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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보경 Jun 21. 2023

나대지 말기

굳이 내가 나선다고 될 일이 안되고, 안 될 일이 되는 건 아니니까.

‘오른 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 아주 오래된 격언이다. 이와 반대로, 요즘은 오른 손이 한 일을 만인이 알게하는 것이 대세인 것 같다. 자기PR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듯이 말이다.


20대를 거쳐 30대가 되면서 말에 힘이 있다는 것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특히 말이란 것은 내 입에서 나갔을 때 보다, 남의 입을 거칠 때 진정성이 더욱 강해진다는 것도 말이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내가 A라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상황이다. 이때 내가 직접 A에게 나를 어필하는 것보다. 내 주변 사람인 B가 A에게 내 칭찬을 했을 때 A가 나를 더 좋게 볼 확률이 높다. 즉 내가 백날 내 자랑을 해봐야, 남이 나를 한 번 칭찬해주는게 더 효과적이라는거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미지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나의 노력이 남에게 인정받아 나의 이미지로 굳혀질 때, 그제서야 내 이미지가 만들어지는거지, 내가 백날 이게 내 이미지야라고 우겨봐야 남이 인정하지 않는 이상 그건 내 이미지가 아닌거다. 결국 나에 대한 평가는 나의 몫이 아닌거다.

나는 인간의 성품에 원초적으로 이기심과 질투심이 내재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아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도 한 때 서슴없이 내 자랑을 하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성과를 내면 사방에 알려야 직성이 풀렸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적이 많이 생겼다. 시기와 질투 때문일 수도 내 오만함 때문일 수도 있었겠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나대지 말 것과 티 내지 말 것을 알려질 것은 결국엔 알려지고, 인정받을 것은 결국에 인정된다. 나는 순리대로 묵묵히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굳이 내가 나선다고 될 일이 안되고, 안 될 일이 되는 건 아니니까.



사진 : 모던스탁

 https://instagram.com/moder_n.stock


글 : 김성훈

https://instagram.com/hoony_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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