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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취적이다

알코올중독자의 심리적 특징

중독자는 착취적이라는 말이 강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독자와 함께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사람은 어쩌면 내심 이 말에 동의하는 분이 있으리라 믿는다. 앞서 중독자는 성인아이 기질이 있고 이기적이라고 얘기했다. 중독자는 자신의 욕구가 우선이고 자신의 필요를 채우는데 급급하다. 남을 배려하고 자신의 것을 나눠주고 베푸는 아량이 부족하다.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 것이다. 본능을 컨트롤하는 도덕적 사고, 자아나 초자아의 역할이 강력하지 못한 것이 중독자이다.      


이렇게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고 이것이 최우선이니 이를 성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때론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좀 있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나의 욕구를 채울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눈물이 나 고통을 보려고 하지 않고 보아도 무시한다. 왜냐하면 내 욕구가 더 크고 중독자의 마음은 오직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는 마음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독자의 사고방식에는 교묘함과 간사함이 있다. 이것은 정직함과 대비되는 죄의 속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희생하는 타인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것이 본인에게 유리함을 잘 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술을 사다 주고 취하면 양말을 벗기고 이불을 덮어주고 해장국을 끓여주고 병원비를 내준다고 치자. 이런 사람이 있으면 편할까 편하지 않을까. 이런 호의를 중독자가 마다할 리가 없다. 아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런 도움을 받으려고 열심히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누구에게 이런 도움을 얻을 수 있는지 중독자는 기가 막히게 알아챈다. 거의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을 제공할 자를 포착하고 그에게 기대기 시작한다.     

 

앞서 중독자를 사랑하게 된 연인들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마음, 구원하려는 환상, ‘나만이 이 사람을 구할 수 있다, 내가 아니면 이 사람은 죽을 거야’라는 마음을 언급했다. 이런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중독자 주변에서 그를 보살피기 시작한다. 그를 위해 병원정보를 알아보고 그를 대신해 주민센터 업무나 서류제출을 하기도 한다. 그가 음주 운전한 벌금을 대신 납부하기도 한다. 어질러진 방을 치우기도 하고 일을 하지 못하는 그를 대신해 가장의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중독자는 편안하게 이득을 취하고 이런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은 골병이 들게 된다.      


중독에서 회복 중인 사람들은 자신이 착취적이었음을 고백한다. 

“저는 다른 사람의 등골에 빨대를 꽂고 골수를 빨아먹으며 살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아내였고 그다음엔 부모님이었고 대상은 바뀌었지만 방식은 여전했습니다. 상대방이 지쳐 떠나면 다른 누군가에게 또 의지했습니다.”

“아내는 이혼하고 저를 돌봐주시던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내 인생 이제 망했구나 싶었습니다. 의지할 대상이 아무도 없을 때 비로소 나는 혼자 서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저의 회복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AA모임의 리더인 분은 중독자의 이런 착취적인 삶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중독자는 주위 사람을 다 말려 죽이고 자신은 맨 나중에 죽습니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 뒤통수를 맞은 듯 충격을 느낄 것이다. 그만큼 중독의 힘은 강력하다. 한 사람을 차지한 중독이라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 까지도 다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 같다. 이 무섭고도 끔찍한 사실을 정확히 알아야 당신도 그도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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