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언제부터 이렇게 멀어진 걸까. 처음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예전 같으면 재잘거리며 하루를 이야기했을 텐데, 요즘은 대충 "몰라", "그냥"이라는 말만 돌아온다. 어느 날은 아침에 학교까지 태워줬더니, 도착하자마자 조용히 말한다. "아빠, 학교 앞에서는 내려주지 마."
순간 당황스러웠다. 나는 여전히 이 아이를 돌보고 싶은데, 아이는 더 이상 내가 필요하지 않은 걸까. 예전에는 손을 잡고 걸었고, 작은 일에도 "아빠, 이거 봐!" 하고 내 반응을 기다렸던 아이였는데. 이젠 내가 뭐라고 말해도 건성으로 듣거나, 아예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나만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걸까. 다른 부모들도 비슷한 순간을 겪었겠지. 아이와의 거리는 언제부터 생겼을까.
이 거리 두기가 처음엔 막막하고 서운하기만 했다. 내 아이인데, 내가 키운 아이인데, 왜 이렇게 멀어지는 걸까.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이가 변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아이를 내가 알던 그 아이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사춘기의 시작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낯선 변화다. 더 이상 아이는 부모의 보호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부모는 여전히 그 아이를 통제하고 싶어 한다. 아이가 알아서 크는 게 아니라, 내가 알려주고, 가르쳐야만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조언하고, 가르치고, 길을 제시하려 한다.
하지만 아이는 그런 부모의 개입을 답답해한다. 부모와 멀어지는 게 아니라, 독립하고 싶은 거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처음에는 아이가 대화를 피하는 게 반항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니, 그게 아니라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은 아이가 조용히 말한다. "아빠, 나 혼자 있을래."
그 말을 듣고 예전처럼 설득하려다가 멈췄다.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지 않나. 학창 시절, 부모님이 이것저것 물어볼 때 귀찮다고 느끼던 순간들. 그냥 혼자 있고 싶었던 때. 내 아이도 그런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것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가 공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숨을 쉬던 모습,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던 이유. 내가 던진 말들이, 의도치 않게 아이에게 부담이 되진 않았을까. "성적이 중요하다"고 말할 때, 아이는 "넌 아직 부족해"라고 듣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스마트폰. 부모 입장에서 보면 그냥 중독처럼 보이지만, 아이에겐 친구들과의 연결고리였다. 내가 "그만 좀 해!"라고 말할 때, 아이는 "내 친구들과의 시간을 끊으라는 거야?"라고 받아들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단순한 사용 시간 통제가 아니라, **'함께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 시간을 정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이제 알겠다. 아이가 변하는 만큼, 부모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은 부모가 완벽하길 바라지 않는다. 다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길 바란다.
사춘기란, 아이가 혼자 서 보려는 과정이다. 그리고 부모는 이제 아이를 따라가기보다, 한 발짝 뒤에서 지켜봐야 한다. 그것이 함께 성장하는 방법일 테니까.
이제 다음 이야기는, 부모의 변화에 대한 것이다. 사춘기 아이가 부모에게 바라는 것, 그리고 부모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이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