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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Jan 26. 2024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쓰거나 쓰려는 사람뿐.

여행을 소개하는 프로가 유행인 적이 있었다. 영상 속 연예인들은 럭셔리한 여행부터 배낭여행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세계를 소개하고, 즐기고 있었다. 우리들은 열심히도 찾아보고, 연예인들의 힐링을 보면서 만족했다. 여행 프로그램이 조금 잦아들자 이제는 먹방 프로그램이 유행을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기는 모습들. 그 맛있는 음식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익히며 우리는 즐거움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는 혼자 사는 모습을 보면서 그 즐거움을 대신한다. 혼자서도 잘 살고, 열심히 즐기는 모습에 또 즐거움을 빼앗긴다. 이게 무슨 현상일까? 


우리는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을 투영해서 찾고 있었는지 모른다. 여행이 가고 싶지만 못 갈 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지만 먹지 못할 때. 그리고 혼자 잘 살고 싶지만 잘 살지 못할 때 우리의 욕구를 영상이 대신해 주었다. 우리가 원하는 부분을 영상이 대신해 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어째 그 소재가 점점 기본적인 요소로 축소되는 듯하다. 쉽게 여행을 못 가는 점. 쉽게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점. 쉽게 혼자 즐거이 살지 못하는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다. 


외부의 즐거움에서, 점차 의식주 등 기본적인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프로그램은 현실이 그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는 반증인지 모른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삶의 기본적인 요소를 충족시키는 것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급격한 성장이 동반한 부작용일까? 물질에 의해 계급이 나누어지고, 행복이 좌지우지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이제 굳어져 버렸다. 초중등 학생들의 꿈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택하는 것이 더 이상 놀랍지 않은 것처럼.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나의 알고리즘 때문일까 SNS엔 온통 책 이야기들뿐이다. 책 중에서도 주로 자기 계발서가 눈에 띈다. 앞의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요즘 자기 계발이 되지 않는 순간에 살고 있는 셈이다. 내 주변에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한 달에 서너 권의 책을 읽는 내 모습을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대신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넘쳐난다. 이제는 책보다 영상이 대세다. 긴 호흡의 독서보다 짧은 호흡의 영상이 더 빠르고 쉽게 즐거움을 전달하는지 모른다. 이제는 활자보다 영상이 익숙한 세대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온라인상에는 책을 읽는 사람들 투성이다. 


그 모습에 한 사람의 댓글이 유난히 눈에 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쓰거나 쓰려는 사람뿐이다.



근 10년간의 1인 평균 독서량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17년도 이후 독서량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영상 플랫폼의 본격적인 등장과 시기가 맞물린다. 책의 자리를 영상이 대신하고 있는지 모른다. 신간 발행 종수는 2017년 5만 9천700백 종에서 20년 6만 5천700백 종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22년 6만 1천1백 종으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책을 읽는 권수를 줄었는데 책을 만드는 권수는 증가하였다. 이는 독립 출판, e북, 개인 출판 등 출판의 영역의 허들이 낮추어진 이유일 것이다. 책을 읽는 대중은 줄었지만, 책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늘어난 것이다. 정말로 책을 읽는 사람들은 책을 쓰거나 읽는 사람들이 대부분인지 모른다. 


작가로 삶의 유지하는 세계가 더 치열해졌다. 책을 읽는 사람은 줄고, 책을 쓰는 사람은 늘었다니 솔직히 겁이 난다. 난 아직 전업 작가도 아닌데. SNS에 도배되는 책을 보면 정말 이름도 처음 들어본 책들도 많다. 한 해 만권의 책이 나온다니 1%를 읽는다 하여도 600권이다. 하루 두 권씩 읽어야 한다. 그중에서 나의 책이 팔린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 치열한 경쟁을 뚫으려면 글의 수준이 높아야 할 수밖에 없다. 


나의 글은 어디에 있을까? 


오늘 본 지표들은 나를 지면으로 단단히 붙들어 매 놓는다. 바람 들지 말라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한다. 나는 다르게 해석해 본다. 성공하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지금의 상황이 이런데 허영부영할 시간이 없다고. 작가님들의 출간기나, 에세이를 종종 읽는다. 모두 한 번에 짠하고 성공한 사람이 없다. 몇 년간의 노력과 글쓰기. 끊임없이 도전했던 경험은 필수 조건이다. 눈먼 성공은 없었다. 나? 아직 제대로 시도도 해보지 않았다. 실패를 모르면서 성공만을 쫓으려는 나에게 오늘의 지표는 앞으로 내가 디뎌야 할 땅이 어떤 곳인지 살짝 경고를 날린 것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다행히 내겐 브런치가 있다. 글을 맘껏 쓸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 나의 글이 어느 독자에게까지 통할지에 대해 테스트를 해볼 장이 있는 셈이다. 글을 쓴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6개월 전의 내 글과 지금의 나의 글을 분명 차이가 있다. 나는 안다. 내가 쓴 글이 좋은지 아닌지 나는 알고 있다. 분명 나아지고 있다. 앞으로도 나아질 것이다. 지금은 출간의 허들은 낮아졌다. 하지만 성공의 허들은 그만큼 높아졌다. 지금 나의 목표는 출간에서 그치지 않는다. 결국 오늘의 글도 내 맘을 다잡는 반성문으로 마무리되지만,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많은 작가분들도 나와 다르지 않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책을 만들기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그 너머에 있기에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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