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재료의 가치를 더하다.

우송대학교 졸업작품전 'micro. F' 팀

by 김대영

2018년 2월 대한민국이 동계올림픽으로 들썩이던 그때, 나도 그 현장에 있었다. '한식홍보서포터즈' 라는 이름으로 강릉 선수촌에서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에게 한식을 서비스했다. 자국에서 열리는 행사이다 보니 한식 메뉴가 많이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음식은 김밥이었다. 김밥의 인기를 체감하며 김밥을 서빙하던 중, 한 외국 선수가 나에게 충격적인 물음을 던졌다.

" Is this sushi?"

"이것은 초밥인가요?"

이 단순한 물음은 지금까지의 한식 세계화를 동경하고 있던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김밥, 불고기, 김치, 잡채, 등등 한식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외국인에게 과연 한국 것이라 생각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 졸업작품전은 이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한식이 무엇일까?라는 답을 찾기 위해 우리가 매일 먹는 밥상으로 눈을 돌렸다. 밥, 찌개, 김치, 젓갈, 장아찌, 찌개, 등 우리 밥상에 빠지지 않고 존재하는 '그것'이 있었다. 바로 발효였다. 우리에게 발효는 일상적이고 친숙해서 특별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식 발효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발효'는 너무 뻔한 키워드다. 한식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내용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뻔한 건 이유가 있다. 우리는 색다른 주제를 찾기보단 뻔함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한식 발효를 재해석하기로 했다.

론부터 말하자면 발효는 우리만의 것은 아니다. 활용되는 재료와 방식은 달랐지만 다양한 문화권에서 발효는 보란 듯이 존재하고 어쩌면 우리나라 발효보다 훌륭하다. 중국과 일본의 섬세한 두장 발효, 동남아의 어장 발효, 지중해의 유(젖) 발효, 유럽의 햄과 와인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 발효문화가 다른 문화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말했듯이 각 문화권의 발효는 재료와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 다름이 매력이 될 수 있다. 특히나 최근 미식 업계에 발효가 자리 잡은 것으로 보아 비교적 낯선 한국의 발효도 충분히 그들에게 매력적인 문화로 자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식 발효와 세계 발효의 융합으로 우리 음식을 만들고 그 변화의 가능성을 연구하기로 했다.


융합은 조합과 다르다. 조합은 A+B = AB라는 결과를 도출하지만 융합은 새로운 C를 만들어낸다. 즉 융합이라는 단어 뜻처럼 각각의 요소를 녹여서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도 각각의 발효를 이해하고 우리의 음식에 녹여서 합쳐야 했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위와 같이 나는 한식 발효의 메커니즘으로 조합이 아닌 융합을 시도했다. 그리고 한식 발효를 크게 6가지 ( 장, 김치, 장아찌, 젓갈, 식초, 전통주)로 분류해 6 접시의 코스로 표현했다. 발효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구성한 메뉴이다. 한식의 발효가 주인공이 되기보단 음식에 있어 자연스럽게 녹기 원했다. 쓰임새 또한 작지 않게 구성했다.



1. 구형의 홍초와 파인애플 식초를 곁들인 묵과 간장으로 마리네이드 한 껍데기와 세발나물 콩가루 무침.

Muk, and Spherification fruit vin with Crispy Rind marinated in soy sauce and Cephalopods with mixed grind nuts


우리나라의 묵과 외국에서 즐겨먹는 껍데기 튀김을 재해석하여 두 가지의 질감을 표현 우리 발효식품 ‘식초’를 알긴산과 칼슘으로 구체화시켜 곁들여낸 음식.



2. 명란젓을 채워 말은 새우 롤라드와 연어알, 파마산 치즈, 허브샐러드, 그린오일 드레싱

Shrimp Roulade Stuffed Korea salted pollack roe with salmon roe, cheese bowl, salad, herb, green oil, dressing

젓갈을 안에 채워 말은 새우롤을 갖가지 허브, 야채와 곁들여 먹는 샐러드, 파마산 튈을 깨면서 같이 먹는 것이 새롭다.



3. 저온에서 오래 찐 관자와 전복, XO소스를 건조해 말린 파우더와 장아찌, 아스파라거스와 연어알.

low temperature steaming Scallops and Abalone with Korean preserved XO and dried, Asparagus, Salmon roe.

한국의 전통적인 발효를 중국식으로 재해석하여 XO소스와 융합해 XO장아찌를 말려 가루화하였고,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재료들을 곁들여 올렸다.



4. 재래간장 본 소스를 곁들인 된장 까망베르 치킨 롤라드와 봄나물 페스토, 고추장 부각, 조리한 뿌리채소.

Chicken Roulade with Korea traditional Soysauce flavored Chicken Sauce, Bean paste Camembert Cheese, Spring greens Pesto, ‘Gochujang’ ‘Bugak’, and Cooked Root vegetable.

재래간장과 치킨 브라운 스톡을 졸여 만든 소스, 고추장 부각, 우리 발효과정을 이용한 카망베르 된장 등 단조로운 짠맛과 감칠맛을 밸런스 있게 접시 위에 표현.



5. 백김치 소스, 세 가지 식감의 달래 소스를 곁들인 수비드 한 돼지안심과 김치부각과 튀일

Sous-vide Pork Tenderloin with Baekkimchi Eseupuma, Wild chive source and Kimchi flake and Geotjeori tuile

발효의 성질이 비슷한 각 나라의 대표 재료( 김치, 그릭요거트)를 활용하여 김장날이면 먹던 아삭한 김치와 담백한 수육의 조합을 재해석하였다.



6. 적포도주 시럽을 곁들인 이화주 레어치즈케이크와 로제 젤라토 퀸넬

Rare Cheese Cake made from Ihwa-ju(Korean Traditional Liquor) with Red Wine Syrup and Rose Gelato Quenelle.

떠먹는 술인 전통술 이화주로 만든 치즈케이크에 서양의 와인을 접목시켜 외국인에게 한국의 발효주를 더 친근하게 알리고 싶었다.


코스 전체

졸업작품 자체가 전시에 포커스에 맞춰있다 보니 음식 외에도 주변 소품과 디스플레이가 우리의 이미지 형성에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했고 한식 발효를 보여주며 너무 예스럽지 않은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소품 자체는 흙과 항아리를 사용했지만 고급스럽고 웅장한 느낌을 주는 블랙톤과 배경에 담가놓은 장아찌에 일정한 느낌을 주어 더욱 세련된 한식 발효를 표현했다.


패널 제작

패널은 기계적인 내용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강조했다. 절반 이상을 그림으로 활용함으로써 정보를 전달함과 동시에 디자인적인 요소가 더해졌다. 콘셉트는 잡지의 한 페이지를 연상하게 했다.



전시 당일

음식과 디스플레이가 의도한 대로 잘 맞아떨어져서 깔끔하지만 웅장한 느낌이 좋다. 한식적인 매력은 버리지 않고 예스러운 느낌은 진하지 않았다. 관람객의 평가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패널의 내용을 첨부하고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발효, 재료의 가치를 더하다.

발효는 단순히 음식을 오랜 시간 저장하는 것이 아니다. 식재료는 다양 한 발효과정을 통해 영양뿐 아니라 맛과 향도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발효는 이미 우리와 친숙하다. 김치, 된장, 고추장, 장아찌, 젓갈 등 알게 모르게 우리 식탁은 발효음식으로 채워져 있다. 오히려 발효식품이 포함되지 않은 음식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일 일지 모른다.
발효를 말하다.

‘Micro. F’는 일상 속 발효에서 특별함을 찾고 싶었다. 우리는 한국 발효의 올바른 길잡이가 될 것이다. 한국 발효와 세계의 발 효의 융합을 통해 한식 발효식품을 소개할 것이다. 그에 따라 세계 발효 시장에서 한식 발효의 입지를 확보하고 한식 세계화의 새로운 기준이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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