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자의 심리적 특징
중독자의 심리적 특성 중 정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기억해 보자. 그래서 중독자는 정직하게 자신을 파악하지 못한다. 자신의 현재 상태와 정체성에 대해 정확한 인지가 어렵다. 이미 중독이 심해지고 일상생활과 가족관계가 손상이 되었더라도 중독자는 계속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기 인정, 자기부정이 안되기 때문이다.
나는 저들과 다르고 중독이 아니라고 여긴다. 심지어 알코올중독 병원에 입원을 해서도 입원환자들과 자신은 다르다고 여긴다. 장기입원 환자들, 여러 차례 반복된 입원을 하는 환자들을 '찐 알코올중독자' 취급한다. 자신도 입원한 것은 마찬가지인 처지인데 말이다. 알코올중독자 회복 모임인 AA에 가서도 마찬가지이다. 거기 온 멤버들을 가망 없는 중독자 취급하고 폄하하면서 자신은 모임에 더 이상 가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과 자신은 다르다는 것이다. 자신은 그 정도로 심한 중독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보면 어떤가? 똑같은 중독자일 뿐이다. 종이 한 장 차이도 있을까 말까이다. 역이나 지하철에 신문을 덮고 누워있는 노숙자와 자신이 하등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데 그런 자기 인식이 중독자에게는 없다. 끝까지 자신은 중독이 아니라고 부정한다. 자신이 중독자임을 인정하는 것이 참으로 고통스럽기 때문에 계속 도망가고 회피하는 방어기제를 쓰는 것이다.
왜 자기부인을 해야 할까. 바르실래 회복학교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한 가지 예화를 들고 있다. 어떤 회사에 부장이 있었다고 치자. 그가 회사를 운영하다가 욕심이 생긴다. ‘어? 이거 내가 나가서 혼자 운영하면 더 이익이 많을 거 같은데?’ 그래서 그 부장은 회사를 나와서 자신의 회사를 창업한다. 본인 스스로가 사장이 되어 신나게 회사를 운영한다. 처음에는 괜찮은 듯했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부장이 창업한 회사는 경영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회사는 계속 적자를 내고 더 이상 유지하기가 힘든 상황이 되었다. 도무지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상황에서 해결책은 예전 회사의 회장님께 찾아가는 것이다. 자신이 사장이 되어 운영해보려 했으나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받아주기를 간청해야 한다. 이렇게 간청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자기부인이다.
“저는 이제 더 이상 사장이 아닙니다. 다시 회장님 밑에서 일하는 부장으로 살겠습니다. 제 마음대로 운영하던 회사는 망했습니다. 저는 실패했습니다.”
이렇게 정직하게 고백하는 것이 자기부정, 자기인식이다. 펄떡펄떡 살아 날뛰는 자신의 욕망과 불순종을 부인해야 하고 자신은 회장님의 힘 아래 존재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자기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직하게 자기부정과 자기인식을 할 때 회장님은 그 부장의 잘못된 판단을 용서하고 다시 직원으로 받아주게 된다.
자신의 죄인 된 모습을 부정하지 못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당장 부도 직전인데도 자존심을 세우며 회장 앞에서 무릎 꿇지 않을 거라고 하면 이 회사는 결국 파산에 이를 뿐이다. 자신이 중독자임을 인정하면 회복할 수 있지만 끝까지 중독자임을 부정하면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것이 중독자의 비참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