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사춘기 아이가 가르쳐주는 것들

by 성준

자전거를 타러 가자고 하면 아이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예전엔 그렇게 신나게 뛰어나가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무덤덤한 표정이다. 공원에 도착해 자전거를 타고 나란히 달리다 보면,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예전에는 뒤에서 자전거를 붙잡아주며 "괜찮아, 아빠가 잡고 있어"라고 말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내 손을 벗어나 멀리 달려간다.


"천천히 가!!"


나도 모르게 소리친다. 아이는 잠시 돌아보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한다.


"아빠, 그냥 나 둬."


그 말을 듣고 멈춰 선다. 나는 아직도 이 아이를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는 스스로 달릴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 아니, 어쩌면 이미 혼자서 달리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어느 순간부터 아이는 예전처럼 내게 모든 걸 말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친구랑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물어보면 "그냥"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대화를 시도할수록 더 멀어지는 것 같고, 잡으려 하면 할수록 손에서 빠져나간다.


사춘기. 아이는 부모에게서 독립하려 하고, 부모는 그런 아이를 붙잡으려 한다. 이 간극은 어떻게 해야 좁힐 수 있을까.


나는 문득, 내가 사춘기였던 시절을 떠올린다. 부모님이 물어볼 때마다 귀찮다고 느꼈던 적이 많았다. "학교에서 어땠어?"라는 질문이 왜 그렇게 성가셨을까. 나도 그냥 혼자 있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내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가르치려고만 했던 부모님의 태도가 답답했었다. 그때 나는 어떤 부모를 원했을까.


'나를 믿어주는 부모.'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부모.'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고, 그냥 내 편이 되어주는 부모.'


그런데 나는 지금, 내가 싫어했던 부모님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사춘기 아이가 부모에게 바라는 건 완벽한 부모가 아니다. 실수해도 괜찮고,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도 되는 부모. 부모라는 이유로 모든 걸 다 아는 척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부모다.


아이들은 '설교'를 듣고 싶지 않다.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귀 기울여주는 부모를 원한다. "너는 아직 몰라"가 아니라, "그랬구나, 어떤 기분이었어?"라고 물어봐 주는 부모.


부모가 변해야 한다면, 어떻게 변해야 할까..


무엇보다 경청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아이가 말을 시작하면 조언부터 하려 하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자. 가끔은 침묵이 더 큰 신뢰가 된다.

그리고 존중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부모의 기준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건 틀렸어"라고 단정 짓기 전에, "이런 생각을 했구나"라고 말해보자. 아이가 스스로 느끼고 배우게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기다리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한 발짝 물러서는 것. 조급해하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다가올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 때로는 부모의 침묵이 아이에게 더 큰 위로가 된다.


사춘기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다. 부모가 먼저 변하면, 아이도 부모를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아이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도 함께 변해야 관계가 회복된다. 어릴 적 나는 자전거를 탈 때 아빠의 손길을 기다렸다. 넘어지면 다시 일으켜 줄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가 내 손을 벗어나 저 앞에서 달리고 있다.


자전거를 타던 아이가 어느새 내 곁을 벗어나 저 앞에서 달리고 있다. 하지만 괜찮다. 아이는 결국 뒤를 돌아보게 되어 있다. 그리고 내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서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게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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