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속담은 재미있어"
이 글을 읽는 하루 10명 이내의 소수는 안다. 돌멩이의 투척. 이야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던지는 미끼. 아무리 물지 않으려고 해도 상관없다. 마치 야구 경기에서 와인드업에 들어가는 투수의 자세와 비슷해서 상대방이 공을 칠 준비가 되어 있건 아니건 무조건 공은 던져진다.
"그렇지"
난자와 정자에 천착하던 돌멩이가 이제는 속담에 꽂혔나 보다. 돌멩이의 성격은 바위의 속성과 비슷하다. 한번 자리를 잡으면 꿈쩍하지 않는다. 그곳이 원래 있었던 자리라는 듯 비바람이 치고 폭풍이 쳐도 그 자리를 지킨다. 그러다 지진 같은 천재지변이 생겨 위치가 바뀌면 언제 다른 곳에 있었냐는 듯 그 자리에서 꿈쩍 않고 버틴다. 이번엔 속담이란 땅에 있었던 냥 속담 이야기를 꺼낸다.
"우리나라 속담은 항상 반대 이야기가 들어 있어. 한쪽 방향으로만 지지하는 게 아니라 새의 양쪽 날개처럼 양쪽의 의견을 같이 지지하는 거야"
돌멩이의 버릇이다. 공부를 잘 못했기 때문에 머리에 들어 있는 지식이 부족하지만- 주의해야 한다. 돌멩이의 기본 지식이 부족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돌멩이가 멍청하다거나 바보라는 뜻은 아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검색을 하든, 남의 이야기를 빌어 오든 그럴듯한 지식 부스러기 들을 덧붙인다. 돌멩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좌익과 우익에 대한 이야기다. 새가 날 수 있는 이유는 날개가 두 개가 있기 때문이며, 왼쪽에 있는 날개가 좌익, 오른쪽에 있는 날개가 우익이라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좌익과 우익을 가져와선 좌파와 우파로 바꾸고, 이 말을 다시 진보와 보수로 부른다. 서로 상대방을 빨갱이와 꼴통으로 비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이쪽과 저쪽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상식이다. 그 상식을 얼마나 그럴듯하고 멋지게 포장하는지에 따라 이야기가 전달되기도 하고 묻히기도 한다. 돌멩이는 그럴듯해 보이기 위해 날개 이야기를 꺼냈고, 수제비는 기특함에 맞장구 쳐주기로 한다.
"예를 들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 춤을 추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음악'이지. 넌 춤을 추고 싶냐고 묻는 것이 아니다. 춤추고 싶어 하는데 스윙인지, 힙합인지, 막춤인지 알아보고 난 후 맞는 음악을 틀어주겠다는 것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춤추고 싶어 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행동이다. 정말 춤을 추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그냥 음악을 들려주면 된다. 음악이 없다면? 지금 수제비가 한 것처럼 손뼉으로 또는 책상을 두들겨 리듬을 만들어 주면 된다. 춤추는 사람에겐 이것으로 충분하다. 돌멩이가 리듬을 탄다.
"'못 올라갈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라는 속담 하고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거야"
이미 리듬을 탄 사람에게 막춤이라며 멈추게 하는 짓은 무례함이다. 단순히 그의 흥을 깨는 것을 넘어 그의 인간성을 무시하는 행위이며, 인간의 DNA 속에 내재된 춤에게도 무례함이다.
"들어볼까?"
수제비는 존중하기로 했다.
"쳐다보지도 말라는 것은 시도하지 말라는 의미고, 열 번 찍으라는 얘기는 될 때까지 시도해보라는 의미가 되겠지. 두 개의 속담은 이런 면에서 정반대야. 하지만, 속내는 달라 '못 올라갈'이란 단어와 '안 넘어가는'이 속 뜻이 되겠지. 겉 의미가 한쪽 날개라면 속 의미가 또 다른 날개가 되는 거야. 새가 나르는 원리의 완성. 비행기를 만든 라이트 형제도 2명이었던 것처럼 날개도 2개가 필요한 거 아닐까?"
만약, 돌멩이가 의문문으로 끝내지 않았다면 수제비는 대화에 마침표를 찍었을 것이다. 라이트 형제와 날개의 수가 관련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손가락장갑에 구멍 수가 5개라 손가락이 다섯 개라는 주장만큼이나 황당한 일이다. 돌멩이는 원래 황당하다는 것은 알지만 황당한 대화를 계속하는 것은 스스로를 고문하고 싶을 때만 가능하다.
"속담 얘기를 계속해 보자"
"결국 숨어 있는 뜻은 '의지'라는 거야. 나무에 올라갈 의지가 없으면 빨리 포기하고 다른 것을 하는 게 맞다는 거고, 나무를 베어낼 의지가 있다면 손바닥이 까지더라도 계속해서 도끼질을 해야 한다는 거. 속담에서는 아무 말하지 않았지만 결국 '의지'가 있고 없고에 따라 사람들은 답을 달리하는 거야. 그래서, 듣는 사람이나 말하는 사람이나 반대되는 속담을 사용하면서도 아무런 이상함이 없는 거야"
"너는 그래서 올라가고 싶지 않은 거니? 아니면 나무를 베어내고 싶은 거니?"
"어... 난 나무를 괴롭히고 싶지 않아"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누구도 말을 더 하지 않았다. 돌멩이가 입술을 달싹거렸으나 수제비의 꿈틀거리는 입술이 더 셌다. 대화는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