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에필로그
혼자서 다니면 지독하게 외롭다. 길이 외롭고 신발이 외롭다. 풀도 나무도 말없이 외롭다. 징글맞게 외롭다. 주체할 수 없이 외로울 때는 길을 걷는다. 길을 계속 걸으면 외로움이 서서히 새어나간다.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물어보면 나는 외롭다고 말한다. 엉뚱하지만 이제껏 누군가에게 외롭다고 말하지 않았다. 외롭다는 말은 외설스럽게 수치스러웠다. 때로는 그렇게 속내를 털어놓아도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이 내 목에 진득하게 붙어있었다.
정호승 시인도 나처럼 외로웠었나 보다. 외로우니까 사람이고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고 말한다. 나 하고는 비교도 안되게 인생의 깊이를 지닌 분조차도 외롭다고 말한다. 시인이 말한 외로움과는 다르겠지만 인생의 중간쯤에서 외로움에 솔직해진 적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외롭다고 털어놓을 기회도 용기도 없는 사람은 정말 외로운 사람이다. 그 사람이 내가 오늘 길을 가다 지나친 그 사람이다. 아무리 돈이 외로울 틈을 메워준다 해도 홀로 지새는 밤 찾아오는 실존 앞에 모두 외롭다.
시간 남고 돈 많아 외로워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 많다. 그러나, 혼자서 떠나는 여행은 다르다. 혼자 하는 여행은 외로움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려는 몸부림이다. 외로워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외로움을 찾아서 가는 여행이다. 그렇게 여행의 시간이 무르익으면 어느새 외로움은 친구가 되어있다. 그 친구 덕에 나는 더욱 맛을 느끼고 더욱 색을 음미하며 더욱 소리에 감탄할 수 있다. 혼자 하는 여행을 예찬한다. 삶이 곧 혼자 하는 여행이다. 사는 내내 외로운 마음이 들면 혼자 떠나는 여행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