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율 Sep 15. 2021

곧 광고 배웠던 졸업생이 됩니다

4학년 2학기입니다. 학생이라는 이유로 회피할 수 있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부담으로 찾아오는 기분입니다. 학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학기는 내게 주어진 울타리를 스스로 해체하는 시간인 듯합니다. 그 울타리가 그동안 저항감을 주었든 안락함을 주었든 관계없이 말이죠. 울타리 해체 작업을 하며 문득 바라본 드넓은 광야는 왠지 해방감보다는 불안감을 줍니다. 그곳에 떡하니 서서, 아니 멍하니 서서 어설펐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혼자서 피식거립니다.      


소속이 바뀐다는 것은 새로운 부담을 마주하는 일입니다.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고, 사회인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내가 반드시 해야  일이 무엇일까 고민해보았습니다. 그러  개의 물음표 생겼습니다. 하나는 사회인 김원세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나는 ‘훗날 대학생 김원세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개의 물음표를 상쇄할 방법은 바로 글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록물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비록 4학년 2학기에 한정된 기록물이지만, 졸업 작품은 분명 모든 대학 생활을 함축하는 결과물이죠. 물론 수능 점수 하나로 고등학교 3년을 완벽히 유추하기란 불가능한 것처럼 이 책 역시 불완전하고, 모순되고, 비약적인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훗날 제가 대학생 김원세를 떠올릴 때 여전히 피식거릴 수 있겠네요.     


대학생의 끝자락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깨우친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19가 가져온 비연결 시대에 놀라운 연결을 맛보기도 했어요. 어떤 인터뷰이가 새로운 인터뷰이를 소개해주고, 그 인터뷰이가 또 새로운 인터뷰이를 연결해주었습니다. 한낱 대학생으로서는 우연하고도 황홀한 경험이었습니다.      


당연히 시련도 찾아왔습니다. 인터뷰이 중 두 분이 출판에 불편함을 느끼시고, 내용 삭제를 요청해왔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부산과 서울을 오간 비행깃 값, 인터뷰에 들인 상당한 시간과 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지요. 하지만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발견하는 것은 되레 더 큰 성장을 가져오니까요. 앞으로의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막을 수 있는, 확실한 사례이자 쓰라림이었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배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과연 배움이라는 것이 교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일까? 강사가 주는 가르침보다, 더 나아가 책 한 권을 읽는 것보다, 한 사람의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배움이 훨씬 더 지혜롭고, 실제적이며,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인터뷰를 찾아 나서는 행위가 ‘가르침을 받다’라는 수동태보다 ‘배우다’라는 능동태에 가깝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지금까지 글 몇 자 읽어보니 아실 겁니다. 이 책은 단순히 ‘광고’만을 다루는 책이 아닙니다. 인터뷰이가 모두 광고 마케팅업에 종사한다고 해서 ‘광고’가 궁금한 것은 ‘김원세스럽지’ 않은 것입니다. ‘광고’는 광고업에 종사하는 인터뷰이를 잘 설명하고 소개하는 요소 중 하나일 뿐입니다. 물론 광고를 쫓아가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랬더니 나온 것은 광고가 아닌 ‘스러움’이었고, ‘다움’이었습니다.     


같은 질문을 해도 완벽하게 다른 답변을 하는 인터뷰이들을 보며 그들스러움을, 혹은 그들다움을 느꼈습니다. 더불어 그들은 자신만의 향이 물씬 풍기는 조언을 곁들여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롤 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에도 자신이 존경하는 서너 명을 쭉 열거하는 사람, 자신의 어머니를 롤 모델로 꼽는 사람, 단호히 없다고 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 롤 모델보다 라이벌 의식이나 승부욕이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대답이 조금씩 쌓여 한 편의 인터뷰기가 완성됐을 때, 그 글은 오롯이 사람을 담고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삭제 요청을 해온 두 인터뷰이 분들도 신중하고 철저한 면모를 지닌 그들다움을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두 분의 인터뷰기도 배울 점이 많고 흥미로운 이야기인지라 독자분들께 닿지 못하는 것이 상당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재밌고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도 책을 덮었을 때, 남는 게 있다면 더더욱 좋겠습니다. 참고로 이 책은 대학교 후배들이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독자를 대학교 후배라고 가정하고 썼고요. 사실 지방에는 현업에 대한 다양하고 입체적인 정보가 현저히 부족합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광고인 열한 분의 이야기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후배들이 다양한 사람과 직무, 소속, 이야기에 노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 책은 ‘광고인이 되려면 이렇게 하면 된다.’라는 순진한 답을 주기 위한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독자에게 ‘당신다움’을 묻고, ‘당신스러움’을 질문하기를 지향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열한 개의 누군가다움을 보여드릴까 합니다. 그리고 책장을 덮었을 때는 여러분 차례입니다. 당신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고 싶나요? 뻔한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는 사람이고 싶나요? 훗날 꿈꾸는 이가 찾아온다면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나요?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상황에 맞게, 각자의 생김새대로 각자다움을 또렷하게 만들어갑시다.


이것이 제 첫 번째 물음표에 대한 답이기도 하고요.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