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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감정으로 만나지만, 돈으로 싸운다

by 성준


퇴근 후 카페에서 친구를 만났다. 오랜만에 본 그녀는 손목에 반짝이는 새 시계를 차고 있었다. "어때? 이번에 나온 신상이래." 그녀는 자연스럽게 꽤나 비싸 보이는 시계를 자랑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문득 궁금해졌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저녁 식사보다 이 시계를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우리는 사랑을 감정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랑은 감정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사랑은 일상의 연속이고, 그 일상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결국 우리의 연애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가치관은 어디에서 드러날까? 바로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서 나타난다.


처음에는 사소해 보인다. 연애 초반에는 서로가 돈을 어떻게 쓰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중요한 건 함께 있는 시간이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차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쪽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싶어 하지만, 다른 한쪽은 가성비 좋은 분식집이 더 익숙하다. 한 사람은 여행에 아낌없이 투자하지만, 다른 사람은 굳이 돈을 써가면서까지 멀리 갈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소비 습관은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과 가치관을 반영한다. 그래서 때로는 단순한 돈 문제로 시작된 갈등이 ‘너는 왜 그렇게 살아?’라는 깊은 차이로 번지기도 한다.


내 친구는 연애 초반, 남자친구와의 소비 스타일 차이를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자친구는 절약하는 스타일이었고, 친구는 돈은 경험을 위해 쓰는 것이라는 주의였다. 친구는 데이트할 때 분위기 좋은 곳에서 식사하고, 기념일이면 작은 선물이라도 주고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그런 걸 사치라고 여겼다.


"그냥 집에서 밥 해 먹으면 되잖아."


친구는 처음엔 이해하려고 했다. "돈을 아끼려는 건 좋은 습관이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는 커졌다. 여행을 가고 싶어도 "굳이? 그 돈이면 다른 걸 할 수 있어."라는 반응이 돌아왔고, 영화 한 편을 보러 갈 때도 "집에서 보면 되잖아."라는 대답이 반복됐다. 결국 친구는 지쳐갔다.


"나는 사랑을 하고 싶은 거지, 동거인을 찾는 게 아닌데."


반대로, 또 다른 친구는 소비 성향이 너무 자유로운 연인을 만나 힘들어했다. 친구는 철저한 계획형 소비를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연인은 충동적으로 쇼핑을 하고, 매달 카드값을 갚느라 허덕이곤 했다. "오늘만 사는 거야. 인생은 즐겨야지." 그런 태도에 친구는 점점 불안해졌다. 처음에는 멋있어 보였던 모습이, 나중에는 책임감 없는 행동처럼 느껴졌다. 결국 두 사람은 돈 문제로 크게 싸운 뒤 헤어졌다.


사실 돈을 많이 쓰느냐, 적게 쓰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무엇을 위해 쓰는가’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브랜드 가방 하나가 소중한 투자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친구들과의 소소한 식사 한 끼가 더 가치 있을 수도 있다. 돈을 어디에 쓰느냐는 단순한 소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지표다.


연애뿐만 아니라 결혼까지 고려하면, 소비 습관 차이는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한 사람이 저축이 먼저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이 돈은 쓰라고 있는 것이라고 여긴다면, 그 관계는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소비 습관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도 행복하게 연애할 수 있을까?


서로의 소비 우선순위를 이해하라. 상대가 돈을 어디에 쓰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알 수 있다. "왜 그렇게 써?"라고 묻기 전에, "이게 너에게 어떤 의미야?"라고 물어보자.


서로의 소비 습관을 조율하는 법. 완전히 맞출 순 없어도, 최소한 서로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절약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기념일에는 의미 있는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식으로 조율할 수 있다.


돈에 대한 대화를 피하지 말 것. 돈 문제를 미루다 보면, 나중에 더 큰 갈등으로 돌아온다. 가끔은 소비 습관에 대한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돈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사랑은 감정의 영역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 사랑을 유지하는 데 경제적인 문제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결혼한 부부들이 가장 많이 싸우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돈 문제다. 연애할 때는 단순한 소비 습관 차이로 넘어갔던 것들이, 결혼 후에는 현실적인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쪽은 미래를 위해 저축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다른 한쪽은 현재를 즐기며 돈을 쓰는 성향이라면 지속적인 갈등이 생긴다. "우린 언제 집을 살 수 있을까?"라며 불안해하는 사람과 "지금 당장 행복한 게 중요해"라고 말하는 사람은 쉽게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경제적인 가치는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장애가 되기도 한다. 돈 문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과 연결된 문제다. 연애할 때 상대방의 소비 습관을 가볍게 넘기지 말자. 그것이 결국 당신과 연인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다.


연애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돈을 많이 쓰느냐, 아끼느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가치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느냐’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결국 더 건강한 사랑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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