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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해리 Apr 01. 2023

나의 작가명이 제갈해리가 된 이유

내 인생의 책, 《삼국지》와 《해리 포터》

  초등학교 3학년, 그러니까 내가 9살이었을 때였다. 그 당시 담임선생님이셨던 백충기 선생님(지금도 이름이 기억날 정도)께서는 아이들은 책을 읽고 커야 한다며 학급문고를 만들어 교실 앞뒤에 두셨더랬다. 하루는 수업이 끝나고 문득 학급문고에 있던 책 한 권을 발견했는데, 그 책이 이문열의 소설 <삼국지> 1편이었다. 그 책을 집으로 가져가 반나절도 안 되어 후루룩 읽어버렸을 정도로 소설의 내용은 재미가 있었다.


  유비와 관우, 장비가 도원에서 의형제를 맺는, 그 의리 있는 모습과 관우, 장비가 화웅과 여포를 상대로 멋진 일기토를 벌이는, 용맹스러운 모습 등이 어린 나에게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나를 두근거리게 했던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유비의 모습이었다. 그는 겸손하고 또 겸손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감복시켜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나도 그런 유비처럼 되고 싶었다. 나도 사람을 감동시키고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어 큰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삼국지의 결말까지 수백, 수천 번을 더 읽으면서 나만의 이상을 꿈꿔 나갔다.


  유비 삼 형제가 대의를 품고 의리를 다하는 장면, 그들이 고난을 겪고 뿔뿔이 흩어지는 장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의리를 지켜 재회하는 장면, 융중에서 제갈량을 만나 천하대소사를 논하는 장면, 유비가 제갈량에게 엎드려 백성들을 구하게 도와달라는 장면, 제갈량의 헌책으로 적벽대전에서 조조를 격파하는 장면, 제갈량이 동남풍을 불게 해 주유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장면, 패배한 조조가 화용도에서 관우 덕분에 살아 돌아가는 장면, 유비가 방통을 얻어 익주로 향하다가 방통이 전사하는 장면, 유비가 익주와 한중을 차지해 한중왕이 되는 장면, 관우가 손권에게 잡혀 죽임을 당하는 장면, 장비가 부하들에게 암살당하는 장면, 유비가 이릉에서 육손의 화계에 당해 패배하는 장면, 제갈량이 여섯 번 기산에 출정해 끝내 오장원에서 54세의 나이에 눈을 감는 장면, 촉나라가 멸망하는 장면, 사마염에 의해 삼국이 통일되는 장면.


  삼국지 속의 수많은 장면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내 머릿속에 가득하게 남아 있다. 그만큼 내 유년시절의 꿈과 이상을 대변했던 삼국지였다. 나는 처음에 유비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점점 삼국지를 읽어 내려가면서 '제갈량'이라는 인물에게 반해 버렸다. 제갈량의 신출귀몰한 책략도 그랬지만, 무엇보다도 군주인 유비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심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고도 감동적이었다. 유비가 죽어가면서 자신의 아들인 유선을 대신해 황제의 자리에 오르라고 부탁했고, 그런 부탁을 제갈량은 유선에 대한 굳건한 충성으로 보답했다. 그래서 제갈량은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위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 것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애를 썼던 것이었다. 또, 매사에 몸가짐을 가지런히 하고, 아랫사람을 거느릴 때에도 정도와 원칙이 있었던 제갈량. 그런 제갈량의 지혜를 본받고 싶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게 되었다.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조앤. K. 롤링이 만든 무한한 상상의 세계 속으로 빠져 들어갈 수 있었다. 실재하지 않는 마법의 학교 호그와트와 마법사들이 사는 사회를 자세하게 그려낸 <해리 포터>. 또한, 해리포터의 캐릭터들이 마치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내게 직접 말을 거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왔다. 특히, '해리 포터'라는 아이의 출생과 자라면서 두들리 가족에게 받았던 고통은 너무나 안타깝고 속이 상할 정도로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 11살이 된 해리가 사냥터지기 해그리드를 만나 마법 세계로 들어와 인기 스타가 되었을 때는 나도 기쁘고 설레기까지 했다. 새로운 친구 론과 헤르미온느, 네빌을 사귀면서 진정한 고향을 찾은 해리. 해리의 앞에 또 다른 시련을 펼쳐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 후로  마법사의 돌, 비밀의 방, 아즈카반의 죄수, 불의 잔, 불사조 기사단, 혼혈 왕자, 죽음의 성물에 이르기까지 나의 십 대부터 20대 초반까지는 해리 포터와 항상 함께였다. 새로운 해리 포터 신간이 나오길 조마조마하면서 기다리다가 신간이 나오면 동네 만화 가게인 '영화 마을'로 가서 빌려 보곤 했다. 그때는 그 책을 읽는 것이 어찌나 기다려지던지 지금 생각하면 내가 정말 책 중독이었구나 싶었을 것이다. 책을 읽을 때면 나는 주인공 해리가 되었다. 다음 모험은 어떤 것일까 기대하다가도 해리가 처한 상황을 보면 나도 이런 상황에서 해리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 편인 죽음의 성물에서 스네이프 교수가 죽어가면서 자신의 기억을 해리에게 전달하고, 해리가 교장실의 펜시브로 가서 스네이프의 기억을 보고 났을 때였다. 덤블도어를 살인 저주 '아바타 케다브라'로 죽였던 스네이프가 사실은 덤블도어의 스파이였고, 자신은 적당한 시기에 볼드모트에게 죽어야 하는 존재였던 것. 적당한 시기에 죽어야 했기에 덤블도어는 해리를 적으로부터 보호해 왔고, 볼드모트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해리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야 했던 것. 해리는 죽음의 두려움과 싸워야 했다. 그래서 덤블도어는 스니치에 부활의 돌을 숨겨 해리에게 전달했던 것이었다.


  과연 나라면 그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마 죽고 싶지 않아 도망쳤을까. 아니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운명에 몸을 맡겼을까.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해리는 주저하지 않고 결국 볼드모트에게 살인 저주를 맞아 쓰러진다. 그리고 가상의 세계인 킹스 크로스에서 죽은 덤블도어를 만나 자신이 볼드모트의 마지막 호크룩스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볼드모트를 무찌른다. 그리고 자신의 것이 된 딱총나무 지팡이를 부러뜨리고, 평범한 인간 해리로 돌아간다. 17살이라는 나이에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다니, 남들보다 더 많은 시련과 고통을 겪었을 텐데, 어쩌면 이렇게 멋있는 청년으로 자랄 수 있었을까. 나는 해리의 용기를 본받고 싶었다.


  현재 나의 작가명인 제갈해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내 인생의 책인 <삼국지>와 <해리 포터>. <삼국지>의 주인공 중의 하나인 제갈량의 지혜와 <해리 포터>의 주인공인 해리의 용기를 품고 싶은 욕심쟁이 작가 지망생. 그것이 브런치에 올라와 있는 나의 소개다. 앞으로도 그들의 모습을 본받기 위해 열심히 살아갈 것이고, 책 속에 살아 숨 쉬는 그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 인생의 책, <삼국지>와 <해리 포터>를 내 마음에 간직한 채 나는 오늘도 글을 써 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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