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43-45 <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블로그든 SNS든 독립 출판이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글을 오픈해 보길 추천합니다.
웹 콘텐츠는 언제든 삭제할 수 있으므로 부담이 적습니다. (중략) 시험 삼아
웹에 한 번 올렸다가 지워보는 것도 좋습니다.
연재를 하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 콘텐츠의 중심 줄기가 저절로 정해지곤 합니다. 저자가 대중과 소통하며 감을 잡아가는 것이지요
글쓰기와 결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일단 시작한다. 80년대 생부터 MZ라 친다면 아슬아슬 막차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 아저씨로서 쫌 꼰대 같은 생각일 수 있다. 결혼도 글쓰기도 일단 시작하면 어디론가 달려간다는 것이다. 물론 결과가 모두 좋은 거란 말은 못 하겠다. 결혼도, 글쓰기도, 그 둘 다 잘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이곳 브런치만 봐도 안다. 이별의 이야기가 적잖이 많다.
완벽한 준비는 없다. 작가의 세상에서 탄생하는 이야기가 독자의 세상에서 읽히는 이야기가 된다. 우리는 두 세상을 하나로 만들 수는 없다. 두 세상이 교집합을 하는 틈 사이로 이야기를 흘려 넣어야 한다. 때로는 두 세상이 전혀 맞닿지 못할 수도 있다. 어쩔 수 없다. 작가는 쓰는 과정, 독자는 읽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고 받아들인다. 작가가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지어내지 않는다. 작가의 세상을 만들 때는 독자를 생각하며, 때로는 미래의 독자에게 미리 묻기도 한다. 작가가 일방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를 던져 놓고, 마음에 드는 독자만 읽으세요 할 수도 있다. 물론 같은 세계관의 독자를 만나는 기다림의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보통은 독자를 위해 작가의 세계관을 비틀곤 한다. 내 이야기를 읽어줄 사람을 위해 허들을 낮추거나, 장애물을 치우는 수고를 하며 우리는 독자의 틈을 찾고, 만들어 낸다. 이 과정을 좀 있어 보이게 표현하자면 피드백이라 한다. 소통을 통해서 이야기의 줄기가 바뀌기도 흐름이 바뀌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큰 흐름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제 작가 혼자 만의 작업이 아닌 독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것은 없다. 우리는 항상 부족하게 마련이며, 중요한 것은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것이다. 다른 이에게 글을 보여주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의 머릿속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하다. 말과 글이 사람을 나타낸다고 하는 까닭이다. 글이 부족하면 자기 자신이 부족해 보인다고 생각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글이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 것은 맞지만, 잘 표현하지 못하는 글이 자신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표현은 훈련이 가능한 영역이다. 글이 항상 논리적으로만 설득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도 있다. 이성적인 표현뿐 아니라 감성적인 표현도 글의 중요한 요소들이며, 이는 훈련으로 극복 가능하다. 작가가 글을 자주 쓰고, 읽혀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자신의 글이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알기 위해서는 독자와의 접점을 자주 만들 필요가 있다.
지금 좀 부족하면 어떤가. 내일 쓸 문장은 오늘의 문장보다 더 나아질 텐데. 우린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