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三十)춘기
만약 인생에서 일탈을 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진다면, 나는
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 쯤 내가 서른이 되었을 때 쯤 나는 굉장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시간과 돈에서 자유롭고 멋진 취미를 가진 어른의 모습말이다. 그런데 실제 나의 서른은 커리어 관리는 커녕 월요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회사원에 불과하다.
물론 지금의 모습에 불만이 있는건 아니다. 다만, 지금의 삶에서 무언가 변화가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그냥 이렇게 살다가는 계속 이렇게 살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편안함에서 막막함으로 다가오는 순간, 평소 익숙하던 것에서 괴리감이 느껴지는 순간이 종종 찾아오기 때문이다. 요즘 인생은 60부터라는데 그 절반을 살았고, 그만큼 더 살아가야하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같다.
당장 ‘무언가를 이뤄내야해!’라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더 살아갈 날이 많다면 살면서 숨통을 트이게 할 만한 쥐구멍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라는 위기의식에서 조그마한 변화내지 이벤트를 갈구하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사춘기라는 표현은 10대가 아니라 30대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아니면 삼십(三十)춘기라고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볼까.
아무튼 삼십대는 그런 것 같다. 만족하면서도 만족할 수 없는, 편안하면서도 편안하지 않은, 그래서 자꾸 일탈을 꿈꾸게 되는 나이. 만약 인생에서 일탈을 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진다면, 나는 주저않고 서른에 쓰겠다.
사진 : 모던스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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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어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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