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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Jul 17. 2024

소설가에게 일상이란

글을 쓰는 사람을 작가라 하고, 그중에서도 분야에 맞춰 에세이를 쓰면 에세이스트, 시를 쓰면 시인이라 한다. 그래서 나는 소설가라 부른다. 물론 아직 책을 출판하지도 못한 자이기에 엄밀히 말하면 작가 지망생, 소설가 지망생 정도가 정확한 분류인지 모른다. 


참 어렵다. 글쓰기 


하루에도 정말 열두어 번을 이 글을 계속 끌고 가야 할지, 확 뒤엎고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야 할지 고민 가득하다. 스스로의 이야기에 빠져서 혼자 낄낄 거리다가, 주인공에게 이입되어 욕도 한 바가지 해 주다가. 또 매끄럽지 않은 문장에 단어를 택하며 커서만 딸깍 딸깍 거리곤 한다. 소설가의 일상, 아니 소설가 지망생의 하루는 거의 그렇다. 


이왕이면 세컨 잡으로 시작했어야 할 일들을. 전업으로 하고 있자니 영 모양새가 별로다. 사실, 나의 본업은 주부에 가깝기에 어떻게 보면 소설가 역시 세컨 잡인 것은 맞다. 하지만 알다시피 주부는 수익이 없다. 모든 가정의 주부가 그러하듯. 수익 없는 노동의 그 가치를 인정받기가 난해하다. 마음으로야 고생을 하네~ 아이를 키우는 것을 잘하고 있네 하지만, 스스로 자존감을 세우기 참 어려운 직군인 건 사실이다. 주부란. 아니 주부가 직군으로 분류가 되는지 조차 솔직히 자신이 없다. 


주부는 직업이 맞을까? 


아니라면 나는 전업 소설가 지망생인데. 그럼 더 서글퍼진다. 소설은 어떻게 진행될지 매일 이야기를 만들고, 이 이야기가 개연성이 있는지, 재미가 있는지 스스로의 함정에 빠졌다가 탈출했다가. 그래도 머릿속에만 있는 것보다 글로 적어야 하기에 매일을 원고와 씨름을 한다. 


읽히지 않는 글은 가치를 떠나 생명력이 없다. 왠지 죽은 글 같다. 사람들이 많이 읽는 글은 이상하게도 팔딱팔딱 심장이 뛰는 것 같다. 나는 이야기를 쫓고, 이야기는 나에게 잡힐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로 도망을 간다. 그 이야기를 잡기 위해 읽어 나가다 보면 한 편의 글들이 다 읽힌다. 조회수가 많은 이야기들은 그렇다. 


반면에 조회수 없는 글들을 읽을 때는 왠지 조심스럽다. 어딘가 푸석한 모래사장을 걷듯 서걱거리는 느낌이다. 바짝 마른땅을 걷는 것 같다. 그런 글을 읽다 보면, 자꾸만 물을 뿌리고 싶다. 여기에 이런 표현이 있으면 좋겠는데... 앞부분이 너무 길군.. 좀 쳐내도 될 것 같다. 이 정도에서 빵! 하고 사건이 하나 들어서야 할 것 같은데? 어라 이렇게 마무리가 되는 건가? 


어떻게든 이야기에 생명력을 심어보고자 재단을 시작한다. 남의 글도 그렇고, 내 글도 그렇다. 다른 작가의 글을 읽을 때도 이런 느낌이 들지만, 차마 말을 못 하겠다. 내가 뭐라고... 내 글도 엉망인데 누굴 비난하는거냐며 스스로 다잡곤  한다. 나는 조심해야지, 나는 주의해야지 하며 반면교사를 삼는 게 최선이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나의 이야기는 겨우 한 단락이 이어졌는데 벌써 하루가 끝이 나고,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이다. 저마다 첫 번째 직업을 마감하는 시간. 아차. 오늘 하루가 지나는구나. 조바심이 난다. 


출간이라도 했다면, 그나마 책 한 권 냈어요 라는 생색도 낼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요즘 SNS의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작가님들의 글들을 보면, 책을 낸다고 모든 게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책을 한 권 낸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는 꽤나 크겠지만서도. 


그나마 깨달은 점을 하나 꼽자면, 계속한다는 것에 위대함 정도는 깨달았다는 것. 글을 써야 하는 덕분에 책을 읽고, 이야기를 찾다 보면 뭐든 결과를 낸 사람들은 머릿속에만 생각을 모셔두고 있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글이 되었든. 장사가 되었든. 사업이 되었든. 투자가 되었든 실행하고 실패하고 온갖 역경을 견뎠다는 것. 그거 하나 믿고 가는 셈이다. 


작가의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세상이 펼쳐져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세상 별것들을 다 고민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만들어갈 세상을 소개한다. 


음 한마디로. 제 글에 생명력을 좀 불어넣어주세요라고 부탁 드리는 거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wo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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