ‘개수대 앞 창문을 열어 바깥을 본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나’가 생일을 맞이한 아들 재이의 저녁식사 준비를 하면서 시작된다. 서술자인 ‘나’가 요리를 하면서 과거를 회상한다. 주된 사건은 재이가 목격한 노인 폭행 사건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재이를 키운다. 재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특별한 아이로 취급된다. ‘나’는 그런 재이를 올곧게 키우려고 노력한다. 폭행 사건에 연루되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때도 재이가 상처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 때에도 재이의 아픔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폭행 사건 동영상을 보고 재이가 ‘틀딱’이라는 말을 하며 미소 지었을 때 재이가 노인을 보며 웃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애란 작가의 작품을 접한 것은 ‘침이 고인다’가 처음이었다. 이번에 문학 리뷰를 작성하면서 ‘바깥은 여름’ 중 ‘가리는 손’을 읽게 되었다. 김애란 작가의 문체는 간결하면서 담백하다. 낯설지 않은 사소함에서 사소하지 않은 낯섦을 발견한다.(인터넷 기사에서 인용) 사람들이 으레 일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진귀한 보석을 채취하듯 작품 속에 일상적인 묵직함을 녹여낸다. 김애란 작가 작품의 여성상은 대체로 외로움을 가진, 그러면서도 스스로 인생을 헤쳐 나가는 능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김애란 작가의 인터뷰 기사 속 어머니에 대한 언급을 읽으면서 그런 추측은 좀 더 신빙성을 얻게 되었다. 그의 어머니는 ‘맛나당’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고 시집을 보냈다. 억척스러우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힘으로 가족들을 돌봤던 어머니. 그런 여성상이 김애란 작가의 작품 속에 투영되었다고 본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문구들이 눈에 많이 띈다. 그중 반복되는 문구들은 ‘사람 다 됐네.’, ‘사람답게’, ‘사람처럼’. ‘사람’이라는 단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왜 사람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을까. 이 작품의 서술과 제목 ‘가리는 손’을 깊이 들여다보면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예의나 도리를 얘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죽음에 대한 경외심이라든가, 어른에 대한 공경이라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어른들이 흔히 젊은 세대에게 말하는 ‘사람이 사람다워야지’라는 말처럼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덕과 기본적인 예절을 갖춰야 비로소 사람다워지는 것은 아닐까.


  또, ‘무언가를 한 사람이 아니라 본 사람이 더 상처 입으니까.’(207쪽)이라는 문장도 인상적이다. ‘나’는 재이가 노인 폭행 사건을 목격했기에, 제 품의 자식이기에 더 보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 후반부에 재이가 ‘틀딱’이라는 말과 함께 옅은 미소를 보였을 때 ‘나’는 재이가 가지고 있는 도덕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는다. 자신이 재이에게 준 것을 무엇이었을까 회의감도 가진다. 때로 우리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낼 때가 많다. 나와 친하고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섣부른 판단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의 이면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겁을 먹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작품 속에서 ‘가리는 손’이 의미하는 바는 재이의 잘못을 덮어주고 싶은 무조건적인 엄마의 사랑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 무조건적인 사랑은 올바른 것일까 반문해 본다.


  우리는 얼마나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사소한 예로 담배꽁초를 길바닥에 버리거나 젊은이들이 노약자석에 앉아 있다거나. 무심코 지나친, 타인의 다급함은 없었는가. 우리는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정말 손을 잘 가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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