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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Feb 28. 2022

어두운 시대의 탈출구에서의 체류경험에 대한 현대적 해석

영화 <트랜짓, Transit, 2018> 리뷰

영화 <트랜짓>의 배경인 마르세이유는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며, 또한 전체 지중해 연안에서 가장 큰 항구도시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1940년에는 독일과 이탈리아군이 마르세유를 폭격하였고, 1943년 1월 22일에는 4000명이 넘는 유대인들이 체포되었으며, 체포된 유대인들은 나치에 의해 폴란드로 강제 추방되어 희생되기 전까지 임시 수용소에 수용되었다고 한다.


영화 <트랜짓>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마르세이유의 분위기, 즉 나치의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지만, 나치의 점령이 임박한 도시의 신경증적 불안과 절망 그리고 음울함과 침묵 속에서 체류 중인, ‘타인의 행복을 달가워할 수 없는 불행한 사람들’의 모습을, 2018년이라는 현재의 시간으로 변환하여 보여준다.


한편 영화의 원작 소설 <통과(Transit)>의 저자인 안나 제거스(1900~1983)는 유대인이며 또한 반파시스트와 망명 문학의 상징이라고 한다. 작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게슈타포의 체포를 피해 나치의 점령지 파리에서 마르세유로 도주하였으며, 남편의 석방과 통과 증명서 확보를 위해 그곳에서 몇 달간 체류하다가, 마르세유 주재 멕시코 총영사관의 도움으로 1941년 3월 말 미국을 거쳐 멕시코로 망명하였다. 영화의 원작 소설 <통과((Transit)>는 안나 제거스의 이런 망명 경험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는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그리고 영화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숨기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제안한 한나 아렌트(1906~1970)와, 그의 친구이자 유럽의 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철학자이며 작가, 문예평론가 그리고 미학자인 발터 벤야민(1892~1940)의 이야기이다. 안나 제거스처럼 독일계 유대인인 그들도, 나치를 피해 파리에서 마르세이유로 도피했다. 벤야민은 홀로 피레네 산맥을 넘었지만 스페인 국경에서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하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벤야민은 피레네 산맥을 넘기 전 아렌트에게 ‘내 생애 최고의 걸작’이라고 말한 자신의 마지막 원고를 맡겼다. 아렌트는 통과비자를 받아 남편과 함께 리스본을 거쳐 미국으로 탈출했는데, 그는 남편의 사촌인 벤야민의 비자를 마침내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기막힌 이야기의 조각들이 영화 곳곳에 숨겨져 있다.


안나 제거스와 한나 아렌트 그리고 발터 벤야민은 전체주의적 폭력성이 유럽을 지배했던 어두운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며, 마르세이유는 그들이 어두움에서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출구였다. 영화는, 그들이 불안과 절망과 음울함 속에서 체류했던 마르세이유와 그들의 탈출을, ‘2018년이라는 현재의 시간’으로 변환함으로써, 그때의 어두움이 지금도 여전히 존재함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 같다. 또한 안나 제거스가 어두운 시대에 제기했던 문제의식도 여전히 유효함을 주장하는 것 같다. 안나 제거스가 망명 문학을 통해 추구했던 것은 무시무시한 나치의 폭력성에 대한 고발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폭력성에 반대되는 강력한 저항세력 구축이었다고 한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흘러나오는 노래 <Road To Nowhere>의 노랫말 몇 구절을 음미하며 글을 마친다. 우크라이나에게 평화를!


Well, we know where we're goin'

But we don't know where we've been

And we know what we're knowin'

But we can't say what we've seen

And we're not little children

And we know what we want

And the future is certain

Give us time to work it out

We're on a road to nowhere

Maybe you wonder where you are

I don't care

Here is where time is on our side

Take you there, take you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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