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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2. 쓰고 싶은 글의 분위기를 상상하라

by 성준

p 53-55 <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행복을 충전해서 글을 쓰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단어들이 손끝으로 흘러나옵니다.
주제를 정하면 그 글을 어떤 느낌으로 쓸 것인지 상상합니다. (중략)
일러스트레이터나 만화가들이 인물을 그릴 때 그 표정을 따라 지으며 그리면 더 쉽게 그리는 것과 비슷한 과정입니다.




불혹이 지나 젊은 시절을 복기하다 보면, 후회가 되는 부분은 항상 비슷하다.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였다.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할 때 미리 걱정했던 버릇이다. 이 여행은 숙소가 별로야. 날씨가 좋지 않다는군. 거기까지 자차 없이 대중교통? 안되지. 완벽하지 않은 여행을 피했다. 배움도 마찬가지 스키는 겨울에만 탈 수 있잖아? 스페인어는 지금 쓸데가 없어. 악기를 배우기엔 나이가 많지. 골프는 너무 사치가 심해 보여 처럼 안 되는 이유에 집중했다.


나의 젊은 날을 완벽한 날로 채우고 싶었다.

그래서 완벽한 일들만 찾았는데 나의 날들은 불완전해졌다.


우리는 때로 온전한 것들로 스스로를 채우고 싶어 한다. 잘할 수 있는 것들만 이야기하고, 모르는 주제는 스윽 회피를 하곤 한다. 잘할 수 있는 운동만 즐겨하고, 새로운 운동을 잘 배우지 않는다. 잘하는 일들에 집중하고, 어려운 일들을 스윽 옆 사람에게 미룬다. 어쩌면 바쁜 세상에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 하지만 때로는 완벽하지 않은 것들이 우리를 채운다. 처음 해보는 것들에 재능을 찾고, 인생이 바뀐다. 아직 우리가 우리 자신을 완벽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평생을 배워 나갈 만큼 넓은 그릇이다. 채워도 채워도 끝까지 채울 수 없다.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않으면 무한정 늘어나는 마법풍선 같다. 넣을수록 커진다. 90세가 넘어 대학에 입학하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며, 그림을 배운다. 그들은 한계를 무시했다. 스스로 못할 거라고,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 한계를 그냥 무시한 사람들이다. 나의 젊은 날은 스스로 한계를 그었다. 나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반복했다.


모든 것을 배우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뭘 해도 잘 못했다. 걸음마도, 산수도, 영어도, 심지어 달리기 마저 잘하는 것 하나 없었다.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실패하고, 넘어지고, 틀렸다. 그 시절엔 모든 불완전한 것들로 나를 채우고 있었다. 나는 불완전한 것들을 담아 완전해져 갔다. 그렇게 성장했던 나를 잊고 살았다. 완벽한 것들로 채워야 내가 완벽해질 거라 착각을 했다. 그 착각이 나의 성장을 더디고, 멈추게 만들었다.


불혹이 지나서야, 다시 완벽하지 않은 일들을 찾는다. 두 번째 스무 살이 지나서 다시 배움을 시작하고, 도전을 시작한다. 하늘의 뜻을 알고, 귀가 순해지는 때가 되면 나는 또다시 채워져 있을 것이다. 불완전한 것들을 모아 완전해져 갈 것이다.




안녕하세요 성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월/화/수/목/금 :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화요일 : 동생은 죽었고, 나는 살아있다.

목요일 : 짐은 민박집에 두고 가세요

금요일 : Daddy At Home

비정기매거진 : 관찰하는 힘 일상을 소요하다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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